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쉼터를 주차장으로 쓴 건 임차인 책임”… 법원, 부당이득 청구 기각
서울중앙지법, 농어촌공사 상대 손해배상 소송서 카페 운영자 패소… “임대 목적은 수변쉼터, 주차장 사용 합의 없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 카페 운영자가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임차 토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임대차계약의 목적이 ‘수변쉼터’였던 이상 주차장 사용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공공용 토지의 사용 목적이 계약상 명시된 내용으로 한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카페 옆 유수지, ‘쉼터’인가 ‘주차장’인가
사건은 2019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페 운영자 A씨는 남편 소유의 건물에서 ‘E’라는 상호의 카페를 운영하면서, 인접한 농어촌공사 소유의 유수지 일부(310㎡)를 사용허가 받아 정비했다. 그는 잔디와 벤치를 설치하고 수변 쉼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하며, 해당 부지를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부지가 카페 손님들의 주차장으로 이용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인근 유수지가 불법 주차장으로 조성됐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농어촌공사는 인접 부지에 차량 진입을 막는 볼라드를 설치했고,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 사이에서도 통행 분쟁이 잇따랐다.
A씨는 결국 “공사가 토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제3자의 무단 통행을 방치했다”며 손해배상과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했다.
“계약 목적은 수변쉼터… 주차장 합의는 없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임대차계약서에는 명확히 사용 목적이 ‘탐방객 수변 쉼터’로 기재되어 있었고, ‘계약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A씨가 계약 당시 제출한 사용허가 신청서에도 “탐방객 편의를 위한 쉼터 조성”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주차장 용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재판부는 “피고가 주차장 사용을 허용하거나 용인한 정황은 없고, 오히려 불법 주차 의혹이 제기된 이후 차량 진입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주차장 사용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망·착오·이행불능 주장 모두 불인정”
A씨는 “공사 직원이 주차장 사용이 가능하다고 기망해 계약을 체결했다”며 계약취소와 손해배상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기망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사가 볼라드를 설치하고 임시도로를 개설해 사용이 불가능해졌다는 ‘이행불능’ 주장에 대해서도 “볼라드 설치는 차량 출입 통제를 위한 것이며, 사람들의 통행은 가능해 원래의 수변쉼터 목적이 불능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정변경’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이 계약은 애초 주차장이 아닌 쉼터 용도로 체결된 것이므로, 주차 불가능 상황을 계약의 기초 사정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가 그 위험을 예견하거나 감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무관리·부당이득 주장도 이유 없어”
A씨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토지를 정비하고 폐기물을 처리한 것이 ‘공사의 사무를 대신 처리한 것’이라며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가 직접 제출한 계획서에 따라 정비공사를 시행했으므로, 이는 임차계약을 위한 자기 행위일 뿐 피고의 사무를 대신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공사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은 것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공공용 토지의 ‘용도 일탈’ 경계
이번 사건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부지를 민간이 임차할 때, 계약서상 목적과 실제 사용이 다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위험을 보여준다. 법원은 “공공자산의 임대차는 계약 목적이 명시된 공익적 범위 내에서만 정당하며, 용도 일탈은 보호받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민간이 공공용지를 상업적 용도로 활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공공성 침해’ 논란에도 경종을 울린다. ‘쉼터’와 ‘주차장’의 경계가 모호한 현실 속에서, 행정계약의 투명성과 목적적 정합성이 다시금 강조된 셈이다.
이 기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단5283070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유지하며 서사적으로 각색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