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어린이 공약 발표…“자립자산·소아의료·돌봄·기초학력 국가가 책임”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든 어린이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나라”를 목표로 한 어린이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 공약은 아동복지 강화, 안전한 성장 환경 조성, 돌봄과 방과후학교 지원 확대, 기초학력 보장 체제 확립 등 네 축으로 구성됐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관련 법령 정비와 예산 반영을 위해 정부와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번 공약의 핵심 방향을 단순한 현금 지원 확대가 아니라, 어린이의 삶 전반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체계로 설명했다. 아이가 태어난 뒤 자산을 형성하고, 아플 때 지역에서 진료받고, 방과 후에도 안전하게 돌봄을 받으며, 학습 격차가 생겼을 때 조기에 지원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은 ‘우리아이자립펀드’다. 이는 정부가 아이 출생 이후 펀드에 가입시키고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적립해 성인이 될 때까지 자산을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부모의 매칭 입금도 허용하되, 핵심은 부모나 후원자의 납입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가 일정 금액을 적립한다는 점이다. 적립금은 성인이 된 뒤 교육, 창업 등 생산적 목적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민주당은 기존 디딤씨앗통장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디딤씨앗통장은 2007년 도입된 아동자산형성 지원사업으로, 취약계층 아동이 사회에 진출할 때 필요한 학자금, 취업·창업, 주거 마련 비용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는 보호자나 후원자가 먼저 저축하면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고, 지원 대상도 주로 취약계층 아동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민주당은 우선 디딤씨앗통장의 운영 방식을 바꿔 정부가 대상 아동에게 정기적으로 적립하는 형태로 ‘우리아이자립펀드’를 도입한 뒤, 점진적으로 대상 아동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아동의 출발선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자산형성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실제 도입을 위해서는 재원 규모, 대상 연령, 부모 매칭 방식, 인출 목적 제한, 지방정부 부담 비율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소아의료 공약도 비중 있게 제시됐다. 민주당은 야간·주말·공휴일에도 어린이가 진료받을 수 있도록 달빛어린이병원, 소아긴급센터, 소아응급센터가 협력하는 ‘소아 의료 24시간 지역 책임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달빛어린이병원 확충을 추진해 왔고, 병원당 지원 확대 방안도 논의된 바 있다.
이 공약은 최근 소아과 진료 공백과 지역 응급의료 불안이 커지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아이가 밤에 아프면 응급실로 몰리거나, 진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여러 곳을 전전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민주당은 지역 안에서 1차 야간진료, 긴급진료, 중증 응급진료가 단계적으로 연결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서·행동 위기 학생 지원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초등 정서행동·학생지원 전문교사제 도입 등 다층적 지원체계를 범부처 차원에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현장에서 우울, 불안, 공격성, 등교 거부, 관계 단절 등 복합적 위기를 겪는 학생이 늘어나는 만큼, 담임교사 개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전문 인력과 상담, 의료, 복지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디지털 안전 공약도 제시됐다. 민주당은 디지털 스트레스와 중독,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예방과 지원을 강화하고, 피해 발생 시 원스톱 통합지원체계를 유관 부처 협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SNS, 숏폼 영상, 온라인 게임, AI 서비스가 아동·청소년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만큼, 디지털 이용 능력뿐 아니라 피해 예방과 회복 지원까지 교육·복지 정책의 영역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돌봄과 방과후학교 분야에서는 ‘온동네 초등돌봄’ 전국 확대가 핵심이다. 민주당은 과밀학급과 과대학교부터 돌봄 지원을 넓히고, 학교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학교 안팎을 넘나드는 질 높은 돌봄·방과후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정부 유휴공간, 공공기관, 지역 강사와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교 부담은 줄이고 돌봄의 질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기존 학교 중심 돌봄 모델을 지역사회 협력형 모델로 넓히려는 흐름과 맞물린다. 최근 돌봄 정책 논의에서는 학교 혼자 모든 돌봄을 떠안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정부와 지역기관이 시간대와 공간, 프로그램별로 역할을 나누는 방향이 제시돼 왔다.
민주당은 학교 체육교육 활성화와 건강체험활동비 지원도 약속했다. 이는 어린이의 신체 건강을 학업 성취와 별개로 중요한 권리로 보겠다는 취지다. 코로나19 이후 아동의 신체활동 부족과 비만, 정서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체육과 놀이, 문화예술 활동을 돌봄·방과후 프로그램과 연결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기초학력 보장 공약도 별도 축으로 제시됐다. 민주당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은 학교부터 예산과 전문인력을 우선 지원하고, 국가 수준의 기초학력 진단도구를 인지·정서·건강까지 포괄하도록 재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기초학력 전문 교원을 확충해 학습결손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별지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미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국가·시도교육청·학교가 연계한 기초학력 다중 안전망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계획에는 기초학력 진단,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확대, 두드림학교 운영,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연계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의 이번 공약은 기초학력 문제를 단순히 시험 점수나 보충수업의 문제로 보지 않고, 정서·건강·가정환경까지 포함한 학습 안전망의 문제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다만 전문교원 확충과 진단도구 개편, 개별지도 확대가 실제 학교 현장에 안착하려면 교원 업무 부담과 예산 확보, 교육청별 역량 차이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번 어린이 공약의 정치적 의미는 분명하다. 민주당은 저출생 대책을 출산 장려금 중심에서 아동의 생애 초기 자산, 의료, 돌봄, 학습, 디지털 안전까지 포괄하는 생활정책으로 넓히려 하고 있다. 이는 어린이를 ‘미래 인구’가 아니라 현재의 권리 주체로 보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약의 성패는 실행 설계에 달려 있다. 우리아이자립펀드는 재원 마련 없이 선언에 그치면 지속 가능성이 약해질 수 있다. 소아 24시간 의료체계는 병원 이름을 늘리는 것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간호인력, 응급 병상, 야간 진료 보상체계를 실제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동네 초등돌봄 역시 지방정부의 재정과 공간, 인력 차이에 따라 지역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은 향후 법령 정비와 예산 반영을 정부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약이 선거용 약속에 머물지 않으려면 중앙정부, 지방정부, 교육청, 의료기관, 학교가 역할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 어린이 정책은 어느 한 부처의 사업이 아니라 복지·교육·의료·노동·디지털 안전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종합 정책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어린이 공약을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지역”을 넘어 “아이의 성장 전 과정을 사회가 책임지는 지역”을 내세웠다. 출발선의 자산 격차를 줄이고, 아플 때 지역에서 치료받고, 방과 후 안전하게 머물며, 학습에서 뒤처지지 않게 하는 것. 이것이 실제 제도와 예산으로 이어질 때, “모든 어린이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나라”라는 구호는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