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첫 70조원…국회가 따져야 할 네 가지
2027년 정부안 73조2777억원, 올해보다 8.2% 증가
방위력개선비 13.8% 늘고 KF-21·드론·AI 전력에 집중
도입 물량뿐 아니라 전력화 지연·유지비·병력 절감 효과 검증해야
2027년도 국방예산 정부안이 73조2777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보다 5조5737억원, 8.2% 늘어난 규모로 국방예산이 7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전력운영비는 50조416억원으로 5.9% 증가했다. 무기체계 획득과 연구개발에 사용하는 방위력개선비는 22조7112억원으로 13.8% 늘었다. 병무행정 예산 5249억원까지 합하면 정부가 제시한 국방 분야 총지출이 된다(국방부, 2026년).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핵심전력과 북한 핵·미사일 대응체계, KF-21 양산, 인공지능과 드론 전력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다. 초급간부 보수와 주거·급식 지원도 확대한다.
국방예산의 적정성은 총액과 증가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국회는 어떤 위협에 대응해 무엇을 확보하는지, 계획한 시점에 전력화할 수 있는지, 도입 이후 유지할 수 있는지, 병력구조 변화와 연결되는지를 함께 검증해야 한다.
70조원 돌파, 회계 기준 변화부터 구분해야
정부가 발표한 73조2777억원에는 군인연금기금이 포함됐다. 정부는 2026년부터 보건·복지·고용 분야로 분류했던 군인연금기금을 국방 분야로 옮기고, 일반회계 총계 대신 기금까지 포함하는 총지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군인연금기금을 제외하고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2027년도 국방예산은 약 71조8000억원이다. 2026년의 같은 기준 예산 약 65조9000억원보다 9%가량 증가한 규모다(국방부, 2026년).
70조원이라는 숫자 자체는 국방재정이 새로운 구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회계 분류 변경으로 늘어난 부분과 무기·인력·운영에 새로 투입되는 재원을 구분해야 실제 증액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국회 예산 심의에서도 전년도 총액과 단순 비교하는 방식은 충분하지 않다. 기존 기준과 변경 기준을 함께 제시하고, 순수한 사업비 증가분과 기금 편입 효과를 분리해야 한다.
예산 규모를 크게 보이게 하거나 반대로 증가폭을 축소해 해석하는 논란도 줄일 수 있다. 국민에게는 최종 총액만큼 회계 기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설명할 책임이 있다.
첫 번째 검증, 어떤 위협에 얼마를 배분했나
국방예산 검증의 첫 번째 기준은 위협과 투자사업의 연결성이다. 정부는 2027년 방위력개선비를 올해보다 13.8% 늘리고 전작권 전환과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필요한 전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중고도정찰용 무인항공기와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인 L-SAM의 전력화가 주요 사업으로 제시됐다. 한국군이 주도하는 연합방위체계를 위해 공지통신무전기 성능을 개량하고 연합구성군사령부의 전시 군사정보유통체계도 새로 구축한다.
이들 사업은 탐지와 지휘통제, 요격으로 이어지는 대응체계 안에서 평가해야 한다. 특정 무기의 성능이 우수하더라도 다른 감시·통신체계와 연결되지 않으면 실제 대응시간을 줄이기 어렵다.
국회는 각 사업이 어느 위협 시나리오에 필요한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기존 전력과 기능이 겹치는지, 새 장비를 배치한 뒤 탐지거리와 대응시간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도 성과지표로 제시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을 이유로 편성한 사업은 전환 일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오래전부터 추진하던 무기 도입사업을 전작권 전환 예산으로 다시 묶었다면 실제 신규 투자 규모가 과장될 수 있다.
KF-21 3조3000억원, 계약보다 납품 일정을 봐야
KF-21 양산에는 2027년 3조3000억원이 반영됐다. 2026년 예산 약 1조4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초도 양산 물량을 인도받는 동시에 후속 양산에 착수하기 위한 예산 1500억원도 포함됐다(국방부, 2026년).
전투기 사업은 한 해의 계약액만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항공기 생산과 엔진·레이더 등 구성품 확보, 시험평가, 조종사 양성, 정비시설 구축이 같은 일정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기체가 예정대로 인도돼도 무장 통합이나 정비인력 훈련이 늦으면 실제 작전 투입은 지연될 수 있다. 국회는 계약 체결과 예산 집행률뿐 아니라 전력화 시점과 운용 가능한 항공기 수를 확인해야 한다.
후속 양산을 앞당기면 생산단가를 낮추고 공군의 전력 공백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시험과 검증이 충분히 끝나기 전에 생산 규모를 확대하면 설계 변경과 개조 비용이 늘어날 위험도 있다.
생산 진도와 결함 보완, 국산 부품 비율, 후속군수지원 준비 상황을 함께 보고받아야 한다. 납품 대수만 채우고 유지·정비체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대규모 양산 예산의 효과가 떨어진다.
핵추진잠수함 1000억원, 사업 정의부터 분명해야
정부안에는 핵추진잠수함 사업 착수를 위한 예산 1000억원이 처음 반영됐다. 장기간 잠항 능력과 작전 반경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관심이 큰 사업이다.
그러나 핵추진잠수함은 함정을 건조하는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원자로 기술과 핵연료 확보, 안전규제, 정비시설, 인력 양성, 국제협력 등 여러 조건이 맞물린다.
초기 예산이 개념연구와 기술개발, 설계, 기반시설 가운데 어디에 사용되는지 구분해야 한다. 전체 사업기간과 총사업비를 제시하지 않은 채 착수비만 승인하면 이후 비용이 빠르게 증가해도 사업을 되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회는 1000억원의 세부 용도와 단계별 의사결정 지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가능성과 군사적 필요성뿐 아니라 기존 잠수함 전력과의 역할 분담, 운용·폐기까지 포함한 장기 비용도 검토해야 한다.
외교·안보적 제약과 안전관리 체계도 예산 심사의 대상이다. 전략적 상징성이 크다는 이유로 사업 타당성 검증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검증, 무기 도입 지연의 원인을 공개했나
국방예산 검증의 두 번째 기준은 전력화 일정이다. 방위력개선비가 늘어도 시험평가와 계약, 기술이전, 부품 공급 문제로 도입이 늦어지면 안보 효과는 계획보다 뒤로 밀린다.
대규모 무기사업은 한 해에 끝나지 않고 여러 회계연도에 걸쳐 예산을 투입한다. 초기 사업비를 낮게 제시해 시작한 뒤 설계 변경과 물가 상승, 환율 변동으로 총사업비가 증가할 수 있다.
국회는 신규 사업의 필요성만 심사할 것이 아니라 계속사업의 지연 원인과 증액 규모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예정된 시험평가를 통과했는지, 계약 상대방의 납품 능력은 충분한지, 핵심 부품의 공급망 위험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업이 늦어졌는데도 다음 연도 예산을 계획대로 편성하면 집행하지 못한 금액이 이월되거나 불용될 수 있다. 반대로 예산을 줄이면 생산 일정이 더 늦어지는 사업도 있어 원인별 판단이 필요하다.
전력화 지연 기간과 추가 비용, 임시 전력 보완책을 사업별로 공개해야 한다. 계획 변경을 실패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변경 사유와 대응 결과를 추적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드론 예산 확대, 수량보다 운용체계를 물어야
정부는 현대전에서 드론의 역할이 커진 데 대응해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드론 교육훈련 예산은 358억원에서 882억원으로, 타격용 드론은 148억원에서 479억원으로 늘렸다(국방부, 2026년).
군집드론 연구개발에 착수하고 중거리 자폭드론과 분대급 소형 대인 자폭드론, 소형 공격드론을 확충한다. 접적지역에는 대드론 통합체계와 소형무인기 대응체계도 강화한다.
드론 교란·요격 예산은 430억원에서 916억원으로, 탐지 분야는 503억원에서 756억원으로 증가한다. 교육훈련과 작전 지원 예산도 3억원에서 393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국방부, 2026년).
드론은 비교적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지만 통신이 끊기거나 전파방해를 받는 환경에서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 훈련장에서 비행한 횟수보다 실제 전장과 유사한 전파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서로 다른 군과 부대가 개별 드론을 도입하면 통신체계와 조종장비, 정비부품이 제각각이 될 수 있다. 기종을 늘리는 것과 표준화된 운용체계를 만드는 일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드론 도입 수량과 함께 가동률, 조종자 양성 인원, 전파방해 상황의 임무 성공률, 손실 장비의 보충 기간을 성과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공격용 드론과 방어체계 사이의 투자 균형도 점검해야 한다.
세 번째 검증, AI가 병력을 얼마나 줄이는가
정부는 국방환경에 맞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430억원 규모의 ‘국방 AI 전환 프로젝트’를 새로 추진한다. 수송과 주둔지 경계, 위험물 취급 등 병력 절감 효과가 큰 분야에서 피지컬 AI를 실증할 계획이다.
육군의 AI 경계와 해군의 AI 지휘통제, 공군의 AI 항공작전 등 군별 특화사업에도 약 70억원을 새로 반영한다. 일반전초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개선하고 무인지상감시센서도 도입한다.
AI 사업은 장비를 구매하거나 모델을 개발하는 데서 성과가 끝나지 않는다. 실제 부대에 적용해 경계인원과 반복업무를 얼마나 줄였는지, 오경보와 탐지 누락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야 한다.
인구 감소로 병역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AI와 무인체계 투자는 병력구조 개편과 연결돼야 한다. 자동화 장비를 도입하면서 기존 인력과 업무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병력 절감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실증사업마다 대체하거나 줄일 업무와 인력 규모를 사전에 설정해야 한다. 실증이 끝난 뒤 성능이 부족한 사업은 중단하고, 효과가 확인된 사업은 여러 부대로 확산하는 기준도 필요하다.
군사 데이터의 보안과 책임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 AI가 잘못된 표적이나 경보를 제시했을 때 최종 판단권자가 누구인지, 학습데이터가 편향되거나 유출되는 위험을 어떻게 통제할지도 예산 단계에서 검토해야 한다.
초급간부 월 300만원, 실수령액과 근무환경 봐야
전력운영비에서는 초급간부 처우 개선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는 중·소위와 중·하사의 기본급 처우개선율을 5.9% 반영해 하사 1호봉 보수를 월 300만원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간부숙소에 입주하지 못한 간부에게도 전세자금 이자지원을 확대한다. 영외에서 거주하는 간부의 급식비는 월 16만원으로 인상한다.
월 300만원이라는 표현을 평가하려면 기본급과 각종 수당, 평균 지급액을 구분해야 한다. 근무지와 병과, 당직 횟수에 따라 수당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모든 초임 하사가 같은 금액을 받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초급간부 확보 문제는 급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장시간 근무와 잦은 당직, 열악한 숙소, 전방 근무에 따른 가족생활의 어려움, 불확실한 장기복무 전망이 함께 작용한다.
국회는 지원자 수와 임관 후 중도이탈률, 장기복무 선발 경쟁률, 숙소 충족률을 처우개선 예산과 연결해 살펴야 한다. 급여 인상 이후 인력 확보와 복무 유지가 실제로 개선되는지 추적해야 한다.
네 번째 검증, 구입 뒤 30년의 비용을 계산했나
국방예산 검증의 네 번째 기준은 총수명주기 비용이다. 무기체계는 도입한 뒤 수십 년 동안 연료와 탄약, 부품, 정비, 성능개량 비용이 발생한다.
첨단 장비일수록 소프트웨어 갱신과 보안관리, 전문 정비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최초 구입가격만 비교하면 운용단계에서 발생할 재정 부담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KF-21과 L-SAM, 무인항공기, 드론, 핵추진잠수함은 운용 방식과 유지비 구조가 모두 다르다. 사업 승인 단계에서 예상한 연간 유지비와 가동률, 주요 부품의 교체주기를 제시해야 한다.
해외 부품이나 기술에 의존하는 무기는 환율과 수출통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산화율을 높였다는 설명도 부품 수량이나 가격 기준인지, 핵심 기술 기준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유지비가 과도하게 늘면 새 전력을 도입하고도 훈련시간을 줄이거나 일부 장비를 세워두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국회는 획득비와 운영유지비를 별개의 예산처럼 보지 말고 하나의 사업비로 평가해야 한다.
예산 집행률보다 전투준비태세를 측정해야
국방사업의 성과를 예산 집행률만으로 평가하면 정해진 돈을 모두 쓴 사업이 우수한 사업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계약을 체결하고 장비를 납품받는 것은 전력화의 중간 단계다.
새 장비가 필요한 시기에 배치됐는지, 운용인력이 훈련을 마쳤는지, 정비부품을 확보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기존 무기와 지휘통제체계에 연결돼 실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예산의 목적이 달성된다.
성과지표도 사업별 임무에 맞춰야 한다. 미사일 방어는 탐지와 요격 가능 범위, 드론은 임무 성공률과 재보급 시간, AI 경계체계는 오경보와 병력 절감 규모를 측정할 수 있다.
군사기밀을 이유로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국회에는 비공개 보고를 통해 구체적인 성능과 사업위험을 설명하고, 국민에게는 예산 목적과 일정, 비용 변동을 가능한 범위에서 제공해야 한다.
70조원 시대에는 사후평가도 달라져야
2027년도 국방예산은 국회 국방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정부안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사업 규모와 세부 배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회 심의가 신규 무기의 필요성을 두고 찬반을 벌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위협 대응 효과, 전력화 일정, 인력 절감, 총수명주기 비용이라는 공통 기준으로 사업을 비교해야 한다.
예산을 삭감한 사업에는 삭감 이유를, 증액한 사업에는 추가 재원의 성과목표를 남겨야 한다. 다음 연도 심의 때 약속한 일정과 성능을 달성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국방비 증가는 변화한 안보환경과 병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예산이 많아졌다는 사실과 국방력이 강해졌다는 평가는 동일하지 않다.
국방예산 70조원 시대에 필요한 것은 총액 경쟁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전력화다. 계획한 무기가 필요한 시기에 작동하고, 장병의 복무 여건이 개선되며, AI와 무인체계가 실제 병력 부족을 보완할 때 증액의 근거가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