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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단체 “직장인 10명 중 4명 아파도 유급병가 못 써”

    시민단체 “직장인 10명 중 4명 아파도 유급병가 못 써”

     

    대한민국의 직장 환경은 OECD 평균보다 긴 노동시간과 치열한 경쟁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아파도 쉬지 못하는 직장인이 여전히 절반에 가깝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건강연구소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모임 등의 공동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약 4명(38.4%)은 유급병가가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었다.

    병가가 없는 환경에서는 감기, 근골격계 질환, 정신적 스트레스 같은 일반적인 질환은 물론, 장기 치료가 필요한 중증질환까지도 제대로 된 회복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로 인해 상태가 악화돼 재입원이 반복되거나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픈데도 출근’이 일상이 된 대한민국
    “이러다가는 직원이 쓰러질 때까지 돌려쓰는 노동 시스템이 고착화될 것입니다.”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조사에 응답한 이들 중 약 절반(50.7%)은 아파도 결근하지 않고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은 단순히 노동력으로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건강과 존엄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직장 내 유급병가가 시스템으로 정착돼 있지 않을 경우, 조직문화마저 병가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방향으로 고착화된다.

    이러한 현실은 유급병가가 법적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인 민간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급병가가 법으로 의무화된 곳은 공무원, 교사 등 극히 일부다. 반면, 민간 부문 종사자는 사업주 의지에 따라 병가 여부가 결정된다.

    ▶OECD 평균에도 못 미쳐…선진국과의 격차 뚜렷
    캐나다, 독일, 영국 등 유럽 권역 대부분은 ‘유급병가제’를 법제화해 실질 임금 손실 없이 병가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최대 28주까지 정부가 부당해고 보호와 생계지원을 포함한 ‘법정 병가’를 보장한다.
    반면 한국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가격리 병가 지원금’이 일시적으로 운영되었을 뿐, 항구적인 제도로 정착되지 못했다.

    ▶영세 사업장·비정규직서 병가 보장 “그림의 떡”
    유급병가 제도가 가장 취약한 층은 비정규직과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다.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를 포함한 특수고용직 역시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며, 병가 신청은커녕 ‘아프면 일거리 끊긴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근무 중이다.
    건강권이는 시민단체 행동모임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 활동가는 “실제로 병원을 찾는 것 자체가 사치인 이들도 많다”면서 “장시간 노동, 낮은 임금, 복지 미비가 겹친 구조 안에서는 건강보다 생계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병가 제도화’ 논의 필요…정부와 국회, 안일한 대응
    전문가들은 유급병가를 의료보험이나 고용보험과 연동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병가제도 실험’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일부 구직자 대상의 표준근로계약서에 병가 조항을 넣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기도 역시 도 차원의 ‘공공병가’ 제도 도입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예산 문제, 사업주 반발 등을 이유로 본격적인 논의조차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관련 입법안이 일부 발의되었으나, 실질 심의나 정책 반영은 요원한 상태다.

    ▶기자의 시각 – “병가 제도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미래복지”
    한국은 ‘인구 고령화 속도 1위 국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젊은 노동력의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한 노동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오랜 의학 지식과 현장 취재 경험에 비춰봤을 때, 유급병가는 치료와 예방, 건강 불평등 해소의 측면에서도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병가를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가능해져, 결과적으로 의료비 증가와 생산성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정부는 유급병가 확대가 재정 부담이라고 말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보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은 과로사와 반복되는 병가 결근, 나아가 극단적 선택이다. 노동 존엄을 ‘죽음’으로 증명해야 했던 여러 사건 이후에도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자격이 없다.

    ▶끝으로 – ‘아프면 쉬는 건 권리입니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사회’는 구성원 전체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제는 유급병가를 단순한 복지 혜택이 아니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기본 건강권으로 재정의해야 할 때다.

     

  • 찜통더위에 온열질환 구급이송 5년간 4배 늘어…절반이 고령층

    찜통더위에 온열질환 구급이송 5년간 4배 늘어…절반이 고령층

    여름철 불볕더위가 ‘조용한 살인자’로 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온열질환으로 인한 구급이송 사례가 4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절반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확인됐다.

    질식할 듯한 더위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단순한 불쾌함을 넘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온열질환이 공중보건의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주거 환경이 취약한 계층에게 집중되는 피해는 기후 불평등의 실체를 드러낸다.

    ※ 온열질환이란?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등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온 조절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 초기에는 두통·무기력 등의 증상으로 시작되며, 방치할 경우 의식 저하나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

    📈 구급이송, ‘연평균 26% 증가’ 추세
    질병관리청의 최근 ‘온열질환 감시체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온열질환 구급이송 건수는 800여 건에서 3,200여 건으로 무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분석해보면 연평균 약 26%의 증가율이며, 특히 2023년 하절기에는 10일 이상 열대야가 이어지던 시기에 환자가 폭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전체 이송자의 약 52%가 고령층이라는 점이다. 노화로 인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만성질환자 비율도 높아 온열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다. 또한 더위를 피할 마땅한 장소가 없는 독거노인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단순한 건강 문제가 아니라 사회 안전망의 문제이기도 하다.

    🏙 무풍지대 사라진 도심, ‘열섬효과’가 기름 부어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평균 여름 기온이 1도 이상 상승해, 폭염일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서울·대구·광주 같은 대도시에서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힌 ‘열섬현상(Heat Island)’이 기온을 더욱 상승시키는 주범이 된다.

    실제로 2023년 8월 중순 기준, 서울과 대구의 열대야 발생 일수는 20일 이상이었다. 새벽에도 기온이 27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서 체력 회복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는 야외 노동자나 무더위 쉼터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직격탄이 된다.

    👥 기후 취약계층, 제도적 대응 시급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무더위 쉼터 운영, 폭염경보 문자 발송 등 여러 대응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답답하다.

    “무더위 쉼터는 대부분 낮에만 운영하는 데다, 접근성이 떨어져 노인분들이 가기 힘들어요. 물도 자주 떨어지고요.”
    – 서울 동작구의 한 복지관 사회복지사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24시간 무더위 쉼터 확대 △폭염 시 야간이송체계 강화 △실시간 온열질환 알림 시스템 도입 등 다층적 안전 대책이 요구된다. 일본, 프랑스 등은 기상이변 시 취약계층에게 별도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기후건강 대응 실험’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비상 상황에 준하는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 전문가 제언
    대한의료협회 관계자는 “폭염은 고혈압, 심부전, 뇌졸중 등 기존의 만성질환 악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 계절 질환으로 봐선 안 된다”며, “고령자·기저질환자의 경우, 하루 2회 이상 체온과 혈압을 체크하고, 외출은 오전 11시 이전 또는 해가 진 뒤로 제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 건강하게 여름을 나는 법
    – 하루 수분 섭취 2L 이상
    – 외출 전 기온 및 체감온도 체크
    – 폭염 속 무리한 야외활동 삼가
    – 에어컨보다 선풍기·차가운 수건 활용
    – 탈수 징후(두통, 메스꺼움, 근육통) 감지 시 즉시 그늘진 곳으로 이동

  • ‘중복상장설’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에 “상장 계획 없다” 약속

    ‘중복상장설’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에 “상장 계획 없다” 약속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계열 분리를 추진 중인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중복상장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에피스 내부 직원들에게 “향후 독자적 상장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투자자들과 시장 전반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복잡하게 얽힌 ‘중복상장 루머’의 실체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할 이후 에피스를 독자적으로 상장시켜 자금을 추가적으로 유치하려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일파만파 퍼졌다. 특히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바이오젠 콜옵션 이슈 등으로 촉발된 ‘투자자 신뢰의 적신호’가 다시 고개를 들자, 에피스 측은 즉각적인 입장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공식적인 사내 발표를 통해 “현재 상장 계획은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번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단순 루머 해소 차원을 넘어, 분할 이후에도 삼성의 바이오철학이 ‘투자자 신뢰’ 위에 기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왜 중복상장이 논란인가?

    업계에서 중복상장이 민감한 이슈로 받아들여지는 배경에는 바로 투자자의 ‘지분 희석’ 우려가 있다. 새로운 회사가 상장되면 기존 주주에게는 물량 부담, 가치 희석, 오너십 혼동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발생한다. 따라서 오해가 노출된 구조에서는 시장 안정성을 해치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그룹이 과거 바이오젠 옵션 회계처리 논란으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은 전적이 있는 만큼, 이번 ‘중복상장설 부인’은 그간 누적된 신뢰 이슈를 불식시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래 성장 전략

    중복상장이 없다는 것이 앞으로의 전략이 소극적이란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율적 경영 구조를 기반으로 실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중심의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레드오션인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오리지널리티 기반 신약 개발까지 지평을 넓히려는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다음 행보로 ▲글로벌 유통 파트너 확대, ▲차세대 면역항암제 플랫폼 확보, ▲AI 기반 임상 최적화 등의 중점 전략이 거론된다.

    전문가 시각: “상장보다 중요한 건 ‘지속가능 경영’”

    국내 바이오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최근 행보에 대해 산업분석가들은 한 목소리로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상장은 기업 가치를 시장화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건강경제 분야 전문가인 본 기자는 “상장보다 중요한 것은 명확한 비전과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실행력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장 포기’를 선언한 것이 아닌, ‘신뢰 회복’이라는 본질에 주목한 게 핵심”이라며 고평가했다.

    중복상장설 차단은 ‘선택과 집중’의 신호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중복상장설 일축’은 시장과 내부 구성원에게 명확한 신호를 보낸다. 더 이상의 투자자와의 불필요한 갈등은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그 모든 에너지를 제품 파이프라인 확보와 글로벌 사업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 가능하다.

    바이오산업은 본질적으로 ‘신뢰산업’이다. 데이터, 품질, 투명성이라는 3박자를 모두 갖출 때만이 환자와 투자자, 나아가 글로벌 의료계에서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번 발표로 제2의 도약 신호탄을 쏘았는지, 아니면 상황관리용 제스처에 그칠지는 향후 제품 상용화 및 매출 성장 지표에서 그 명암이 갈릴 것이다.

     

  • 이준석 “외래 연간 120회 넘으면 과다 의료이용…건보재정 확보”

    이준석 “외래 연간 120회 넘으면 과다 의료이용…건보재정 확보”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과다 의료이용’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논란과 관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표한 건강보험개혁 공약을 통해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120회를 초과할 경우, 본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민 개개인의 의료이용이 무분별하게 건강보험재정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주장이 과연 현실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 또 건강보험의 본질인 ‘보편적 보장성’과 충돌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기사에서는 이 후보의 주장을 바탕으로 제도의 배경, 문제의 핵심, 전문가 의견, 해외 사례를 종합해 본격적으로 따져본다.

    🚨 정책의 요지: “외래 120회 초과 시 과다 이용자”
    이 후보는 “대한민국 건강보험은 소위 말하는 ‘문전성시’ 현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재정 운영이 어렵다”며 “외래진료를 연간 120회 이상 받는 국민은 전체의 상위 1%에 해당된다. 이들을 중심으로 추가 본인부담을 유도하고, 과도한 의료 이용을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후보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본인부담 상한제 재설계도 함께 언급하며, 건보 적자 구조의 전면 수술을 예고했다.

    📊 데이터로 본 ’120회 외래진료’의 의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평균 연 17회 수준이다. OECD 평균(약 6.8회)보다 2.5배 이상 높은 수치로,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외래 과잉 이용 현상은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외래진료 횟수가 100회를 초과하는 인구는 전체의 약 3% 내외로, 대부분 만성질환자나 고령자, 취약계층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준석 후보가 주장한 연 120회 이상 진료자가 전체의 1% 내외라는 수치도 이와 유사하며, 이들 중 상당수는 노인층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 해외는 어떻게? 독일·일본 사례로 본 건보재정 관리
    일본의 경우, 고령친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본인부담률을 인하하면서도, 병원진입 단계에서 ‘의료게이트키퍼’ 역할의 주치의 제도와 예약제도를 강화했다. 독일은 아예 질병군별 포괄수가제(DRG) 기반 보존재정을 확대하고, 외래와 입원의 구분을 명확화해 중복 진료비를 최소화했으며, 고빈도 이용 대상자에겐 ‘사전승인제’를 적용하기도 한다.

    🧩 기자의 평가: 재정 절감 vs 의료권 침해, 해법은 ‘합리적 구간 설정’
    이 후보의 주장은 분명 탁월한 캠페인 전략의 일환이다. 낭비와 효율성, 재정건전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정책의 ‘정의’쪽 상징을 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간 120회 외래라는 숫자만으로 ‘과다 이용자’ 낙인을 찍는 것은 의학적 판단과 다층적인 돌봄 필요를 단순계량화한 행정편의주의일 수도 있다.

    함께 병행되어야 할 개혁은 다음과 같다:

    – 만성질환군과 감기, 피부질환 등 경증군 구분 후 본인부담률 차등화
    – 외래다빈도 이용자의 진료 목적 및 상병코드 조사 통한 합리적 범주 설정
    – 외래횟수 많더라도 의사 1인에게 집중 진료받으면 ‘단일의료공급자 경로 예외’ 인정
    – 지역주치의 및 방문의료 활성화로 병원방문 빈도 자체 감소 유도

    📌 한 줄 정리
    “건보재정 누수를 막는 건 필요하지만, 그 메스를 환자에게만 들이댄다면 오히려 국민 건강이라는 ‘생명선’을 끊을 수도 있다.”

    출처:
    –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연보 2023
    – OECD Health at a Glance 2022
    – 보건사회연구원 자료 2023
    – 일본 후생노동성 보건의료개혁백서

  • 제주, 구제역 청정지역 지위 얻나…WOAH 총회서 논의

    제주, 구제역 청정지역 지위 얻나…WOAH 총회서 논의

    제주도가 ‘구제역 청정지역(FMD-free zone)’ 국제인증 획득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92차 세계동물보건기구(World Organisation for Animal Health, WOAH) 총회에 참석해 제주도의 구제역 청정지위 회복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한국 수의방역 역사에서 ‘구제역’은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지난 2000년대 이후 몇 차례 대규모 발생을 겪으며 국민들의 식탁과 방역체계 모두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특히 ‘제주도’에 대해 철저한 방역망을 구축해 왔으며, 그 결실이 국제 무대에서 평가받는 단계에 도달한 셈이다.

    왜 ‘제주’인가? 입지적·지리적 조건에 따른 ‘구제역 천연 방역섬’

    제주는 타 지자체와는 다르게 ‘섬’이라는 고립된 지리적 특성이 방역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지난 2000년 이후 구제역 발생 사례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는 ‘구제역 예방접종 전면 금지’라는 정부 방침과 함께 강화된 축산물 반입 규제, 입도축산물에 대한 선제적 격리 및 검사조치 등이 효과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WOAH의 기준은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데, 해당국가는 ▲최근 수년 간 구제역 발생 ‘제로’ ▲예방접종 미실시 조건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상시 감시시스템 ▲수출입 축산물의 철저한 검역체계 구축을 인증받아야 한다.

    제주도는 앞서 2001년 WOAH로부터 ‘비접종 청정지위(FMD-free without vaccination)’를 얻었으나, 대한민국 본토에서 반복되는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감염 위험 확산 우려에 따라 2014년 자진 반납한 바 있다. 이후 10년, 제주도는 치밀한 방역 전략과 행정력을 동원해 다시 청정 지위를 회복할 명분과 실질적 자격을 갖췄다.

    구제역 청정지역 지정 시 기대효과는?

    제주산 축산물 수출 ‘탄력 기대’
    가장 큰 기대효과는 ‘수출 경쟁력의 비약적 성장’이다. WOAH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게 되면, 제주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 한우, 유제품 등의 수출에 파격적인 프리미엄이 붙게 된다. 현재 한국산 축산물은 ‘예방접종 기반 청정국’으로 분류되어, 여전히 일부 보호무역적 규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비접종 청정지역 지위는 고부가가치 시장인 일본·미국, 중동 등 프리미엄 수요 시장에 대한 진출 문을 크게 넓힌다.

    국내 축산방역 정책의 모범 사례 마련
    제주는 내륙과의 철저한 축산물 이동 제한, 24시간 방역톤넬 가동, ICT 기반 전산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해왔다. 이러한 ‘스마트 방역 체계’는 타 지역에도 적용 가능한 모범 케이스로 평가받을 수 있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가 차원의 감염병 관리 모델로도 주목받을 수 있다.

    친환경·청정농업 이미지 강화
    제주는 이미 ‘브랜드 섬’이다. ‘감귤’, ‘흑돼지’, ‘한라봉’, ‘청정 제주’ 등 소비자 인식 자체가 고급 이미지다. 여기에 ‘구제역 청정지역’이라는 국제공인 인증이 부여된다면 농축산업 전반의 ‘친환경 신뢰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과제는…국제모니터링 체계 대비와 지속적 방역 유지

    단 한 번의 총회로 모든 프로세스가 끝나지는 않는다. WOAH에서는 안건으로 올라간 이후에도 면밀한 실사와 데이터 검증을 진행하며, 국제 방역 기준에 미달할 경우 신청이 거절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제주도와 정부는 향후 몇 개월간 ‘예방접종 미실시 상태에서의 감시 강화’, ‘역학조사 전문인력 보강’, ‘국제커뮤니케이션 강화’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건강기자의 시선: ‘K-방역’이 보여준 한계와 가능성의 교차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는 K-방역이라는 용어 아래 뛰어난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중앙-지방간 방역 인프라의 허점도 드러난 바 있다. 이번 제주도의 구제역 청정지역 추진은 하나의 ‘의료 방역 실험’이기도 하다. 단순히 수출효과를 넘어서, 향후 국가동물방역청 신설, 방역정보 통합시스템 구축, 국외전염병 대비 전술로까지 확대 적용이 가능한 모델이라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제주가 구제역 청정지위 회복에 성공한다면,  국가 전체의 방역 정책 신뢰도를 높이고, 대한민국 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 이정표를 세우는 사건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수출지향적 농축 산업을 넘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국민에게 제공하겠다는 정책 철학이 국제사회에서 결실을 맺는 일로 볼 수 있다.

    다가오는 WOAH의 결정은 ‘제주’라는 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방역의 품질’을 재검증하는 세계적 시금대가 될 전망이다.

  • [기고문] 기후변화 시대의 산불 예방과 복원, 무엇이 필요한가

    [기고문] 기후변화 시대의 산불 예방과 복원, 무엇이 필요한가

    금년에도 연례행사처럼 큰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피해는 더 커졌다. 안타깝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이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줬다. 그뿐만 아니라, 국토의 건강을 지키는 생태자원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탄소를 흡수해야 할 숲이 불에 타 사라진 것은 물론 그 숲이 20년 넘게 자라며 흡수해야 할 탄소를 단 며칠 동안에 발생시켰다. 

      개인의 작은 실수가 불을 지폈고, 그 실수는 환경변화로 산불의 위험성이 훨씬 커진 것을 간과하여 발생했다.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듯이 기후변화는 이미 현실이 되어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호주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발생 배경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변화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기후변화로 겨울 기온이 크게 상승하면서 눈 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봄철의 기온상승은 증발산량을 증가시키며 생물이 필요로 하는 물 부족현상, 즉 생태적 가뭄을 유발하며 생태계 전반을 건조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기후변화 시대의 소나무는 이전과 달리 겨울철 온도상승으로 광합성을 하고 물을 소비하여 물 부족을 부추겼다. 불이 발생하는 세 가지 요인 중 연료를 말리는 기후조건이 이처럼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이러한 변화를 아직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산불의 위험성이 커지는 배경을 포함하여 산불예방을 위한 대국민 생태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산불피해지 복원계획이 필요하다. 복원계획이 준비되려면 우선 피해지역에 대한 체계적이고 상세한 현장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그 지역에서 산불과 같은 교란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 성립할 수 있는 생태계, 즉 참조생태계와 비교하여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채워 온전한 모습을 되돌릴 것인가를 담아내야 한다. 

       복원은 단순한 복구가 아니라, 진단평가, 참조생태정보 수집, 이를 바탕으로 한 복원계획 수립, 실행, 모니터링, 순응관리, 효과 평가라는 일련의 절차를 거쳐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복원사업에서는 진단평가가 종종 생략되거나, 그 결과에 기반한 복원의 수준과 방법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비용과 에너지의 낭비로 이어지며, 복원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참조생태정보도 거의 활용되지 않고, 사업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모델이 없고 목표가 없는 복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복원사업에서 철저히 배제되어야 할 외래종이 도입되는 경우도 많고, 생태적 공간분포를 크게 벗어난 외지 종 (일명, 국내 외래종)이나 더 큰 생태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적합한 미소 서식처를 벗어나 도입생물들이 배치되는 경우도 많았다.

      복원이 실행된 후에 진행되어야 할 과정도 생략되는 경우가 많았다. 복원 후 진행되어야 하는 모니터링은 이루어지지만 사업초기에 복원의 목표가 되는 참조생태정보가 활용되지 않아 효과적인 순응관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복원의 효과 평가도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의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해 수준 높은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바른 복원을 실현하여 산불 발생 규모와 빈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하여 선진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듯이 산불에 내성을 갖는 식물들을 산불 위험이 높은 장소에 배치하는 방화수림대를 조성하여 산불 피해를 줄이는 방법도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자연 스스로 진행하는 복원을 수용하고, 적극적 복원은 필요한 지역에서만 시행하여 비용을 절약할 필요도 있다. 나아가 그 결과를 국제사회에서 평가받아보는 기회를 가져 우리의 복원도 선진 사회와 보조를 맞추어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글_국립생태원

  • ‘탄광 시대’ 정점 찍었나…세계 석탄 수요, 2027년까지 정체 전망

    ‘탄광 시대’ 정점 찍었나…세계 석탄 수요, 2027년까지 정체 전망

    “기록 찍고 멈춘다?” – 석탄 수요, 재생에너지 확산에 눌려 정체 국면 진입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12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 『Coal 2024』를 통해, 2024년 전 세계 석탄 수요가 사상 최고치인 87억 7천만 톤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2027년까지는 이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력 수요 증가를 어느 정도 상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출처: IEA, 2024.12】.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석탄 수요의 약 3분의 2가 전력 생산 부문에서 발생하며, 그중 가장 큰 소비국인 중국의 전력 부문 변화가 세계 석탄 수급의 향방을 좌우하고 있다. 중국은 2024년에도 석탄 의존도를 유지하면서도,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청정 에너지원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27년까지 석탄 수요가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날씨 변화와 전력 수요 증가 속도에 따라 변동 가능성은 존재한다. IEA는 “2027년 중국의 석탄 수요가 예측 대비 1억 4천만 톤 이상 더 많거나 적을 수 있다”며, 이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기상 의존성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이라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석탄 수요가 정점을 찍고 감소세에 접어든 상태다. 유럽연합은 강력한 정책 도입과 재생에너지 확대로 석탄 사용을 줄이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는 값싼 천연가스를 대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등 일부 신흥국에서는 산업 성장과 인구 증가로 전력 수요가 늘며 석탄 사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2024년 세계 석탄 생산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며 2027년까지는 증가세가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석탄 무역량은 2024년 기준 15억 5천만 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향후에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발전용 석탄의 무역량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는 여전히 석탄 무역의 중심지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베트남 등이 최대 수입국이며, 인도네시아와 호주는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가격 면에서도 현재 석탄 가격은 2017~2019년 평균 대비 5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IEA는 “세계 전력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청정 에너지 기술의 확산이 석탄 수요를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향후 기후 정책과 산업 구조 변화의 속도가 석탄 수요 정체 이후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망은 ‘탄소 중립’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 속에서, 석탄이 점차 ‘전환 에너지’에서 ‘퇴장 에너지’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 “전기차, 누구나 살 수 있어야 진짜 전환이다” – 가격 혁신 없이는 대중화 기대어려워

    “전기차, 누구나 살 수 있어야 진짜 전환이다” – 가격 혁신 없이는 대중화 기대어려워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약 1,700만 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대중 시장 확산의 열쇠는 ‘더 저렴한 전기차’에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소형·보급형 모델 판매가 급증하면서, 전기차 보급률 확대에 있어 가격이 갖는 영향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출처: IEA, 2024】.

    IEA는 “전기차는 총 소유비용(TCO) 측면에서는 이미 경쟁력이 있지만, 여전히 초기 구매 비용이 소비자 선택을 가르는 주요 변수”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판매되는 전기차의 60% 이상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저렴해졌으며, 소형차 시장에서는 2024년 상반기 기준 거의 95%가 전기차였다. 이 같은 흐름은 배터리 가격 하락, 정책 지원, 시장 경쟁 심화의 복합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중대형 SUV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평균 가격은 내연기관 차량 대비 최대 40% 이상 높다. 유럽연합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구매 가격”이었으며, 희망 구매 가격은 평균 2만 유로 수준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전략으로 전기차 프리미엄이 2022년 50%에서 2023년 20%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3만 달러 이하의 모델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인도와 베트남에서는 로컬 제조업체가 1만~1.5만 달러 이하의 소형 전기차를 출시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모습도 주목된다.

    문제는 전기차 시장의 ‘대형화’ 추세가 이 같은 가격 하락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2023년 전기차 판매의 60%가 SUV나 대형차종이었으며, 미국에서는 그 비율이 75%를 넘겼다. 이는 소비자 수요와 제조사 전략이 고급형 모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보급형 모델의 출시가 제한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시장 확대는 세계 전기차 가격을 끌어내리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BYD, 샤오펑 등 제조사는 빠르게 가격을 인하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했고, 유럽과 미국 제조사들도 이에 대응해 현지 생산 확대와 보급형 모델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의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2025년부터는 2만5천 유로 이하 전기차 모델도 대거 출시될 예정이다.

    중고 전기차 시장도 가격 인하를 촉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4년 중반 기준 중고 전기차 평균 가격은 3만3천 달러로, 전년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이는 보급형 모델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 흐름으로 평가된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가격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의 ‘사회적 리스 제도’는 월 49~150유로의 가격으로 저소득층의 전기차 접근을 가능케 했고, 이 제도를 통해 수만 가구가 전기차 운전을 시작했다. 다만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강화 움직임은 단기적으로 보급형 모델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IEA는 “가격뿐 아니라 충전 인프라, 주행 거리, 차량 크기 등 다양한 요소가 전기차 보급에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 격차를 줄이는 것이 대중화의 결정적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전기차가 진정한 대세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대의 모델이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 “연기보다 위험한 가스, 왜 못 막나?” – 메탄 문제의 정책적 공백

    “연기보다 위험한 가스, 왜 못 막나?” – 메탄 문제의 정책적 공백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5 글로벌 메탄 추적 보고서’는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메탄 감축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시급한 과제인지를 다시금 강조하고있다. 보고서는 전 세계 화석연료 부문에서 배출되는 메탄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감축 기술은 존재하지만 실제 실행은 크게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출처: IEA, 2025.05】.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단기 기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다. 동일한 조건에서 20년 동안 메탄의 온난화 영향은 CO₂보다 약 80배 강하며, 기후 시스템을 빠르게 안정화시키려는 국제적 시도에서 우선순위로 꼽힌다. 현재 에너지 부문에서의 메탄 배출량은 연간 1억 2,000만 톤을 넘으며, 그중 상당수는 기술적으로 쉽게 차단 가능한 유출임에도 방치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방치된 유정, 폐광, 폐기된 석탄광산 등에서만도 연간 800만 톤의 메탄이 누출되고 있으며, 이는 개별 국가 기준으로 보면 세계 4위 규모에 해당한다. 더불어 위성 기술의 발달로 대규모 유출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나, 실제 조치는 매우 제한적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위성이 포착한 대규모 메탄 누출 사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술은 이미 충분하다. 보고서는 전체 메탄 배출량의 70%가 기존 기술로 저감 가능하다고 분석하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포집한 가스를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1년 내 비용 회수가 가능한 사례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렇게 확보 가능한 가스량은 연간 약 1,000억㎥로, 이는 노르웨이의 연간 천연가스 수출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실행은 부족하다. 현재 세계 석유·가스 생산량의 80%가 감축 공약 하에 있지만, 이 중 ‘실질적으로 거의 제로 메탄’을 달성한 생산량은 불과 5%에 그친다. 감시 기술은 발전했지만, 규제 이행력과 감시 체계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책 결정자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별 이력 데이터와 감축 시나리오를 오픈소스로 제공하며,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실행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IEA 비롤 사무총장은 “메탄 감축은 기후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라며, “이 기회를 계속 놓친다면 더 큰 기후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메탄 감축은 값비싼 기술이나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재 당장 실현 가능한 가장 빠르고 저렴한 기후 대응 수단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도 ‘정치적 결단과 이행 시스템’임을 이 보고서는 분명하게 보여주는 현실이다.

  • “에너지 전환, 새로운 지정학의 중심축으로” – IRENA의 분석 보고서로 본 국제질서 변화

    “에너지 전환, 새로운 지정학의 중심축으로” – IRENA의 분석 보고서로 본 국제질서 변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25년 4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기술 변화나 기후 대응을 넘어, 국제 안보와 지정학의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에너지 안보가 주로 석유·가스 공급을 중심으로 이해되었다면, 이제는 재생에너지 생산 역량과 관련 소재 공급망의 안정성이 주요한 안보 지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출처: IRENA,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적으로 총 585GW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추가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2050년까지 전력의 9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1.5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태양광, 풍력, 배터리 등 핵심 기술의 공급망 안정성과 접근성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특히 리튬,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광물자원의 채굴과 정제는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어 공급 불안정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유발하고 있다. IRENA는 이러한 편중 구조가 향후 무역 마찰, 수출 제한, 시장 왜곡 등의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2030년 예상 리튬 수요는 연 230만 톤에 이르지만, 전 세계 매장량은 5억 6천만 톤으로 알려져 있어, 공급 자체의 부족보다는 공급망의 집중도와 처리 인프라의 제약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IRENA는 각국 정부가 과거 화석연료 중심 사고방식을 그대로 재생에너지로 옮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보다 분산적이고 디지털화된, 상호 연결된 전력 인프라를 염두에 둔 전략적 설계”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탐사 및 생산 인프라에 대한 투자, 특히 아프리카 등 미개발 지역에 대한 접근 확대, 소재 재활용 기술 및 대체 소재 개발을 통한 리스크 완화, 기술 이전과 금융 협력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리튬, 니켈,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어 공급망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핵심광물 확보 전략’,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로드맵’ 등을 통해 소재 다변화 및 재활용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또한 한국은 ‘국가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6%까지 확대하고, 수소 경제 인프라 구축,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 유치 등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프리카·남미·호주 등 자원 부국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통해 자원 탐사와 공급망 외교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 대응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와 유럽 현지 생산시설 확대는 물론, 원소재 확보를 위한 장기 계약과 합작법인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이 단순한 공급 안정화를 넘어, 한국의 산업 생태계 전반의 회복력과 글로벌 입지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평가한다.

    IRENA는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국가 간 협력과 투명한 자원 시장 구축, 포용적 거버넌스 모델이 핵심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결국 에너지 전환의 성공 여부는 기술 개발 그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국가가 그 혜택을 공유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새로운 글로벌 질서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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