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관행 30년 만에 재도입 검토

경제

정부가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문화를 다시 추진한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한쪽은 서고 다른 한쪽은 걸어 통로를 비워두는 방식이 오랜 관행으로 굳은 지 거의 30년 만에, 안전사고 예방을 앞세운 이용 문화 전환이 공식 의제로 올라섰다. 정부는 강제보다 사회적 합의를 우선한다는 방침으로, 두 줄 이용의 필요성과 현실적 수용 가능성을 함께 점검한다.

행정안전부는 8월 29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을 주제로 공개 토론을 연다. 국민과 전문가, 정부가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한 줄과 두 줄 이용을 둘러싼 찬반을 넘어,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 실제 이용 행태, 설비 구조와 유지관리, 제도 개선 방향까지 폭넓게 논의될 예정이다. 특정 해법을 정해 놓고 홍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진단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 무게가 실린다.

우리 사회의 에스컬레이터 이용 문화는 여러 차례 방향을 틀었다. 1998년 정부와 시민단체가 ‘한 줄 서기’를 알리기 시작했고, 2002년을 전후해 빠르게 확산했다. 그러나 한쪽으로만 사람이 몰리면서 안전사고와 설비 편마모 문제가 제기되자 2007년에는 ‘두 줄 서기’ 캠페인이 도입됐다. 시민 호응 부족과 효과 논란이 이어지며 이 캠페인은 2015년 중단됐고, 이후 11년이 지난 올해 다시 두 줄 이용 정착이 검토 테이블에 오른 셈이다.

정부가 재검토의 첫머리에 둔 것은 안전이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집계된 에스컬레이터 중대사고는 135건이며, 이 가운데 이용자 과실로 분류된 사고가 90건으로 66.7%를 차지했다. 이용자 과실 사고의 약 77.8%는 넘어짐으로 발생했고, 피해자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상당수를 이뤘다.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비켜서려다 균형을 잃거나, 이동 중 충돌로 넘어지는 전형적 위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두 줄로 모두 서서 이동하면 이러한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안전 당국의 판단 근거다. 에스컬레이터는 본래 이동을 돕는 설비로, 계단과 달리 움직이는 발판 위에서 걸을 경우 작은 충격에도 중심이 흐트러지기 쉽다. 한 줄 관행 아래에서 ‘걷는 통로’를 열어두면 빠른 이동자에게 편의는 되지만, 그만큼 정지자와 이동자의 속도 차로 인한 불안정성이 커지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기계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 관련 연구에서는 이용자들이 주로 오른쪽에 서는 경향 때문에 우측 체인 휠과 가이드레일 등 핵심 부품의 마모율이 좌측보다 95% 이상 높게 나타났고, 대규모 수리 주기가 15~20%가량 짧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한쪽에 하중이 집중되는 사용 패턴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설비 수명과 유지관리 효율에도 부담이 생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관행을 바꾸는 일은 안전 논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환승 시간에 쫓기는 이용자에게 ‘빠르게 걷는 통로’는 이미 생활동선의 일부다. 두 줄로 모두 서서 이동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안전 편익이 체감될 수 있어야 하고, 혼잡 시간대의 이동 효율 저하에 대한 사회적 감내 가능성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정부가 즉각적인 단속이나 처벌이 아닌 공론화를 우선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이러한 현실적 고민이 깔려 있다.

이번 토론회가 한 줄 대 두 줄의 단순한 선택을 넘어서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사고 통계를 토대로 위험 행동을 줄이는 교육과 안내, 설비 유지관리 기준의 정교화, 시설별 특성을 반영한 운영 원칙 등 다양한 대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실제 이용 행태와 현장 관리 여건을 충분히 반영해야 지속 가능한 문화로 정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중교통과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이동 안전은 개인의 습관, 공공의 규범, 설비의 물리적 한계가 교차하는 영역이다. ‘속도’와 ‘안전’ 사이에서 일상적 선택이 반복되는 만큼, 정책은 이용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 현실적인 유인과 이해 가능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고령층과 보행 약자의 보호라는 관점이 전면에 설 때, 두 줄 이용의 필요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정부의 재검토가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30년 가까이 지속된 한 줄 관행을 공론의 장으로 불러낸 것만으로도, 이동 안전을 둘러싼 사회적 기준을 재정립하는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토론 결과와 후속 검토를 거쳐,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 원칙이 마련될 경우 두 줄 서기 문화가 다시 공공장소의 기본 규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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