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서 만난 김택진·젠슨 황…‘리니지 인연’ 25년, AI 게임 동맹으로 확장되나

엔씨소프트와 엔비디아의 25년 기술 동맹이 서울 강남의 한 PC방에서 다시 조명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게이머들이 가장 익숙하게 게임을 접하는 공간에서 만나 신작을 함께 시연하면서, 양사의 협력이 그래픽 기술을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게임 개발과 차세대 PC 생태계로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김 대표와 황 CEO는 지난 7일 서울 강남의 한 PC방에서 만나 양사 파트너십 25주년을 기념했다. 두 사람은 엔비디아의 AI PC용 칩 ‘RTX 스파크’가 탑재된 노트북으로 엔씨 신작을 직접 플레이하고, 현장을 찾은 이용자들과 게임 경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게임 전문 매체도 이번 만남을 ‘2N 동맹’의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하며, 양사가 ‘아이온2’를 RTX 스파크 기반 노트북에서 선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이 PC방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PC방은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이 성장한 핵심 무대였고, 엔씨의 ‘리니지’ 시리즈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가 대중적 인지도를 넓힌 공간이기도 하다. 황 CEO는 방한 기간 중 PC방을 여러 차례 찾으며 한국 게임 이용자 문화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고, 김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양사의 장기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양사의 인연은 2000년대 초반 ‘리니지2’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엔씨는 3D 그래픽을 앞세운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선보였고, 엔비디아는 고성능 그래픽 처리 기술을 통해 게임 구현을 지원했다. 이후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 엔씨의 대표작 개발 과정에서도 그래픽 최적화와 공동 마케팅 협력이 이어졌다. 김 대표가 “리니지2가 엔비디아의 성공에도 기여했다”고 언급한 것도, 당시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PC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수요가 맞물렸던 경험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협력의 중심에는 차기작 ‘아이온2’와 ‘신더시티’가 있다. 엔씨는 지난해 10월 엔비디아 지포스 브랜드 국내 출시 25주년 행사인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게임 시연사로 참여해 ‘아이온2’를 일반 이용자에게 공개했다. ‘신더시티’ 역시 독일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에서 엔비디아 부스의 RTX 플래그십 타이틀로 시연되며 양사의 기술 협력 사례로 소개됐다. 이는 엔씨가 차세대 그래픽 기술을 신작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황 CEO가 이번 만남에서 강조한 ‘RTX 스파크’도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컴퓨텍스 2026에서 RTX 스파크를 공개하며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PC 플랫폼을 제시했다. 황 CEO는 이를 두고 기존 PC의 틀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으며, AI 연산을 개인용 기기에서도 고성능으로 처리하는 방향을 내세웠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컴퓨텍스에서 RTX 스파크와 함께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제품군도 공개하며 AI 반도체와 PC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엔씨 입장에서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는 단순한 그래픽 품질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게임 제작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 캐릭터 대화, 배경 생성, 품질 검수, 운영 자동화, 이용자 행동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개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생성형 AI와 실시간 렌더링 기술이 결합하면 NPC의 반응성, 월드 구성의 다양성,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 제공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엔씨가 자체 AI 연구개발 역량을 축적해온 만큼, 엔비디아의 AI 반도체·플랫폼과 결합할 경우 게임 개발 파이프라인 전반에서 협력 여지가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을 엔씨가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관계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는 신호로 보고 있다. 엔씨는 최근 신작 성과와 사업 구조 전환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기술 기반 게임사’ 이미지를 강화하고, 차세대 AI 게임 개발 역량을 투자자와 이용자에게 동시에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황 CEO 역시 한국 게임 시장과 PC방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AI PC와 게이밍 생태계 확산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다만 양사의 협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신작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이온2’와 ‘신더시티’가 엔비디아의 최신 기술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이용자에게 체감 가능한 그래픽·성능·AI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술 협력은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수단일 뿐, 최종 평가는 콘텐츠와 서비스 운영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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