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호크보다 싼 미사일…‘대량생산’이 전쟁을 바꾸나

경제헤드라인

미 방산 스타트업 Covenant, 장거리 타격무기 ‘Anthem’ 공개

회사 목표 단가 약 50만달러·미국 공장 연 5000발…토마호크는 약 364만달러

200회 이상 시험비행했지만 양산·실전운용은 별개…저가 무기 확산의 통제가 과제

미국 방산 스타트업 Covenant가 장거리 타격무기 ‘Anthem’을 공개하면서 기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보다 저렴한 무기를 대량생산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회사는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서 Anthem의 가격을 한 발당 약 50만달러 수준으로 낮추고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연간 최대 5000발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 해군이 공개한 2026회계연도 기준 토마호크 Block V의 단가는 약 364만달러다. 단순 가격만 비교하면 Covenant가 제시하는 Anthem의 목표 단가는 토마호크의 7분의 1 안팎이다. 그러나 두 무기는 개발 단계와 성능, 운용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만으로 직접적인 대체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변화는 특정 미사일의 성능보다 생산방식에 있다. 서방 방위산업이 고가·고성능 무기를 제한된 수량으로 생산해온 구조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거리 무기를 수천 발 단위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발의 성능’에서 ‘몇 발을 만들 수 있나’로


장거리 정밀타격무기는 그동안 성능과 사거리, 정확성 등이 경쟁력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거치면서 재고량과 생산속도라는 변수가 전략의 전면에 등장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아무리 성능이 좋은 무기도 재고가 바닥날 수 있다. 생산기간이 길고 공급망이 복잡한 무기는 사용한 만큼 신속하게 보충하기 어렵다.

미 해군도 최근 토마호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월 미 해군은 RTX와 최대 229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토마호크 생산속도와 산업기반을 확충한다고 발표했다.

미 해군은 2027회계연도 예산에서도 토마호크를 포함한 핵심 유도무기의 생산능력 확대를 강조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방산업체가 대형 업체 중심으로 통합되면서 생산기반이 좁아졌고 이를 다시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Covenant가 등장한 배경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Covenant가 내세운 것은 ‘저가 대량생산’


Covenant는 2024년 설립된 미국·이스라엘계 방산 스타트업이다. Andreessen Horowitz와 Founders Fund 등으로부터 2억5000만달러 이상을 조달했으며 장거리 타격무기 Anthem을 주력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Anthem은 2025년 8월 첫 비행을 시작한 뒤 200회 이상의 시험비행을 실시했다. 미국 육군과 함께 미국과 해외에서 시험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Covenant가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세부 성능보다 생산성이다.

텍사스 달라스 지역 공장은 약 9750㎡ 규모로 조성됐고 2027년 1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해 장기적으로 연간 5000발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독일 작센에도 비슷한 규모의 생산시설을 두고 있으며 이스라엘 북부에도 별도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회사가 목표로 하는 완전양산 단계의 단가는 약 50만달러 수준이다. 미국과 독일 공장의 목표 생산능력을 각각 연 5000발로 잡고 이스라엘 시설에서도 별도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숫자는 현재 실제 생산실적이 아니라 회사가 제시한 미래 생산목표다.


‘연 5000발’과 실제 양산은 구분해야


방산 스타트업이 시제품을 성공적으로 비행시키는 것과 매년 수천 발의 군용 무기를 동일한 품질로 생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다.

대량생산에는 추진기관과 전자부품, 소재, 조립설비뿐 아니라 품질관리와 시험능력, 공급망 안정성까지 필요하다.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날수록 한 부품의 공급 차질도 전체 생산라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ovenant 역시 이 문제를 의식해 복수 공급망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고체로켓모터 공급업체 3곳을 확보하고 네 번째 업체를 추가하는 한편 앞으로 2년 동안 4000개가 넘는 제트엔진 공급계약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량생산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로 연 5000발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는 양산이 시작된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200회 이상의 비행 역시 시험실적이다. 시험에 성공했다는 사실과 군이 정식으로 대규모 배치해 실전운용 능력이 검증됐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약 1억5000만달러 계약도 전부 ‘양산 주문’은 아니다


Covenant는 현재까지 약 1억5000만달러 규모의 계약과 주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금액 역시 모두 완성된 Anthem의 대량구매 계약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공개된 계약에는 자격검증과 연구개발, 생산 관련 사업이 함께 포함돼 있다. 미국 육군과는 가속시험·자격검증을 위한 기타거래협약을 체결했으며, 미 해군 신속능력사무국과는 해상형 Anthem 개발을 위한 약 7000만달러 규모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1억5000만달러라는 계약규모는 시장의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지만 이미 대규모 실전배치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새로운 방산기업이 시험단계를 통과하고 대량양산 능력을 입증한 뒤 군의 정규 조달체계에 들어가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


토마호크와 단순 비교가 어려운 이유


가격만 보면 Anthem과 토마호크의 차이는 크다. Covenant가 목표로 제시한 한 발 약 50만달러와 비교하면 미 해군이 공개한 토마호크 Block V의 2026회계연도 단가 약 364만달러는 7배 이상 높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Anthem이 토마호크보다 7배 경제적이다”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토마호크는 1991년 걸프전 이후 실제 전투에서 사용돼온 장거리 순항미사일 체계다. 미 해군에 따르면 1991년 이후 2300발 이상이 실전에서 발사됐다. 현재는 Block V를 중심으로 성능개량과 파생형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Anthem은 시험과 자격검증, 초기 생산 전환 단계에 있는 새로운 체계다.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사거리와 유도성능, 생존성, 신뢰성, 임무체계 등 모든 항목을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가격 차이 자체는 분명한 산업적 신호지만 군사적 효율성까지 가격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대량생산 무기는 억지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저가 장거리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전략은 군사적 의미가 크다.

전쟁의 억지력은 가장 성능 좋은 무기를 몇 발 보유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장기전에서도 충분한 재고를 유지할 수 있다는 능력 역시 상대방의 계산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장거리 타격무기의 재고가 적다면 실제 충돌이 발생했을 때 초기 작전 이후 선택지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저렴한 무기를 대량으로 확보하면 고가 무기를 반드시 사용할 필요가 없는 목표에도 별도의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이 토마호크 생산 확대와 동시에 다양한 저비용 정밀타격체계를 개발하는 것도 무기 포트폴리오를 다층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미 해군은 2027년도 예산 설명에서 토마호크와 같은 핵심 유도무기의 생산능력을 늘리는 동시에 저비용 대체수단을 추가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반대로 ‘사용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도


그러나 무기 가격이 낮아지고 재고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 항상 억지력 강화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가 무기는 사용할 때 비용과 재고 소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기가 대량으로 확보되면 군사작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넓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무력사용 결정의 정치적·재정적 부담까지 낮출 가능성이다.

저가·대량생산이라는 산업적 효율성이 군사력 사용의 빈도를 자동으로 증가시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최종적인 무력사용 결정은 국가의 정치적·군사적 지휘체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천 발 규모의 장거리 타격무기를 확보하는 시대가 열린다면 무기 자체의 성능만큼 표적선정과 사용승인, 작전통제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민간 벤처자본이 방산 생산구조도 바꾼다


Anthem의 또 다른 특징은 개발회사의 자본구조다.

전통적인 장거리 미사일 시장은 RTX와 Lockheed Martin 등 대형 방산업체가 중심이었다. Covenant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의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이 시장에 진입했다.

회사는 현재까지 2억5000만달러 이상을 투자받았다. 주요 투자자에는 Andreessen Horowitz와 Founders Fund, Lux Capital, 8VC 등이 포함된다.

민간자본의 방산 참여가 늘면 개발속도와 공급자 경쟁을 높일 수 있다. 대형 방산업체 중심의 조달구조에 새로운 생산자가 등장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비공개 계약과 민간자본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정부조달 과정의 투명성과 군사기술 수출통제, 의회의 감독은 더 중요해진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는 것과 군사적·정치적 검증 절차를 줄여도 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싸고 많이’ 만드는 시대, 통제도 같이 빨라져야


Anthem이 실제로 토마호크의 대안이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200회 이상의 시험비행과 약 1억5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은 새로운 장거리 타격체계가 시험단계를 넘어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연간 5000발 생산과 약 50만달러 단가는 아직 회사의 목표이며 대규모 실전배치와 운용성능도 검증 과정에 있다.

더 주목할 부분은 방산 경쟁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성능 무기를 적게 만드는 방식에서 성능과 가격을 조정해 충분한 재고를 빠르게 확보하는 방식으로 무기산업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 미 해군이 기존 토마호크의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새로운 저비용 체계를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변화가 실제 억지력을 높일 가능성은 있다. 장기전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 무기 재고는 군사적 선택지를 넓혀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속도가 빨라질수록 시험과 성능검증, 수출통제와 의회 감독까지 느슨해져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가 대량생산 무기의 시대에는 몇 발을 만들 수 있는지만큼 누가 구매하고, 어떤 검증을 거치며, 어떤 절차로 사용을 승인하는지도 중요해진다. 방산 스타트업이 무기 생산의 속도를 바꾸고 있다면 민주적 통제와 책임의 속도 역시 함께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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