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서 사라진 줄리오 레제니 사건, 10년 만에 로마 법원서 ‘납치’만 유죄

사회

살인 유죄는 인정되지 않아…이집트 보안기관 관계자 3명 징역 10년, 1명은 무죄

2016년 카이로 실종 사건을 이탈리아가 궐석재판…확정판결 아닌 1심 판단

이탈리아 연구자 줄리오 레제니 사건에서 10년 만에 나온 이번 판단은 무엇을 인정했고 무엇을 인정하지 않았는지가 분명하다. 2026년 9월 28일 이탈리아 로마 제1중죄법원은 이집트 보안기관 관계자 4명을 상대로 한 궐석재판 1심에서 3명에게 레제니 납치 혐의 유죄를 인정해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살인에 대해서는 유죄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4번째 피고인은 무죄 판단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두고 “레제니 살인 사건의 가해자 4명 전원이 유죄를 선고받았다”거나 “살인 혐의가 법원에서 확정됐다”고 쓰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범행 발생지는 2016년의 이집트 카이로이고, 재판이 열린 곳은 2026년의 이탈리아 로마다. 이번 판단은 두 나라의 사법 절차와 외교 갈등이 겹친 사건에서 나온 첫 본안 1심 판결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법원이 인정한 범위는 ‘가중 납치’


AP통신과 ANSA에 따르면 로마 법원은 헤샴 헬미, 아타르 카멜 모하메드 이브라힘, 마그디 이브라힘 압델알 샤리프 등 3명에게 납치 관련 유죄를 인정했다. 반면 타리크 사비르는 무죄가 선고됐다. AP는 샤리프가 레제니의 상해와 사망에 관한 혐의도 함께 받았지만, 최종 선고는 3명 모두에게 납치 부분만 유죄가 인정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목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검찰이 제기한 전체 공소사실과 법원이 최종 인정한 범위는 다르다. 레제니의 죽음 자체를 둘러싼 의혹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9월 28일 선고에서 법원이 명시적으로 유죄로 판단한 것은 납치였다.


2016년 카이로 실종에서 2026년 로마 판결까지


레제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 연구자로, 2016년 1월 25일 카이로에서 독립 노조를 연구하던 중 실종됐다. 그의 시신은 며칠 뒤 카이로 외곽에서 발견됐고, 이탈리아 수사당국은 심한 고문 흔적이 있었다고 판단해 왔다. 이 사건은 곧 이탈리아와 이집트 사이의 대표적 외교 현안으로 번졌다.

재판은 오래 지연됐다. 피고인들이 모두 이집트에 머문 채 법정에 나오지 않았고, 이탈리아 사법당국은 피고인들에 대한 통지와 증거 확보 과정에서 이집트 당국의 협조 부족을 문제 삼아 왔다. AP에 따르면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23년 피고인들이 정식 통지를 받지 않았더라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4년 로마에서 궐석재판이 시작됐다.

남은 쟁점은 형 집행과 상급심 절차


이번 선고는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첫 사법 판단에 가깝다. 피고인들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궐석재판이었고, 1심 판결인 만큼 상급심 절차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피고인들이 이집트에 있는 상황에서 실제 형 집행이 가능할지 역시 별도 문제로 남는다. ANSA와 AP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판결의 의미는 레제니 사건에 대해 이탈리아 법원이 처음으로 형사 책임의 일부를 인정했다는 데 있지만, 살인 혐의까지 법적으로 확정한 단계는 아니다.

결국 레제니 사건에서 10년 만에 나온 답은 제한적이다. 법원은 2016년 카이로에서 벌어진 납치에 대해선 3명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그 죽음 전체에 대한 법적 결론까지 이번 1심이 내린 것은 아니다. 이후 항소 여부와 상급심 판단, 그리고 실질적 집행 가능성이 이 사건의 다음 단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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