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다시 열리나…판문점·평양설 어디까지 사실인가

정치
–트럼프 “올해 김정은 만날 것”…일정·장소·의제는 공개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재회 가능성이 다시 부상했다. 판문점과 평양이 차기 회담 장소로 거론되고 있지만, 양국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확인된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것이다. 북한은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가 좋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회담 수락이나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국가정보원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구체적인 접촉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현재 단계에서 판문점·평양 회담설은 공식 협상 결과가 아니라 과거 회담 전례와 전문가 전망을 바탕으로 한 관측이다.


트럼프는 재회 의사 밝혔지만 세부 계획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9일 김 위원장을 올해 안에 만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좋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시기와 장소, 의제를 공개하지 않았다. 백악관도 정상회담 개최 합의나 준비 절차를 담은 별도의 문서를 발표하지 않았다. 백악관이 공개한 당시 발언 영상에서도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전인 8월 17일에는 자신의 대화 제안에 김 위원장이 응답했다고 주장했다. 대화 단계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응답이 전달된 시점과 경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관련 발언을 보도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식 외교 채널이 가동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정상회담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과 양국이 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은 다른 단계다. 상대국의 공식 수락과 실무협의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최 시기와 장소를 확정적으로 보도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개인적 친분 인정했지만 회담을 수락하지 않았다


북한의 공개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 차이가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8월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근 북미 정상 간 소통이 있었다는 소식을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좋은 기억과 감정을 갖고 있으며 두 정상의 관계가 여전히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 축소에는 “평할 가치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개인적 관계와 국가 간 군사·핵 협상을 분리한 것이다.

그는 북한의 안보를 위한 주권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도 유지했다. 북한이 정상 간 친분을 부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핵화 협상이나 회담 개최에 동의했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한의 공개 입장은 한국일보의 조선중앙통신 인용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미 양측의 발언을 종합하면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협상 진입을 뒷받침할 공동 발표는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응답이 있었다고 했고, 북한은 정상 간 소통 사실을 사실상 부인했다.


국정원 “회담 가능”…동시에 “접촉 사실 확인 안 돼”


국정원은 9월 1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북미 간 대화 징후가 있다는 판단도 내놨다.

같은 보고에는 판단의 한계도 담겼다. 국정원은 “북미 간 구체적 접촉 팩트가 확인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정보위 여야 간사가 전한 국정원 보고 내용은 회담이 임박했다는 확인보다 돌발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정상 간 직접 메시지를 앞세워 회담을 빠르게 추진했다. 이 때문에 실무접촉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전격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가능성과 확인된 계획을 같은 수준의 정보로 다뤄서는 안 된다.


판문점은 전례, 평양은 볼턴의 전망


판문점이 거론되는 근거는 2019년 회동의 전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그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지역에 들어갔고, 두 정상은 남측 자유의집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당시 회동은 짧은 시간 안에 준비됐다. 김 위원장도 현장에서 전날 아침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접했고 오후 늦게 공식 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미국 정부가 보관한 2019년 판문점 회동 기록에 남아 있다.

판문점은 양측 정상의 이동 부담이 비교적 작고 과거 회동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2019년의 전례가 차기 회담 장소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평양 방문설은 공식 제안보다 외부 전망에서 나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고 판문점에서 북한 땅을 밟았기 때문에 다음 행보로 평양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볼턴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을 전달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외교 방식을 비판해 온 전직 참모가 제시한 정치적 전망이다. 볼턴의 화상 대담 내용을 전한 보도 역시 평양 방문이 결정됐다고 밝히지 않았다.


장소보다 큰 쟁점은 핵 협상의 출발점


북미가 다시 만난다면 가장 큰 문제는 장소가 아니라 협상의 목표다.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공식 정책으로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력 강화를 주권적 권리로 규정하며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두 정상은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하노이에서 만났고 같은 해 판문점에서도 회동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새로운 북미 관계와 한반도 평화체제, 비핵화 방향에 합의했지만 이행 절차를 구체화하지 못했다. 하노이 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 완화 범위를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문 없이 끝났다.

개인적 친분은 정상 간 접촉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핵시설 신고와 검증, 제재 완화, 미사일 시험, 한미 연합훈련 등 핵심 현안은 친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회담 장소에 관심이 집중될수록 실제 협상 의제가 가려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북한이 강력한 핵무기 57개를 보유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탄두 수에 관한 공식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로이터는 비정부 전문가들의 추정치도 서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57개’를 확정된 정보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로이터 보도


실무협상·경호 협의가 회담 성사의 판단 기준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 준비 단계에 들어갔는지는 정상의 발언보다 후속 움직임으로 판단해야 한다. 실무협상 책임자 지정, 공식 연락 채널 가동, 경호·의전팀의 현장 점검, 정상 간 합의문 초안 조율 등이 확인돼야 한다.

특히 평양 회담은 판문점이나 제3국 회담보다 복잡하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북한 수도를 방문하려면 경호와 통신, 전용기 운항, 취재단 운영, 돌발 상황 대응 등을 양측이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양 방문을 기정사실로 보는 것은 이르다.

판문점 회동도 공식 제안과 북한의 수락이 확인돼야 한다. 2019년처럼 준비 기간이 짧을 수는 있지만, 그때도 양측은 회동 전날 공식 의사를 확인했다. 장소 전망보다 양국 정부가 상대방의 제안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지가 선행 지표다.

한국 정부에도 회담 개최 자체보다 의제 조율이 중요하다. 북미가 직접 협상할 경우 한미 연합훈련과 대북제재, 종전 논의 등 한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함께 한미 간 사전 협의가 이뤄지는지를 살펴야 한다.

현재까지 판문점과 평양 가운데 어느 곳도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확정되지 않았다. 확인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회 의사와 북미 대화 징후에 대한 국정원의 평가다. 북한의 공식 수락, 일정, 장소, 협상 의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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