태국·프랑스·라오스까지 쫓았다…국경 넘은 마약범죄, 수사도 국경 넘었다

형사·범죄

마약을 국내로 들여보낸 뒤 해외로 빠져나가면 수사는 끝날까. 적어도 최근 마약 수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지난 8월 27일 해외로 도피한 마약 밀수사범 3명을 국내로 송환해 구속기소하고, 또 다른 밀수 총책으로 지목된 1명을 라오스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이 머물던 곳은 태국과 네덜란드, 프랑스, 라오스 등으로 서로 달랐지만 검찰과 국정원, 관세청, 현지 수사기관의 공조를 통해 차례로 신병이 확보됐다.

송환된 3명은 필로폰과 MDMA, 케타민, 코카인 등을 국내로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태국에서 붙잡힌 40대 한국인 남성은 지난 4월 시가 약 1억3100만원 상당의 필로폰 1.31㎏을 들여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베트남 국적 20대 남성은 영국에서 MDMA 247정과 케타민 129g을, 30대 재미교포 남성은 미국에서 MDMA 600정과 코카인·케타민 등을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라오스에서 검거된 40대 남성은 지난 3월 멕시코에서 필로폰 약 4.48㎏을 국내로 밀수한 총책으로 지목됐다. 현지 은신처에서는 시가 약 2억5000만원 상당으로 추산된 헤로인 1㎏도 발견됐으며, 국내 수사기관은 현재 그의 송환 절차를 조율하고 있다.

아직 이들의 범죄사실이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최근 마약범죄가 단순한 국내 유통을 넘어 해외 공급책과 국내 수취책, 운반책이 연결되는 국제범죄 형태로 움직이고 있으며, 그에 맞춰 수사 방식도 국경을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먼저 잡힌 사람은 ‘운반책’이었다


마약 밀수 수사는 공항이나 항만에서 마약을 들고 들어오는 사람이 적발되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장에서 붙잡힌 사람이 반드시 범죄를 설계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합수본은 필로폰을 갖고 입국하던 공범을 먼저 검거한 뒤, 그 사람이 누구의 지시를 받았고 해외에서 누가 마약을 보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태국에서 붙잡힌 40대 피고인의 경우 국내 공범 수사를 통해 태국에서 개통한 휴대전화 번호가 확인됐고, 이를 단서로 현지 은신처가 추적됐다. 그는 지난 7월 태국 경찰에 검거된 뒤 8월 13일 강제추방 방식으로 국내에 송환됐으며 이후 구속기소됐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붙잡힌 운반책이나 수취인이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누가 돈을 보냈는지, 어떤 메신저를 사용했는지, 어느 국가에서 연락이 왔는지, 누가 항공권이나 숙박비를 부담했는지를 추적하면 해외 상선이나 총책으로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까지 이어진 추적


해외 도피가 길어진다고 반드시 수사망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베트남 국적 20대 피고인은 지난해 영국에서 MDMA와 케타민을 국내로 밀수한 혐의를 받은 뒤 해외로 이동했고, 지난해 10월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 오른 뒤 올해 4월 네덜란드에서 검거됐다. 이후 국내로 송환돼 구속기소됐다.

또 다른 30대 재미교포 피고인은 미국에서 MDMA와 코카인, 케타민 등을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은 뒤 장기간 해외에서 도피했지만, 지난해 프랑스에서 현지 수사기관에 붙잡혀 올해 국내로 송환됐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인터폴 수배와 현지 수사기관의 협조다.

한국 수사기관이 외국 영토에서 직접 피의자를 체포할 수는 없다. 피의자가 어느 국가에 있는지 특정하더라도 실제 검거는 해당 국가의 경찰과 사법기관이 맡아야 한다. 따라서 해외 도피사범 추적은 단순히 위치를 알아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현지 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체포와 신병 인계 절차까지 연결해야 완성된다.


‘적색수배’가 곧바로 체포영장은 아니다


국제도피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인터폴 적색수배다.

적색수배는 중대한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의 소재를 파악하고 체포 또는 신병 확보를 위해 회원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국제경찰 협력수단이다. 그러나 적색수배 자체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자동으로 집행되는 국제 체포영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체포 여부와 절차는 피의자가 발견된 국가의 법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해외 도피범을 국내로 데려오는 과정도 모두 동일하지 않다. 범죄인인도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체류자격 위반 등을 이유로 현지에서 강제추방된 뒤 한국 수사기관이 신병을 인계받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태국에서 붙잡힌 피고인 역시 범죄인인도 절차가 아니라 현지의 강제추방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국제공조 수사에서는 결국 ‘어디서 잡았느냐’만큼 ‘어떤 법적 절차로 국내에 데려오느냐’가 중요하다.


라오스 은신처에서 총책까지 찾아냈다


이번 수사에서 아직 국내로 송환되지 않은 인물도 있다.

합수본이 밀수 총책으로 지목한 40대 남성은 지난 3월 멕시코에서 필로폰 약 4.48㎏을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라오스로 도피했지만 현지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은신처에서 검거됐다.

검거 당시 주거지에서는 헤로인 약 1㎏도 발견됐다. 합수본은 현재 라오스 당국과 국내 송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 사례는 최근 마약 유통망이 한 국가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약의 출발지는 멕시코이고, 총책은 라오스에 머물며, 실제 반입은 한국에서 이뤄지는 식으로 공급과 지시, 운반, 수취가 여러 국가에 나뉠 수 있다. 인터넷 메신저와 가상자산, 익명성이 높은 통신수단이 결합되면 범행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직접 만나지 않고도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전통적인 국내 조직범죄 수사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다.


마약수사가 ‘한 기관의 사건’으로 끝나기 어려운 이유


이번 수사에는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뿐 아니라 국정원과 검찰, 관세청, 현지 경찰기관 등이 함께 움직였다.

관세당국은 공항과 항만에서 밀수입을 적발하고 통관기록과 반입경로를 분석할 수 있으며, 수사기관은 국내 수취인과 자금흐름을 추적한다. 해외에 있는 상선이나 총책이 확인되면 국정원 등의 해외 정보망과 인터폴, 현지 수사기관 협조가 중요해진다.

마약범죄가 국제화될수록 어느 한 기관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정보를 갖기 어렵다는 뜻이다.

합수본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수사정보를 교차 분석한 결과 해외에 체류하면서 수사망을 피해온 마약 밀수·유통 총책 14명의 신원과 범행도 추가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해서도 국내 송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검거된 4명보다 앞으로 추적해야 할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해외로 달아나는 범죄인은 오히려 늘고 있다


마약사범만 해외에서 송환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를 통해 해외에서 국내로 송환된 범죄인은 2022년 70명에서 2023년 96명, 2024년 18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74명까지 증가했다. 불과 3년 사이 약 네 배 수준으로 커진 셈이다.

해외 이동이 쉬워진 만큼 범죄 피의자가 수사 전후에 국경을 넘는 사례가 늘고, 이에 대응하는 국제수사 공조도 확대되고 있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해외로 도피하면 소재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출입국 기록과 통신·금융정보, 국제수배, 현지 기관 협력을 통해 추적할 수 있는 수단이 늘었다.

반대로 범죄자들도 여러 국가를 옮겨 다니거나 타인 명의 통신수단을 사용하고, 추적이 어려운 온라인 환경에 숨어드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하려 한다.

해외도피와 국제공조수사가 서로 더 복잡해지는 이유다.


국경을 넘는 범죄에는 수사도 국경을 넘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국내로 송환된 피고인 3명은 앞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라오스에서 검거된 피의자 역시 아직 현지에 있어 국내 송환 절차가 남아 있다.

따라서 검거 자체가 사건의 끝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해외에서 확보한 증거가 국내 법정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밀수에 관여한 다른 공범과 자금 흐름을 추가로 추적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개별 피고인의 혐의는 향후 재판에서 증거를 토대로 판단돼야 한다.

다만 이번 수사는 한 가지 변화만큼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마약범죄가 더 이상 한 국가의 국경 안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범죄가 아니라는 점이다. 마약은 한 나라에서 출발하고, 총책은 다른 나라에 숨어 있으며, 운반책은 다시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렇다면 수사 역시 공항에서 운반책 한 명을 붙잡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번호 하나를 태국의 은신처까지 따라가고, 인터폴 수배를 통해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 신병을 확보하고, 라오스 경찰과 함께 총책의 은신처를 찾아가는 과정이 이어져야 공급망의 윗선까지 닿을 수 있다.

해외로 달아났다는 사실이 수사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추적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국경을 넘는 마약범죄를 막으려면 결국 수사도 국경을 넘어 연결돼야 한다. 이번 사건의 의미는 검거된 숫자보다 그 추적망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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