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진단검사의학 전문기관인 GC녹십자의료재단이 중앙아시아 보건시장 확장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최근 재단은 우즈베키스탄 국립위생·역학·공중보건위원회(SEWPHC)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향후 진단검사의학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밝혔다. 이 같은 행보는 한국의 첨단 검사 인프라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협약의 핵심 내용은 감염병 진단, 유전체 분석, 만성질환 조기 검사 등 진단검사의학 전반에서 양국 간 기술 교류와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특히 GC녹십자의료재단이 보유한 감염병 정밀진단 시스템은 결핵, B형간염, HIV 등 중점 감염 질환에 고전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몇 년 사이 공중보건 분야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선진국 수준의 검사 인프라나 인적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관 간 MOU를 넘어서, 우즈베키스탄의 실질적인 보건 인프라 향상 및 일차의료의 질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 간 보건 협력에서 진단의학이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협약은 한국형 진단 모델의 글로벌 확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GC녹십자의료재단은 이미 몽골, 베트남, 중동 국가 등과 검사 기법 공유 및 검사의뢰 서비스 등을 진행해 온 바 있으며, 현재는 전체 검사 항목 중 약 30% 이상이 해외 파트너 기관의 의뢰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해당 재단은 COVID-19 팬데믹 당시 WHO 기준을 만족시키는 고감도 PCR 검사 시스템으로 글로벌 진단 신뢰도를 입증했고, 이러한 경험이 향후 지속 가능한 공중보건 파트너십 구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유대훈 교수는 “진단검사의학은 감염병 대응뿐 아니라, 만성 질환 관리, 암 조기진단,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 등 모든 현대 의료의 중심 축”이라면서 “이번 협력은 중앙아시아국가에서 한국의 공중보건 모델이 실증되며 현지화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협력 유지를 위해선 단순 기술 이전을 넘어 지속적인 인력 교육, 품질관리 시스템 수립, 지속적 성과관리 지표 마련 등 ‘동반성장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해외 보건협력 사례들 가운데 상당수가 단기 프로젝트에 그쳤던 점을 고려할 때, GC녹십자의료재단이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GC녹십자의료재단은 한국 의료 기술의 신뢰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기업들이 아시아와 중동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 자리잡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디지털 헬스, 정밀의료, 유전체학 분야와의 융합 또한 향후 우즈베키스탄 보건체계의 ‘도약 엔진’이 될 수 있다.
진단의학은 의료기술 중 가장 과학성과 재현성이 높은 분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환자 상태를 수치화하고 증거 기반으로 질병을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므로, 공중보건 의사결정의 정밀도를 높인다. 이런 점에서 이번 협약은 헬스테크 기반의 공공의료 혁신 모델로 변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해외사업의 확장’보다 더 깊은 구조변화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눈 여겨볼 점은 우즈베키스탄 보건당국의 최근 행보다. WHO의 글로벌 보건 규범 수용뿐 아니라, ‘2023~2030 국가 건강전략’을 발표하며 만성질환 예방과 조기 진단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정밀진단 기술과 보건정책 경험을 수용하는 데 있어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장이란 뜻이다.
의료는 궁극적으로 사람의 삶을 바꾸는 수단이다. 단순한 한류 열풍이나 사업 진출을 넘어, 한국의 우수한 공공의료 관리 역량과 표준화된 진단기술이 세계 각국의 보건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대한민국 헬스케어 브랜드’의 위상은 한 단계 격상될 것이다. 이번 GC녹십자의료재단과 우즈베키스탄 보건당국 간 협약은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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