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혈액 부족 문제 해결” 생명硏, 면역 결핍 미니돼지 개발

최근 수년간 장기이식뿐 아니라 혈액 공급에서도 ‘동물 유래 조직 및 세포’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내 연구진이 개발에 성공한 ‘면역결핍 미니돼지’가 혈액 수급난 해소의 새로운 단초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국내 혈액 자급률은 80% 안팎으로, 특히 희귀 혈액형의 경우 수급 자체가 어렵고, 감염 위험성까지 여전한 실정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발표한 ‘면역결핍 미니돼지’ 개발은 조용하지만 강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연구성과를 중심으로 혈액 수급 문제의 현황과 해결 가능성, 관련 기술의 윤리적·과학적 쟁점까지 정리했다.

국산 생명공학기술의 진화: 면역결핍 미니돼지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선욱 박사팀은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Cas9)을 활용해 면역세포를 생산하는 핵심 유전자(RAG2, IL2rg 등)를 제거한 미니돼지를 개발했다. 이로써 이 미니돼지는 외부 조직 거부반응이 극히 낮은 ‘면역결핍’ 상태를 구현하게 되었는데, 이는 알파갈(alpha-Gal·인간과 돼지 간 조직이식의 주요 거부 반응 요인) 항원을 제거한 것과 더불어 실질적인 인간 친화형 이종이식 플랫폼의 기초가 되는 기술이다.

왜 ‘돼지’인가?

돼지는 해부학적 구조 및 생리 기능 면에서 인간과 유사성이 커 오랫동안 이종 이식 연구의 핵심 모델로 다뤄졌다. 특히 미니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고 관리가 용이해 실험 및 의료용으로 적합하다. 이번 연구성과는 기존 유전자 편집만으로는 구현되지 않던 면역억제 모델을 국산화하고, 비임상 시험에 적합한 대동물 실험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한다.

혈액 부족 해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이 돼지의 ‘혈액’을 직접 수혈하려는 목적보다는, 면역결핍 미니돼지를 활용해 혈액 생성 세포를 인간 유래 세포로 치환하거나, 인공혈액 생산 기술에 접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대체혈액 연구는 아래와 같다:

– 인공혈액(Hemoglobin-Based Oxygen Carriers): 주로 소혈색소(Bovine Hemoglobin) 혹은 인공 합성 구조 이용
– 줄기세포 기반 조혈모세포 유도: iPSC(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인체 혈액 세포 생산 시도
– 유전자 편집 동물 모델 활용: 인간 관련 단백질 및 조직의 생산을 목표로 함

이들 연구 중 ‘면역결핍 미니돼지’는 인간 혈액세포 또는 장기 배양의 일종의 ‘생체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관련 연구가 확대되면 희귀 혈액 공급이나 인체세포 기반 세포치료제 생산까지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동향과 비교: 어디까지 와 있는가?

미국의 eGenesis와 Revivicor, 일본의 메이지 재단과 RIKEN 연구소도 유전자 편집 돼지를 활용한 이종 장기이식 연구에 매진 중이다. 특히 eGenesis는 최근 알파갈 항원을 제거하고 바이러스 위험성을 낮춘 이식용 돼지 신장을 인간에게 실험적으로 이식하는 데까지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금까지 주로 미니돼지를 수입해 연구에 활용해왔으나, 이번 연구성과로 국산 면역결핍 모델이 확보되며 차세대 의약 연구 및 국산화 플랫폼에 본격적인 길이 열렸다.

기술을 넘어, 사회적 합의와 제도화가 필요

확실히 이종이식 및 대체혈액 기술은 미래 의료의 중요한 출구전략이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동물 복지 논란, 유전자 조작의 윤리성, 감염 가능성 등에 대한 박층적 정리가 필요하며, 사회 전체 차원의 합의 없는 기술 상용화는 현실적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임상 적용까지는 연관 규제기관(식약처, 복지부 등)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정비와 임상시험 데이터 축적이 병행되어야 한다. 의료 공공성과 생명윤리, 산업화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3대 가치 균형’이 관건이다.

 한국형 바이오 생태계, 이제는 생명을 재설계하는 단계로

면역결핍 미니돼지는 더 이상 동물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 생명을 재조합하고 확장할 수 있는 고차원적 생명공학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혈액과 장기의 공급 불균형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자, 한국 바이오 기술의 세계적 위상을 높일 ‘작지만 큰 존재’로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향후 이를 활용한 다양한 임상·비임상 연구의 확대가 기대된다.

참고 출처: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공식 보도자료, 2024.06
–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이종이식 관련 논문 (2023)
– 대한수혈학회, 국내 혈액 수급 현황 보고서 (2023)
– 미국 FDA 임상 승인을 받은 이종이식 사례 분석 리포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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