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은 닫았는데 바다는 붐빈다…‘폐장 후 물놀이’가 더 위험

사건사고

여름이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덥다. 낮 기온이 높게 오르는 날이면 해수욕장이 문을 닫은 뒤에도 바다를 찾는 사람은 계속 이어지고, 물가에 발을 담그는 정도를 넘어 수영이나 스노클링, 서핑을 즐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수욕장의 운영 일정은 날씨보다 먼저 끝난다.

8월 31일 현재 강원 동해안 6개 시·군에서 운영된 85개 해수욕장 가운데 84곳이 이미 폐장했고, 고성 아야진해수욕장 한 곳만 9월 6일까지 운영된다. 문제는 폐장과 동시에 안전요원과 구조장비 상당 부분이 철수하거나 감축된다는 점이다.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은 남아 있는데 사고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대응할 인력은 줄어드는 셈이다.

최근 3년간 동해안에서 해수욕장 폐장 이후인 8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발생한 연안사고는 모두 81건이었고, 이 가운데 23명이 숨졌다. 폐장 이후의 바다가 결코 ‘비수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숫자다.


폐장하는 순간 안전요원도 함께 줄어든다


해수욕장이 공식 운영되는 기간에는 안전요원과 구조장비, 위험구역 표시, 감시체계가 함께 가동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즉시 발견해 구조기관에 신고하고 초기 대응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폐장 뒤에는 이런 체계가 크게 약해진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도 폐장 이후 안전시설물이 철거되고 안전요원과 장비가 철수·감축되면서 안전관리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별도의 연안 안전관리 강화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더 위험한 점은 공식적인 물놀이 구역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운영 중에는 수영 가능한 구역과 위험구역이 구분되지만 폐장 뒤에는 이용객이 해변 전역으로 흩어질 수 있다.

사람이 적어 한적해 보이는 해변이 오히려 구조 측면에서는 더 위험할 수 있는 이유다.


더위는 이어지는데 ‘안전의 계절’은 먼저 끝난다


해수욕장 운영기간은 대부분 7월과 8월을 중심으로 정해진다. 전통적으로 학생들의 여름방학과 휴가철, 피서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에 맞춘 일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늦더위가 길어지고 8월 말이나 9월 초에도 낮 기온이 높게 유지되는 날이 반복되면서 해수욕장 운영기간과 실제 물놀이 수요 사이에 간격이 생기고 있다.

해경이 폐장 이후 안전대책을 별도로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릉과 동해 해경은 최근 늦더위로 폐장한 해변을 찾는 관광객과 물놀이객이 계속 이어지자 취약지역 순찰과 안전계도를 강화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구명조끼 무료 대여소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결국 달력으로는 여름 휴가철이 끝났어도 사람들의 실제 행동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폐장 후 사고가 위험한 이유는 ‘첫 대응’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물에 빠지는 사고에서는 짧은 시간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 호흡이 어려워지는 익수사고나 급류에 떠밀리는 사고는 주변에서 즉시 발견해 구조 요청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폐장한 해변은 이용객 자체가 적고 안전요원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사고자가 멀리 떠밀려도 발견이 늦어질 수 있고, 신고가 접수된 뒤 구조대가 현장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동해해경청은 사고 위험이 높은 해변과 방파제, 갯바위, 야간 이용객이 많은 연안지역 등을 별도 관리대상으로 선정하고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민간 구조세력과 해양레저사업자, 소방과의 협업체계도 유지하기로 했다.

폐장 후 안전관리에서는 ‘사고가 난 뒤 빨리 구조하는 것’만큼이나 사고를 빨리 발견할 수 있는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너울과 이안류는 해수욕장 폐장 여부를 모른다


해수욕장이 문을 닫았다고 바다의 위험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동해안에서는 너울성 파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일부 해변에서는 이안류가 나타날 수 있다. 이안류는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빠르게 흐르는 물살로, 수영에 익숙한 사람도 순간적으로 먼바다 쪽으로 떠밀릴 수 있다.

특히 폐장 뒤에는 공식 수영구역이 사라지고 관리인력이 적어지기 때문에 이용객이 위험지역에 접근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29일 강원 고성 거진해변에서는 물놀이를 하던 사람들이 파도에 떠밀리는 사고가 발생해 해경이 구조했고, 이 가운데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해에도 폐장 이후 삼척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이용객이 숨지고, 고성에서는 튜브를 타던 일가족 3명이 표류했다가 구조된 사례가 있었다.

공식 운영기간이 끝났다고 바다 자체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개인 부주의’만 강조하면 놓치는 것이 있다


동해해경청은 최근 폐장 이후 발생한 사고 가운데 상당수가 구명조끼 미착용 등 개인 부주의와 관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구명조끼 착용과 위험구역 출입 자제 같은 기본수칙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고를 개인의 주의 부족만으로 설명하면 안전관리 구조의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운영 중인 해수욕장에서는 안전요원이 위험한 행동을 제지하고, 파도가 높으면 입수를 통제하며,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한다. 폐장 뒤에는 같은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이를 제지하거나 구조할 시스템이 약해진다.

같은 위험행동의 결과가 운영기간과 폐장 이후에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용객에게 안전수칙을 강조하는 것과 별개로, 늦더위가 이어지는 시기에 어느 정도의 안전관리 인력을 유지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부 지역은 이미 안전요원 배치를 늦추고 있다


실제로 동해해경청은 지자체와 협의해 일부 해수욕장의 안전요원을 8월 말이나 9월 초까지 연장 배치하도록 요청했고, 연안안전지킴이 근무 역시 이용객과 치안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런 방식은 향후 해수욕장 안전관리의 방향을 보여준다.

과거처럼 모든 해수욕장을 같은 날짜에 일괄적으로 운영하고 폐장하는 방식보다, 기온과 방문객 수, 파고와 해류, 지역별 사고 위험을 고려해 안전요원 배치기간을 조정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이나 늦더위가 이어지는 기간에는 최소한의 구조인력을 남기거나, 위험지역 중심으로 순찰을 집중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문제는 안전인력에도 비용이 든다는 것


물론 해수욕장 운영기간을 무작정 늘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안전요원 인건비와 구조장비 운용비, 관리인력 비용이 필요하고, 지자체마다 재정여건과 방문객 규모도 다르다. 이용객이 거의 없는 해변까지 동일하게 안전요원을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해수욕장을 더 오래 열 것인가’라는 단순한 질문보다, 실제 이용량과 사고위험에 따라 안전관리 수준을 얼마나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느냐에 있다.

기상청의 기온 전망과 해양기상정보, 통신사나 지자체의 방문객 데이터 등을 활용해 이용객이 많은 해변을 중심으로 안전인력을 탄력 배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운영기간을 달력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실제 위험과 수요에 맞추자는 것이다.


해수욕장이 닫힌 뒤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해수욕장 개장기간을 가장 위험한 시기로 생각한다. 사람이 많이 몰리고 물놀이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의 관점에서는 반대로 볼 필요도 있다.

성수기에는 이용객이 많지만 안전요원도 많고 구조체계도 집중적으로 운영된다. 반면 폐장 뒤에는 사람은 줄지만 안전인력도 함께 줄고, 한적한 해변을 찾는 사람은 계속 남는다.

최근 3년간 폐장 이후 동해안에서 81건의 연안사고가 발생하고 23명이 숨졌다는 통계는 이 ‘안전의 역설’을 보여준다.

지금처럼 8월 말에도 더위가 이어지고 9월 초까지 바다를 찾는 사람이 계속된다면 해수욕장 관리도 과거의 휴가철 일정만 따르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개인은 폐장한 해변에서 물놀이를 할 때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너울이나 이안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본수칙을 지켜야 한다. 동시에 지자체와 해경 역시 사람이 실제로 바다를 찾는 기간과 안전관리 기간 사이의 간격을 줄일 필요가 있다.

바다는 폐장일을 기준으로 계절을 바꾸지 않는다.

해수욕장 간판은 내려갔어도 물놀이가 계속된다면, 안전관리 역시 그 현실에 맞춰 조금 더 오래 남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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