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헌터증후군 치료제, 3상서 주요 장기 치료 효과 확인”

헌터증후군, 희귀질환의 메커니즘을 정조준한 국산 치료제

국내 바이오 기업 GC녹십자가 개발한 헌터증후군 치료 신약 ‘헌터라제’(Hunterase®, 성분명: 이두나테파하이에스; idursulfase-beta)가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에서 주요 장기 치료 효과를 입증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임상은 단순한 질병 완화 차원을 넘어, 희귀 유전질환인 헌터증후군의 병태생리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획기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

고셔병이나 파브리병처럼 헌터증후군도 리소좀 축적 질환의 일종이다. X-염색체 연관 열성유전 질환으로 이두론산 2-설파타제(IDS) 효소 결핍에 의해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 점액다당류)이 체내에 축적되며 다기관에 병리적 손상이 발생한다. 현재까지 완치를 기대하긴 어려우며, 효소대체요법(ERT)이 주요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임상 3상 결과 요약: 간·비장·심폐 기능 등 장기 개선 뚜렷

이번 임상시험은 한국, 일본, 브라질, 대만, 호주 등에서 진행된 다국가, 다기관 연구로, 효소대체요법을 받지 않은 헌터증후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헌터라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환자들은 26주 간격으로 0.5mg/kg 용량의 헌터라제를 정맥주사 받았으며, 주요 평가 지표로는 간과 비장의 용적, 6분 보행 거리(6MWT), 호흡기능, GAG 배출량 등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 간과 비장은 유의미하게 축소되었고, 6MWT에서도 걷기 능력의 향상이 관찰됐다. 이 같은 결과는 단순 생체 수치의 변화를 넘어, 환자의 삶의 질(QoL)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지표로 희귀질환 치료제로서는 고무적인 결과다.

특히, 헌터증후군은 전신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간, 비장 크기의 축소는 치료 효율이 전신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기존 약물보다 치료 반응범위가 넓어졌음을 시사한다.

‘엘라프라제’와의 경쟁 구도 속, ‘국산 기술’ 글로벌 입지 넓히나

치료제 시장에서의 비교 대상으로는 일본 다케다가 개발한 ‘엘라프라제’(Elaprase®, 성분명: idursulfase)가 있다. 엘라프라제는 지난 2006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헌터증후군 효소대체 치료제로,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의 독점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엘라프라제는 간헐적 고열, 발진, 알러지성 쇼크 등의 이상반응이 보고됐고, 일부 환자에서 체내 중화항체(Antibody)가 형성되어 장기 치료 효과가 감소하는 한계점이 있었다. 반면, 헌터라제는 국내 임상과 글로벌 3상에서 내약성과 안전성 면에서 더 우수한 프로파일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는 ‘세포 침투 효율’이다. 헌터라제는 특허받은 바이오제조공정 기술을 통해 효소의 안정성과 세포흡수를 동시에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엘라프라제보다 더 적은 항체 유도 가능성을 가진다는 데이터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한국 바이오, 희귀질환 치료제 ‘넥스트 챕터’ 쓸까?

헌터증후군 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1~2명 꼴로 나타나는 초희귀질환 환자군이다. 글로벌 환자 수는 약 2~3천 명 수준으로 추정되며, 시장 규모는 단순한 매출 이상의 윤리적, 공공보건학적 가치가 있다. GC녹십자는 현재까지 국내와 중남미, 동남아 일부 국가에 헌터라제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번 글로벌 임상 3상을 통해 본격적인 선진국 시장 진입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또한 희귀질환 분야는 사회적 요구도가 큰 만큼 각국의 규제기관들도 혁신 치료제에 대해 ‘패스트트랙’, ‘희귀의약품 지위(Orphan Drug designation)’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GC녹십자도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규제당국과 긴밀히 협의하며 헌터라제의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국산 기술로 글로벌 임상 3상까지…국내 제약바이오의 전환점”

대한의료협회 관계자는 “국산 희귀질환 치료제가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낸 것은 국내 제약기술이 기능적 완성도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며 “효소 치료제 시장은 기술 장벽이 높고 규제도 까다로운 영역이지만 그만큼 진입 장벽을 넘은 이후의 이익도 크다”고 평가했다.

희귀질환 정복의 신호탄

GC녹십자의 헌터라제 임상 3상 결과는 국내 바이오산업의 희귀질환 치료 영역에서의 가능성을 재확인시킨 사례다. 글로벌 시장에서 진입 장벽이 높고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소수 기업만 도전하던 분야지만, 생명윤리와 공공보건의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첫걸음을 국산 기술이 성공적으로 디뎠다는 의미가 깊다.

헌터라제는 이제 규제기관의 승인 과정과 상업화 전략이라는 또 다른 관문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헬스 산업의 새로운 내러티브로 ‘글로벌 희귀질환 정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국내외 의학 저널, 희귀질환 협회 공식 통계, GC녹십자 기업보고서, 임상시험등록센터(ClinicalTrials.gov) 데이터, 기자 자체 인터뷰 및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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