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새로운 지정학의 중심축으로” – IRENA의 분석 보고서로 본 국제질서 변화

녹색산업과 기술

“에너지 전환, 새로운 지정학의 중심축으로” – IRENA의 분석 보고서로 본 국제질서 변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25년 4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기술 변화나 기후 대응을 넘어, 국제 안보와 지정학의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에너지 안보가 주로 석유·가스 공급을 중심으로 이해되었다면, 이제는 재생에너지 생산 역량과 관련 소재 공급망의 안정성이 주요한 안보 지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출처: IRENA,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적으로 총 585GW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추가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2050년까지 전력의 9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1.5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태양광, 풍력, 배터리 등 핵심 기술의 공급망 안정성과 접근성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특히 리튬,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광물자원의 채굴과 정제는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어 공급 불안정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유발하고 있다. IRENA는 이러한 편중 구조가 향후 무역 마찰, 수출 제한, 시장 왜곡 등의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2030년 예상 리튬 수요는 연 230만 톤에 이르지만, 전 세계 매장량은 5억 6천만 톤으로 알려져 있어, 공급 자체의 부족보다는 공급망의 집중도와 처리 인프라의 제약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IRENA는 각국 정부가 과거 화석연료 중심 사고방식을 그대로 재생에너지로 옮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보다 분산적이고 디지털화된, 상호 연결된 전력 인프라를 염두에 둔 전략적 설계”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탐사 및 생산 인프라에 대한 투자, 특히 아프리카 등 미개발 지역에 대한 접근 확대, 소재 재활용 기술 및 대체 소재 개발을 통한 리스크 완화, 기술 이전과 금융 협력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리튬, 니켈,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어 공급망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핵심광물 확보 전략’,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로드맵’ 등을 통해 소재 다변화 및 재활용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또한 한국은 ‘국가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6%까지 확대하고, 수소 경제 인프라 구축,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 유치 등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프리카·남미·호주 등 자원 부국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통해 자원 탐사와 공급망 외교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 대응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와 유럽 현지 생산시설 확대는 물론, 원소재 확보를 위한 장기 계약과 합작법인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이 단순한 공급 안정화를 넘어, 한국의 산업 생태계 전반의 회복력과 글로벌 입지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평가한다.

IRENA는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국가 간 협력과 투명한 자원 시장 구축, 포용적 거버넌스 모델이 핵심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결국 에너지 전환의 성공 여부는 기술 개발 그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국가가 그 혜택을 공유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새로운 글로벌 질서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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