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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범죄 이슈

“칼을 든 범인을 두고 도망친 경찰”… 法 “직무유기 맞다, 국민 신뢰 저버린 행위”

피해자들이 맨손으로 범인을 제압한 뒤 경찰은 밖에 있었다… 법원 “경찰의 두려움보다 시민 생명이 우선”

비명과 함께 아수라장이 된 인천의 한 빌라.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피해자 가족을 향해 달려들었고, 신고를 받은 두 명의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들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엉킨 그 순간, 현장을 떠났다.
피해자 가족들은 맨손으로 범인과 맞섰고, 결국 중상을 입었다.
2024년 7월, 인천지방법원은 이 사건의 경찰관들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인천지방법원_칼목2023노4055.


“현장을 이탈한 경찰, 두려움으로는 변명할 수 없다”

사건은 ‘가해자가 피해자 가족의 집 문을 발로 차고 있다’는 신고에서 시작됐다.
출동한 경찰관 A와 B는 현장에 진입했지만, 가해자가 흉기를 꺼내 피해자 D(어머니)를 공격했다.
D는 흉기에 찔려 뇌경색과 편마비(반신불수) 증세가 남을 만큼 중상을 입었다.
딸 E(25세)는 어머니가 쓰러지는 장면을 보고 맨손으로 가해자의 칼을 붙잡았고,
남편 F(65세)는 “아내와 딸이 죽을 것 같았다”며 몸으로 가해자를 제압했다.
그러나 그 순간, 현장에 있던 경찰관 두 명은 빌라 밖으로 빠져나가 있었다.
가족들은 그 짧은 몇 분 동안,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범인과 싸워야 했다.

피고인 A는 “무전기가 터지지 않아 밖으로 나간 것뿐”이라 주장했고,
피고인 B는 “훈련을 받지 못했고, 자신도 찔릴까 두려웠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이라 일축했다.

법원은 “칼을 든 범죄가 눈앞에서 벌어졌는데 현장을 이탈했다면, 그것은 직무의 포기이자 국민 신뢰의 배신”이라고 판단했다.
“가해자를 제지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남겨둔 것은 공권력의 본질을 저버린 행위”였다.


⚖️ 관련 법률 해설

  • 형법 제122조(직무유기) “공무원이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 형법 제30조(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
  • 형법 제62조 제1항(집행유예)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때에는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경찰관들이 ‘직무유기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즉, “범죄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인식하면서도 의식적으로 포기한 행위”로 본 것이다.
법원은 또한 “경찰이 두려움으로 도망쳤다”는 주장은 공무원의 책임 면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피해자는 싸웠고, 경찰은 도망쳤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해자들의 용기를 상세히 기록했다.
25세 피해자 E는 “어머니가 칼에 찔리는 걸 보고 맨손으로 범인의 손을 붙잡았다”고 진술했고,
65세 피해자 F는 “아내와 딸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그대로 뛰어올라 범인과 몸싸움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경찰관들은 밖에서 “구급차를 부르겠다”며 현장을 떠났다.
재판부는 “그들의 가족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과연 그렇게 행동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한 문장은 판결문 전체의 도덕적 핵심이었다.


“만약 나였다면… 피고인 입장에서의 대응 시나리오”

이 사건은 모든 현직 공무원과 경찰에게 경고장을 던진다.
‘위험한 현장’이라도,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임무는 결코 뒤로 미룰 수 없다.

1️⃣ 현장 판단 기준 확립
위험 상황에서도 즉시 철수하기보다, 피해자 보호 우선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법원은 “3단봉·테이저건·방검장갑 등 제압 장비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 포기”라 판단했다.

2️⃣ 공동 대응 체계 구축
경찰 내부에서는 “물리력 사용 시 진정 민원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소극적 대응이 많다.
그러나 법원은 “국민의 생명보다 내부 평판을 앞세울 수 없다”고 명시했다.
위험 현장에서는 ‘민원 리스크보다 생명 리스크’가 우선이다.

3️⃣ 사후 조치 및 책임 인정
현장을 벗어난 후라도, 피해자 상태 확인·응급 구조·보고서 작성 등 사후 조치를 충실히 해야 한다.
이를 생략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면, ‘직무유기의 연속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순간, 제복의 의미는 사라진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경찰의 신뢰를 무너뜨린 행위”라고 적시했다.
또 “대다수 경찰이 헌신하는 현실에서, 일부의 도피는 그 전체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했다.
이 판결은 ‘두려움보다 의무, 변명보다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 사건 요약

구분내용
사건명인천지방법원 2024.7.25. 선고 2023노4055 직무유기
피고인A, B (출동 경찰관)
혐의형법 제122조 직무유기
판결 요지현장 이탈은 직무의 포기이자 국민 신뢰의 배신
선고 결과각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400시간·28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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