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아 전시에서 냄새도 작품이 되는 이유
리움미술관 ‘구정아: 우스모스’는 자력·빛·소리·냄새를 형태와 같은 재료로 다룬다
보이지 않는 감각을 감상한다는 것은 향 자체보다 공간, 시간, 관객의 움직임을 읽는 일에 가깝다
눈에 보이지 않는 냄새가 작품이 되는 까닭은 그것이 조각이나 회화의 바깥에 놓인 부수 효과가 아니라, 공간을 조직하고 관객의 지각을 바꾸는 재료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리움미술관이 진행 중인 ‘구정아: 우스모스’는 이 점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전시다. 리움은 전시 소개와 관객 해석 프로그램 안내에서 이 전시가 자력, 빛, 소리, 냄새를 함께 다룬다고 밝히고 있으며, 전시 기간은 2026년 9월 5일부터 12월 27일까지다.
이 답은 전시를 보는 방식도 바꾼다. 관객이 감상하는 대상은 특정한 향의 정체나 기분 좋은 분위기만이 아니다. 냄새가 어디에 머물고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 빛과 소리가 어떤 순서로 감각을 흔드는지, 관객의 위치와 이동이 공간의 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가 함께 작품의 일부가 된다. 후각예술을 이해하려면 눈앞의 사물만이 아니라 그 사물을 둘러싼 조건까지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스모스’가 물건보다 조건에 가까운 이유
리움이 8월 31일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구정아의 30여 년 작업 세계를 모은 국내 최대 규모 미술관 개인전이다. 야광, 스케이트파크, 자석, 향, 드로잉 등 주요 요소로 구성된 작업 35점을 한자리에 모았고, 작품은 로비와 M2 전시실, M1 고미술 상설전시실, 외부 공간까지 흩어져 배치된다. 미술관은 이 전시를 두고 서로 다른 시간이 교차하며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장으로 만든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냄새는 독립된 소품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장치로 읽힌다. 향은 형태처럼 한 번에 붙잡히지 않고 퍼지고 옅어지고 사라진다. 그래서 관객은 “무엇이 놓여 있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감지되는가”를 경험하게 된다. 구정아 우스모스에서 후각예술은 눈으로 확인되는 대상의 부족을 보충하는 장식이 아니라, 보이는 것의 경계를 흔드는 방식에 가깝다.
사진에 남는 장면과 현장에서만 생기는 감각
이 전시의 일부는 사진으로 기록될 수 있다. 붉은 조명으로 채워진 공간, 반사와 발광, 거대한 구조물과 작은 재료의 대비는 이미지로도 전달된다. 그러나 냄새와 소리, 자기장처럼 몸이 지나가며 감지하는 요소는 사진 한 장으로는 거의 옮겨지지 않는다. 같은 설치도 관객의 동선, 머무는 시간, 주변의 밝기와 어두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차이 때문에 후각예술의 감상은 정답 찾기보다 조건 읽기에 가깝다. 냄새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단번에 해석하기보다, 그것이 어느 공간에서 다른 감각과 만나는지 살피는 편이 정확하다. 리움이 관객 해석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보이지 않는 감각을 작품으로 다룰 때 미술관은 설명문만이 아니라 감상 방식 자체를 함께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존되는 것은 향 자체보다 작동 방식
냄새를 재료로 삼는 작품은 보존의 기준도 바꾼다. 회화처럼 표면을, 조각처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향은 시간에 따라 약해지고, 공간이 달라지면 확산 방식도 달라진다. 이런 작업에서 미술관이 지켜야 하는 것은 고정된 물건 하나라기보다 재료의 조합, 설치 위치, 조명과 동선 같은 작동 조건에 더 가깝다.
그래서 구정아 전시에서 냄새를 감상한다는 말은 막연한 치유나 분위기 소비를 뜻하지 않는다. 눈에 잘 잡히지 않는 감각이 어떻게 공간의 질서를 바꾸고, 관객에게 작품의 경계를 다시 묻게 하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우스모스’가 던지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미술은 눈으로만 보는 대상인가, 아니면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감각의 조건까지 포함하는 경험인가. 이번 전시는 그 질문을 2026년 12월 27일까지 리움의 실제 공간 안에서 시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