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AI 기술이 방사성의약품과 결합하며 정밀의료에 본격적인 속도를 붙이고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원장 임재준)은 방사성의약품이 암세포에 얼마나 정확하게 결합하는지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 기술은 방사성의약품 후보 물질의 특성과 암세포 표적의 결합 특성을 미리 분석함으로써, 효과적인 약물 선별과 신속한 임상 전 개발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핵심은 ‘타깃 결합력 예측’…”개발 시간과 비용 획기적 단축”
이번 기술은 AI를 활용해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과 암세포 수용체 간의 결합력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한다. 통상적으로 방사성의약품은 암세포의 특정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붙는 물질로, 진단(PET, SPECT)이나 치료(방사면역치료) 목적에 활용된다. 문제는 신약 개발과 유사하게 표적 정확도를 실험으로 검증하는 데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의학원 의료AI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 기술을 활용, 방사성의약품과 암세포 간 상호작용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기존에 축적된 임상, 전임상 데이터를 활용하여 의약품–표적 사이의 결합 확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고안한 것이다.
이 모델은 특히 ‘결합 친화도(Binding Affinity)’라는 생화학적 지표를 수치화해 입력값으로 사용, 실제 실험 자료와 평균 92% 이상의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기술은 향후 방사성의약품 개발 전 임상 전 단계에서 후보 물질의 우선순위 선정을 돕고, 불필요한 실험을 줄이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AI-의약 융합은 피할 수 없는 흐름…’핵의학의 게임체인저’ 될까?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AI 기반 정밀 핵의학’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전통적으로 의약산업과 AI는 ‘별개 세계’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딥러닝 기반 신약개발(Drug Discovery) 모델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이제 그 흐름이 방사성의약품 분야로 퍼지고 있다. 핵의학은 특히 고비용·저성공률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AI에 의한 조기 위험 분석과 약물 선별이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시도는 해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미국의 스타트업 ‘Atomwise’는 AI 기반의 약물-표적 결합 예측 플랫폼을 활용해 제약사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반 화합물에 집중하고 있으며, 방사성의약품이라는 특수 목적 약물군을 대상으로 한 AI 연구는 아직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이 분야에서 사실상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한 셈이다.
임상 현장까지 넘어야 할 장벽…”투명한 알고리즘·검증 체계 필요”
물론 이 기술이 실제 환자 진료 현장에서 바로 쓰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AI 예측에 사용된 훈련 데이터의 다양성과 정확성, 예측 결과에 대한 논리적 해석 가능성, 그리고 실제 임상 사용을 위한 규제 승인 과정 등이다.
특히 방사성의약품은 작은 실수로도 오작용이나 부작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AI 알고리즘의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이 중요한 이슈다. 단순히 결과값이 아니라 왜 해당 예측이 나왔는지에 대한 인과 기반 해석이 가능해야 의료진의 신뢰를 얻고 승인 과정도 통과할 수 있다.
건강기자로서 제언하자면, 앞으로 의료 AI 기술의 성공 가능성은 ‘정답 도출 능력’뿐 아니라 ‘과정의 투명성’에 달려 있다. 특히 방사성의약품처럼 고위험 고수익 모델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기존의 학문적, 윤리적 기준과 AI 기술의 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I가 여는 방사성의약품 시대, ‘인간+기계+데이터’ 삼위일체 필요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이번 성과는 미래 정밀의학의 한 방향을 제시한다. 방사성의약품은 암의 조기 진단과 재발 판단에 필수적인 기술 중 하나이며, 조기에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성공 확률 높은 후보를 선별할 수 있다면, 향후 의료비 절감과 생존율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 기술이 실제 병원 및 제약 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 투명한 데이터 공개, 글로벌 기술 표준화 수준 충족, 다기관 검증 등이 차례로 진행돼야 한다. 인간 의사와 AI, 과학 데이터가 조화롭게 설계된 시스템이 구축될 때, 진정한 ‘정밀 핵의학’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관련 링크:
– 한국원자력의학원 공식 웹사이트
– 방사성의약품 개발 동향 2024 보고서 (식약처)
– AI 기반 신약개발 트렌드 (MIT Technology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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