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이름 알린 ‘장 밥티스트(Jean-Baptiste)’ 골프 브랜드… 국내 모방 상표 등록 무효”
특허법원, “일본 수요자들에 이미 특정인 상표로 인식… 부정한 목적의 출원”

2025년 9월 25일, 특허법원 제4부(재판장 우성엽)는 골프용품 브랜드 ‘Jean-Baptiste’를 둘러싼 상표 분쟁에서 원고 A사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D의 상표 등록은 일본 내에서 이미 인지도를 쌓은 원고의 상표를 모방한 것으로, 부정한 목적의 출원에 해당한다”며 특허심판원의 기각 심결(2023당1478)을 취소했다.
■ 사건의 배경 ― ‘선사용상표’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
이 사건의 주인공은 2014년 일본 시장에서 프리미엄 골프클럽 브랜드 ‘Jean-Baptiste’를 선보인 A사다. 고급 수공 제작 퍼터와 아이언으로 일본 골퍼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고, 아마추어 챔피언과 프로 선수들이 이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면서 신뢰도를 쌓았다.
반면, 피고 D사는 2015년 12월 ‘Jean-Baptiste’와 동일한 표장을 포함한 상표를 한국에 출원했다. 등록은 2019년 4월에 완료됐다. 문제는 D사가 이 상표를 자신이 창작하거나 독자적으로 개발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A사와 수입판매를 담당한 C씨는 즉시 대응에 나섰다. “D사의 상표는 명백히 선사용상표를 베낀 것”이라며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2025년 1월, 특허심판원은 “선사용상표가 국내외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품으로 알려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A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본 시장에서 이미 확고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음에도 ‘인지도 부족’이라니 말이 안 된다”며 특허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 법원의 판단 ― “일본 시장에서 이미 특정인 상표로 인식”
특허법원은 A사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Jean-Baptiste’ 상표가 출원 당시(2015년 12월) 일본 내 골프 수요자들 사이에서 이미 특정인의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었다고 보았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객관적 증거를 근거로 제시했다.
-2013~2016년, 일본의 골프 전문지 Choice, EVEN 등에 ‘Jean-Baptiste’ 상표가 표시된 제품 광고와 기사가 10회 이상 게재됨.
-일본 프로 선수 F, G, H 등이 이 상표가 부착된 골프채를 사용하여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실.
-‘Jean-Baptiste Invitational Cup’ 골프대회를 2015년에 개최하고, 2회에 걸쳐 총 2,268만 엔의 비용을 후원한 사실.
-일본 내 60여 개 대리점을 통한 매출액이 약 1억1천만 엔에 달한 점.
-SNS와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 활동, 광고비 3,500만 엔 이상 지출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할 때, 법원은 “원고 A의 상표는 일본 내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되었으며, 피고는 그 인지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했다”고 판단했다.
■ 부정한 목적의 모방 ― “영업 신용 편승 의도 명백”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D사가 상표를 출원할 당시의 의도를 문제 삼았다. 법원은 “피고는 선사용상표를 그대로 모방하여 등록했고, 동일한 골프채 품목에 적용했으며, 독자적 개발 과정이나 창작의 흔적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D사는 A사가 사용하던 ‘Jean-Baptiste’ 외에도 ‘Jean-Carlo’ 등 유사 상표를 다수 출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이를 “원고의 영업상 신용에 편승하려는 전형적인 부정한 목적의 출원 행위”로 규정했다.
결국, 법원은 “피고의 상표 등록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에 해당하는 부정 목적 출원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 판결의 의미 ― “국외 인지도도 국내 상표 분쟁에서 보호받는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골프용품 상표 분쟁을 넘어, ‘국외에서 형성된 브랜드 인지도’가 국내 상표 분쟁에서 인정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국내 수요자 인지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일본 내 명성만으로도 부정 목적 출원이 인정되었다. 즉, 상표법이 보호하는 ‘신용과 명성’의 범위가 국경을 넘어 확장된 셈이다.
지식재산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 브랜드들에게 중요한 법적 선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사건 요약]
사건번호: 2025허10280
법원: 특허법원 제4부
선고일: 2025. 9. 25.
원고: A, C (소송대리인 특허법인 아주 조재신 변리사)
피고: 주식회사 D (소송대리인 특허법인 우인 최성우 변리사)
쟁점: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부정 목적 출원 여부)
판결요지: 일본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된 ‘Jean-Baptiste’를 모방한 부정한 출원으로 등록무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