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 참여 창구는 넓어졌지만 실제 집행 성과는 지자체별 편차

사회

주민참여예산은 이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름만은 낯설지 않은 제도다. 지방재정법은 지자체장이 예산 편성 등 예산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도록 하고 있고, 행정안전부도 주민참여예산 통합 플랫폼인 ‘주민e참여’와 지방재정365를 통해 운영 현황 공개 체계를 안내하고 있다. 다만 시민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지점은 제도 도입 여부보다 그 다음 단계다. 주민 제안이 얼마나 선정됐는지, 선정된 사업이 실제로 얼마나 집행됐는지, 또 완료까지 이어졌는지는 지자체마다 공개 방식과 관리 수준의 차이가 컸다.


접근성은 분명 넓어졌다


접근성만 놓고 보면 주민참여예산의 문턱은 과거보다 낮아졌다. 행정안전부는 2024년부터 각 지자체가 개별 운영하던 주민참여예산 사이트를 통합하는 ‘주민e참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고, 주민은 지역별 페이지에서 사업 제안, 진행 상황, 공지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울산 남구 주민e참여 페이지에서는 2026년 공모 일정과 제안 건수, 운영계획과 운영실적 게시 여부를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접근성 확대가 곧바로 성과 공개의 표준화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주민e참여 체계를 쓰더라도 어떤 지자체는 연간 운영계획과 공모 일정 중심으로 공개하고, 어떤 곳은 사업별 진행 현황과 집행액까지 세부적으로 올린다. 시민이 ‘참여는 했는데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를 확인하려면, 여전히 지자체별 게시판과 결산 자료를 따로 따라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정 건수만으로는 성과를 설명하기 어렵다


인천광역시 주민참여예산 통합 페이지의 연도별 실적을 보면 2024년도에는 신청 369건 가운데 13건이 선정돼 13건 모두 예산에 편성됐고, 2025년도에는 신청 317건 중 8건이 선정돼 7건이 편성됐다. 같은 페이지에서 2023년도는 신청 776건, 선정 518건, 편성 505건으로 나타난다. 이 수치만 보면 연도별 규모 차이가 매우 크지만, 공개 화면만으로는 집계 기준이 같은지, 시 본청 사업만 본 것인지, 군·구 포함 여부가 같은지까지는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주민참여예산 성과를 읽을 때 ‘신청-선정-편성’ 숫자와 ‘실제 집행-완료’ 숫자를 분리해 봐야 하는 이유다.

인천시는 별도로 2024년 주민참여예산 사업 결산 보고에서 해당 연도 결산 대상이 총 13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결산 대상 사업 수를 보여주는 자료이지, 독자가 한눈에 전국 평균 집행률이나 완료율을 파악할 수 있는 형식은 아니었다. 결국 공개된 숫자는 있어도, 서로 다른 지자체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있는 표준 지표는 시민 입장에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뜻이다.


실제 집행 단계에선 같은 지자체 안에서도 편차


실제 집행 성과는 더 들쑥날쑥했다. 서울 마포구의 2024회계연도 결산 첨부서류를 보면 주민참여예산으로 분류된 사업 가운데 와우근린공원 황톳길 조성사업 집행률은 21.5%, 홍익문화공원 환경정비 사업은 3.4%, 생활권 주변 녹지 확충은 46.1%로 나타났다. 같은 주민참여예산 안에서도 사업별 집행 속도와 이월 규모가 크게 달랐다는 뜻이다.

반면 대전광역시 주민참여예산 추진현황 페이지에는 ‘미세먼지알리미 설치 및 확대’ 사업이 2025년 사업완료로 표시돼 있었다. 문제는 같은 화면의 집행실적 누계액 표에는 예산 1억5000만원에 대해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0원으로 표시됐다는 점이다. 추진현황 설명란에는 동구 7곳, 중구 4곳, 대덕구 4곳 설치 완료와 운영 중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공개 페이지 안에서도 상태값과 집행액 표기가 시차를 두고 갱신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차이는 주민참여예산의 성과를 볼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다시 묻게 한다. ‘사업이 선정됐다’는 사실은 편성 단계의 성과이고, ‘사업이 완료됐다’는 표시는 행정상 종료 상태일 수 있다. 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성과는 예산이 실제로 집행됐는지, 이월은 얼마나 발생했는지, 사업이 계획한 장소와 대상에 적용됐는지까지 확인해야 비로소 판단할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선정’보다 ‘집행 공개’의 표준화


23일 현재 확인한 자료를 종합하면, 주민참여예산은 제도 접근성 면에서는 분명 넓어졌지만 실제 운영 성과는 지자체별로 공개 수준과 형식이 크게 달랐다.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자료에서도 주민참여예산 선정 사업의 집행 현황과 완료사업 표지판 설치 여부 등을 별도로 점검한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이는 선정 이후의 집행과 완료가 별도 관리 대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민참여예산의 성과를 말할 때는 ‘몇 건을 뽑았는가’보다 ‘몇 건이 실제 집행됐는가’, ‘얼마가 이월됐는가’, ‘완료 표시는 언제 갱신됐는가’를 함께 공개하는 체계가 더 중요하다. 지금처럼 공모, 선정, 편성, 집행, 완료 자료가 여러 화면과 문서에 흩어져 있으면 참여의 문은 열려 있어도 성과 검증의 문은 여전히 좁다. 주민참여예산이 소개 기사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재정 민주주의 제도로 평가받으려면, 다음 단계는 참여 확대보다 성과 공개의 표준화에 가깝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지방재정법 제39조(현행); 행정안전부, 주민의견 듣고 예산짜는 지자체는 100곳 중 8곳 불과 설명자료(2024-04-19); 행정안전부, 주민참여예산 대폭 확대, 실질적 주민주권 강화(2026-02-26); 인천광역시 주민참여예산, 연도별 실적(최종업데이트 2026-02-05); 인천광역시, 2024년 주민참여예산 사업 결산 보고(2025-10-02); 서울특별시 마포구의회, 2024회계연도 서울특별시 마포구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안 첨부서류; 대전광역시 주민참여예산, 선정사업 추진현황-미세먼지알리미 설치 및 확대(2025년 사업 페이지); 경기도, 경기도 공고 2024-461호(2024년 주민참여예산 편성 사업 점검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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