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지으면 농지 팔아야 하나…2026 농지법 논란, 무엇이 사실인가

경제

농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땅을 모두 처분해야 하는 것일까. 부모에게 물려받은 농지를 이웃 농민이 경작하거나, 고령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워 다른 사람에게 맡긴 경우도 농지법 위반으로 처분 대상이 되는 것일까.

최근 전국적인 농지 전수조사가 진행되면서 농촌과 농지 소유자 사이에서 이 같은 질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조사 대상 농지 가운데 상당수가 행정정보상 ‘위반 의심’으로 분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으면 처분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토지가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우려도 커졌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농지 전수조사의 구조와 정부가 최근 밝힌 후속대책을 함께 살펴보면 상황은 이보다 복잡하다. 농지법상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에 대한 처분제도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행정정보상 ‘위반 의심’으로 분류된 농지가 곧바로 불법 농지나 강제 처분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역시 최근 투기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와 고령·상속·농촌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사정으로 발생한 농지 이용 문제를 구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
왜 갑자기 전국 농지가 조사 대상이 됐나
──────────────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된 전국 농지 약 136만ha를 대상으로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는 크게 두 단계다. 먼저 행정정보와 항공사진 등을 활용해 농지 소유와 이용 상태를 확인하는 ‘기본조사’를 실시하고, 여기서 추가 확인이 필요한 농지를 대상으로 실제 현장을 확인하는 ‘심층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7월 29일까지 전체 조사 대상의 97%인 약 132만ha, 1,013만 필지에 대한 기본조사를 마쳤다. 조사에는 전국 공무원 5,313명과 민간 조사원 2,964명이 참여했다.

문제가 된 숫자는 ‘27.0%’다.

기본조사 결과 농지 소유 제한 위반이나 불법 임대차, 불법 전용, 무단 휴경 등이 의심되는 농지는 전체 조사 농지 가운데 27.0%, 약 284만 필지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 21.1%, 무단 휴경 의심 11.6%, 불법 전용 의심 9.0%, 소유 제한 위반 의심 1.4%였다. 하나의 농지가 여러 유형에 중복될 수 있어 각 비율의 합계는 전체 비율과 일치하지 않는다.

이 숫자만 보면 조사 대상 농지 네 필지 중 한 필지 이상에서 농지법 위반 가능성이 발견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27%는 ‘위반 확정’ 비율이 아니라 행정정보상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위반 의심’ 비율이라는 점이다.

──────────────
‘위반 의심’과 ‘불법 농지’는 같은 말이 아니다
──────────────

기본조사는 실제 농지 현장에서 소유자와 경작자, 임대차 사유 등을 모두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다. 행정정보와 항공사진 등을 토대로 농지 상태를 먼저 선별하는 과정에 가깝다.

따라서 토지대장이나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실제 경작상태 등이 일치하지 않거나 외부에서 경작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추가 확인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

농식품부도 9월 21일 농지 전수조사 추진상황과 후속조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조사 결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본조사를 마친 뒤 8월부터 조사원의 현장 확인을 중심으로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기본조사의 27%라는 숫자를 ‘전국 농지의 27%가 불법’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실제 농촌에서는 토지 소유관계와 경작관계가 단순하지 않다. 고령 농업인이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 이웃에게 경작을 맡기는 경우가 있고, 부모에게 상속받은 농지를 자녀가 보유하면서 다른 농민이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과거부터 이어진 임대차 관계가 명확한 서면계약 없이 유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농지법은 이러한 상황을 각각 다른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해당 농지가 곧바로 처분 대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
정부가 최근 입장을 바꾼 것인가
──────────────

최근 정부 발표를 보면 농지 전수조사의 후속조치 방향도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9월 21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투기가 명백한 농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분하되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관행적 위반은 정상화·양성화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가 예로 든 엄정 조치 대상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나 경매 등으로 취득한 공유농지에서 발생한 무단 휴경·불법 임대차, 농업법인의 부동산업 영위 등 투기성이 명확한 사안이다.

반면 고령이나 상속 등 투기 목적과 관계없이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문제는 동일한 기준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9월 22일 별도의 설명자료까지 내고 “고령농 농지·상속 농지의 임대차는 전수조사에 따른 처분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문장을 모든 고령농이나 상속농지의 임대차가 조건 없이 허용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농지의 취득 경위와 과거 자경 여부, 임대 사유, 현재 이용 형태 등에 따라 적용되는 농지법 규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의 핵심은 전수조사에서 문제가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농지를 일괄 처분하지 않고, 실제 농촌 이용관계를 확인한 뒤 제도 안에서 정상화할 방법을 마련하겠다는 데 있다.

──────────────
농사를 직접 안 지으면 무조건 팔아야 하나
──────────────

농지법의 기본 원칙은 ‘경자유전’이다.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사람이 소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현행 농지법 제10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농지를 자신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농지 소유자가 해당 농지를 1년 이내에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농지를 농업에 이용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해석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모든 농지는 즉시 매각해야 한다”는 해석 역시 지나치게 단순하다.

농지법에는 상속을 통해 취득한 농지, 장기간 농업에 종사한 사람이 이농한 뒤 보유하는 농지, 주말·체험영농 목적 농지 등 여러 소유 예외가 존재한다. 일정한 요건에서는 농지를 다른 농업인에게 임대하거나 농지은행을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질병이나 자연재해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도 판단 요소가 된다.

농지법 제10조 역시 자연재해·농지개량·질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농업경영계획서 등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처분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즉 농지법은 단순히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동일한가’만 보는 법률이 아니다.

농지를 어떤 경위로 취득했는지, 왜 직접 경작하지 못하고 있는지, 현재 농지가 실제 농업에 이용되고 있는지, 임대가 허용되는 요건에 해당하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
‘안 팔면 땅값의 25%’도 과정이 생략된 설명
──────────────

농지 전수조사 이후 가장 큰 불안을 만든 내용 가운데 하나가 이행강제금이다.

현행 농지법 제63조는 농지 처분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기간까지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해당 농지의 감정가격 또는 개별공시지가 가운데 더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5%라는 비율 자체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수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곧바로 농지가격의 25%를 낸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실제 제도와 차이가 생긴다.

우선 전수조사의 ‘위반 의심’ 단계가 있다. 이후 심층조사를 거쳐 실제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농지법상 처분 사유가 인정되면 자진 처분기간과 처분명령 등 법정 절차가 이어질 수 있고, 이 명령까지 이행하지 않았을 때 이행강제금 문제가 발생한다.

더구나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에서 확인되는 모든 위반 사례를 일률적으로 처분절차에 넣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농식품부는 상속이나 고령 등으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농지가 비사업용 토지가 되거나 처분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농지의 취득 원인과 과거 자경 기간, 현재 이용상황, 적법한 임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농지 소유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25%를 내게 되는가’보다 자신의 농지가 어떤 법적 상태에 놓여 있는가다.

──────────────
농촌에서는 왜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나
──────────────

정부가 잇따라 설명자료를 내고 있음에도 농촌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있다.

법률상 원칙과 실제 농촌의 토지 이용관계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 농촌에서는 농지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다른 경우가 흔하다. 농업인이 고령이 되면서 자신의 농지를 이웃 농민에게 맡기기도 하고, 도시로 떠난 자녀가 부모의 농지를 상속받은 뒤 기존 경작자가 계속 농사짓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이런 관계가 가족이나 이웃 간 합의에 따라 유지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농지 전수조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되면서 그동안 행정적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던 농지 이용관계가 한꺼번에 확인 대상에 포함됐다.

농식품부가 9월 22일 충남 홍성에서 고령농·임차농·청년농 등이 참여하는 현장 간담회를 별도로 개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장에서는 고령농의 농지관리 부담과 임차농의 안정적인 영농, 청년농의 농지 확보 문제와 함께 “전수조사가 끝나면 농지를 바로 처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현장의 농지 이용 현실을 확인했다며 특별조치법 제정과 농지법 개정 등 필요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전수조사가 단순한 단속으로 끝나지 않고 농지제도를 다시 정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
농지 전수조사의 진짜 쟁점은 ‘투기와 현실’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조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보다 조사에서 발견된 농지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에 있다.

농지는 일반 부동산과 달리 식량 생산 기반이라는 공공적 성격을 갖는다. 농업에 이용할 목적 없이 농지를 취득해 가격 상승을 기다리거나 개발 가능성을 노리는 행위는 농지제도의 취지와 충돌한다.

반면 실제 농촌에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농지 소유자가 나이가 들어 농사를 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농업인이 대신 경작하는 행위까지 투기성 농지와 동일하게 처리하면 실제 농업 생산 기반이 오히려 흔들릴 수 있다.

농지를 보유한 도시 거주 상속인에게 무조건 직접 경작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제시한 ‘투기는 엄정 대응하되 농촌의 관행적 위반은 정상화한다’는 원칙은 앞으로 구체적인 법률과 행정 기준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가 중요하다.

어디까지를 불가피한 농촌 현실로 인정할 것인지, 과거의 음성적 임대차를 어떤 방식으로 적법한 임대차로 전환할 것인지, 고령농과 상속농지는 어떤 조건에서 보호할 것인지가 후속 제도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
지금 농지 소유자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
──────────────

결국 현재 단계에서 농지 소유자가 ‘농사를 직접 짓지 않으니 당장 땅을 팔아야 한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아무런 조치 없이 기다리는 것이 항상 안전하다는 의미도 아니다.

먼저 해당 농지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취득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매매로 취득했는지, 부모로부터 상속받았는지, 과거 자신이 장기간 직접 경작했던 농지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누가 농사를 짓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본인이 직접 경작하는지, 다른 농업인이 임차해 경작하는지, 농지가 사실상 방치돼 있는지, 다른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임대하고 있다면 해당 임대차가 농지법에서 허용하는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지 전수조사의 목적 역시 전국 농지를 한꺼번에 매각시키는 데 있지 않다.

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조사는 투기성 농지를 찾아내는 동시에 오랫동안 실제 이용현황과 행정정보가 달라져 있던 농지를 정비하고,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성격도 갖고 있다.

앞으로 농지법 논쟁은 ‘농사를 직접 짓느냐’라는 하나의 질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상속농지는 얼마나 보유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농사를 맡기는 것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고령으로 농업을 그만두면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지, 농지은행에 맡기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은 어떤 절차를 거쳐 부과되는지를 각각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농지 전수조사가 본격화된 2026년은 농지법 단속이 강화된 해인 동시에 수십 년 동안 유지된 농지 소유·임대·경작 구조를 현실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농지 투기를 차단한다는 원칙과 농촌의 실제 경작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다.

그 경계가 명확해질수록 농업인은 불필요한 불안을 줄일 수 있고, 실제 투기 목적의 농지 보유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한 관리가 가능해진다.

다음 편에서는 가장 직접적인 질문인 ‘농사를 직접 짓지 않으면 농지를 정말 팔아야 하는가’를 현행 농지법의 처분 대상과 예외 규정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