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모녀 사망 사건서 확인된 리신…노출 경위 추적하는 수사와 의료과실 수사 분리해야
피에트라카텔라서 2025년 12월 숨진 안토넬라 디 이엘시와 딸 사라 디 비타 사건
리신 검출은 확인됐지만 고의 노출과 범인 특정은 아직 미확정
라리노 검찰의 계획적 이중살인 수사와 의사 5명 대상 과실치사 조사는 별개 흐름
이탈리아 몰리세주 피에트라카텔라에서 지난해 12월 숨진 안토넬라 디 이엘시와 10대 딸 사라 디 비타 사건은, 피해자들에게서 리신이 확인됐다는 점까지는 비교적 분명해졌지만 그 물질이 어떻게 체내에 들어갔는지, 누군가의 고의 행위였는지는 여전히 수사 대상에 머물러 있다. 사건을 둘러싼 최근 보도는 독극물의 존재와 형사책임의 성립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음을 다시 보여준다.
이탈리아 ANSA가 2026년 9월 19일 전한 내용에 따르면 파비아 중독센터 책임자 카를로 로카텔리는 이번 사건에서 의학적으로 확인된 핵심은 리신의 존재 자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진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독성물질 검출과 증상 양상까지이며, 그 노출이 사고였는지 고의였는지는 수사기관이 별도 자료를 통해 판단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12월 사망, 올해 들어 독극물 확인
사라 디 비타와 안토넬라 디 이엘시는 2025년 12월 말 잇따라 숨졌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딸은 12월 27일, 어머니는 12월 28일 사망했다. 초기에는 식중독 또는 원인 미상의 중독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ANSA는 2026년 4월 파비아 중독센터 보고서를 근거로 두 사람에게서 중증 리신 중독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후 수사는 단순한 사인 확인에서 노출 경위 규명으로 이동했다. 7월에는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 전문가들까지 참여한 현장 감식이 진행됐고, 9월 들어서는 베를린 분석 결과와 다수 시료 채취 결과를 대조해 리신의 유입 경로를 좁히는 작업이 이어졌다.
확인된 사실과 미해결 의혹의 경계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모녀의 사망과 관련해 리신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둘째, 라리노 검찰이 신원 미상의 인물을 상대로 계획적 이중살인 혐의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셋째, 같은 사건에서 응급실 대응과 치료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따지는 별도의 과실치사 수사가 의사 5명을 상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도 분명하다. 리신 검출만으로 누군가의 고의 투여가 곧바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ANSA는 9월 17일 수사팀이 살인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확보했다고 보도했지만, 공식 결론이나 기소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다. 로카텔리 역시 증상과 검사 결과로 볼 때 주된 노출 방식은 섭취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그것이 사고인지 범죄인지는 의학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두 갈래 수사, 섞어 보면 사실관계 흐려진다
이 사건에서 특히 주의할 대목은 독극물 투여 의혹과 의료과실 의혹을 한 덩어리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검찰은 올해 3월 계획적 이중살인 수사를 시작했고, 9월 10일에는 아직 진행 중인 분석과 감식이 많다며 수사 연장을 추진했다. 동시에 지난해 12월 말 병원 대응을 둘러싼 과실치사 수사도 별도 절차로 이어지고 있다.
즉 모녀가 왜 숨졌는가라는 질문에는 리신 중독이라는 의학적 답이 어느 정도 제시됐지만, 그 리신이 누구의 어떤 행위로 노출됐는가라는 형사적 질문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후 수사의 초점은 베를린과 이탈리아 감정 결과, 압수물 분석, 진술의 일치 여부를 통해 노출 경로와 책임 주체를 특정할 수 있느냐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