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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사건 리포트

정전사고 책임 두고 법정공방… “통신선 관리하자 인정, 배상은 70%로 제한”

조가선 단락이 특고압선과 혼촉돼 일대 정전… 法 “손해사정보수는 특별사정 손해”

C 일대에서 발생한 정전사고의 책임을 두고 통신사업자 A와 한국전력공사 B가 본소와 반소를 맞대응한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년 10월 14일 A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액을 크게 조정하는 결론을 내렸다. 2023년 2월 21일 오후 단선된 통신케이블 조가선이 아래를 지나던 13,200V 특고압선과 접촉하며 고압선이 단락·절단되고 지역 정전이 발생한 사고가 쟁점의 중심이었다. 양측은 사고 원인, 손해 범위, 구상금 존재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법원은 공작물책임 법리를 기준으로 사고의 원인을 세밀하게 구조화했다.

통신케이블을 지지하던 조가선이 단선된 상태로 특고압선에 닿아 혼촉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고압선이 끊어지며 일대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피고인 한국전력은 전력설비 복구와 정전 피해 배상에 총 3,578만3,304원을 지출했다. 반면 원고인 A는 자신의 구상금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본소를 제기했고, B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해 사건은 법정 판단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사고 발생 경위를 바탕으로 조가선 단락이 기초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통신선 관련 금구 장치의 부식 및 고정장치 문제 등은 사전 점검으로 충분히 방지 가능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공작물의 보존상 하자가 존재했다고 판단한 근거로 작용했다.

판결문은 사고가 단일 원인으로 단정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적시했다. 사고 당시 여러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관리 소홀로 인해 혼촉 가능성을 차단하지 못한 통신사업자의 책임이 공동원인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법원은 손해배상 범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민법 제393조의 통상손해와 특별손해 구분 기준을 적용했다. 전력설비 복구비 169만1,905원과 정전 피해 보상금 1,860만2,739원은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통상손해로 인정한 반면, 손해사정보수 1,548만8,660원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 건수는 48건이었으나 ‘전등 5개 25만 원’, ‘컴퓨터 고장 38만 원’ 등 소규모 사례가 대부분이었고, 전체 피해액의 83%에 달하는 손해사정보수는 원고가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점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전력 소비자에 대한 배상은 한국전력이 자체 합의 과정에서 결정한 금액이고, 손해사정 비용 역시 내부 절차적 편의에 따른 지출로 보아 사고와의 법률적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구성은 공작물책임 사건에서 손해 범위를 좁히는 최근 판례 경향과 맞물려 있으며, 손해액 구성 중 두 차례에 걸친 2차 비용이 모두 통상손해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A의 책임 범위를 손해액의 70%로 제한했다. 정전 피해 대부분이 혼촉 상황 자체보다 특고압선의 특성에서 비롯된 2차적 피해였다는 점, 통신선이 설치된 지 10년 이상 경과한 지점에 특고압선이 존재한 구조 자체에서 전력사업자도 일정한 관리적 예견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작물 책임의 기본 이념인 손해의 공평한 분담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원고가 부담할 금액은 1,420만6,250원으로 산정됐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됐다.

이번 판단은 전력·통신 인프라가 좁은 공간에서 교차하는 도시 환경에서 공작물 관리 주체들이 공동 위험을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실제로 사건은 통신·전력 설비가 동시에 밀집된 장소에서 발생했으며, 관리 주체가 각각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을 일방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점을 판결은 명확히 했다. 향후 유사 분쟁에서는 혼촉 위험에 대한 기술적 예측 가능성과 사전 관리 수준이 책임 비율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전 사고가 주거지역과 영업시설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고, 손해사정 과정은 사고 이후 별도 절차로 운영되기 때문에, 배상 과정의 투명성과 비용 결정의 비례성을 둘러싼 논쟁도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통신사업자와 전력사업자가 각자의 기준으로 정한 비용이 모두 통상손해로 인정받지 않는다는 점은 향후 배상 구조를 합리화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 과실 여부에 머무르지 않고, 복합 인프라 시대의 책임 구조를 재정렬하는 의미를 남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이 판단은 사고 경위와 손해 범위를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책임을 70%로 제한해 산업 구조에 미칠 현실적 영향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작물책임이 단순한 법적 규정이 아니라 위험 분산의 틀임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판결로 원고 A는 일정 부분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지만, 손해사정보수와 같은 과도한 비용은 배제되며 분쟁의 범위는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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