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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범죄 이슈

“북한에 납치됐다가 귀환했는데 ‘월선 간첩’으로 몰렸다”… 56년 만의 무죄

법원 “불법 구금·가혹행위로 얻은 자백은 증거로 쓸 수 없어”… 납북어부 가족들, 마침내 명예 회복

1967년 10월, 거친 파도가 몰아치던 백령도 앞바다.
상어잡이 배에 오른 어부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바다로 나갔다.
그날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총을 쏘며 다가온 북한 경비정에 끌려가, 무려 67일 동안 억류됐다가 겨우 살아 돌아왔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린 것은 환영이 아니라 수갑이었다.


“납북에서 귀환한 날, 바로 감옥으로”

귀환 직후, 어부들은 해군 함정에 실린 채 인천대공분실로 이송됐다.
면회는 금지됐고, 가족은 행방을 몰랐다.
조사는 연일 이어졌다.
그들이 다시 자유를 얻은 것은 일주일 뒤,
이미 ‘북한 해역으로 도주한 월선 간첩’이라는 누명을 쓴 후였다.

검찰은 국가보안법·반공법·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19명을 기소했다.
“북괴 점령 해역으로 탈출해 상어를 잡았다”는 허위 자백이 그 근거였다.
재판부는 1969년 당시 전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 판결이 바로 이번 재심의 대상이다.


“법은 뒤늦게라도 진실을 찾았다”

2025년 인천지방법원은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진술은 불법 구금 상태에서 강요된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인천지방법원_2024재고단(국가보안법,반공법,수산업법위반).

당시 어부들은 귀환 후 곧바로 군함에 억류되어
48시간을 넘겨도 구속영장을 받지 못한 채 인천대공분실에서 조사받았다.
그 과정에서 폭행과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증언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피고인 중 한 명은 검찰 조사 4일 만에 사망했다.
법원은 “그들의 자백은 임의성이 결여된 것으로,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 관련 법률 해설

  • 형사소송법 제309조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임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
  •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무죄를 선고한다.”

이 조항은 형사재판의 최후의 안전장치다.
즉, 불법적으로 얻은 자백은 진실이라도 법정에서 사용할 수 없다.
이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형사법의 핵심 원리다.


“56년의 기다림,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던 사람들”

재심을 청구한 사람들은 모두 당시 피고인들의 자녀들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간첩의 가족’이라는 낙인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들은 진실화해위원회의 기록을 모아 2024년 10월 재심을 청구했다.
그리고 2025년 5월, 마침내 법원은 “무죄”를 선언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불법 구금과 폭력에 의해 만들어진 허위자백 사건으로,
그 자체가 인권침해의 역사”라고 적었다.
국가가 만들어낸 오판이, 반세기 만에 바로잡힌 것이다.


“만약 나였다면… 피고인 입장에서의 대응 시나리오”

이번 재심 판결은 단순한 과거 정정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반복될 수 있는 ‘강압수사’의 경고로 읽힌다.

첫째, 조사 중 구속영장 제시가 없을 경우 즉시 항의하거나 기록을 남겨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07조는 영장 없는 구금은 48시간을 넘길 수 없다고 명시한다.
둘째, 가혹행위나 폭언이 있을 경우 즉시 진술을 거부하고 변호인 접견을 요구해야 한다.
셋째, 진술서 서명을 강요받는다면 ‘강요에 의한 것임’을 직접 적어두는 것도 법적 효력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말하라”는 말이 폭력의 명령이 될 수 있는 순간,
기록으로 남기는 용기다.
이 한 줄이 훗날 재심의 증거가 된다.


“진실은 오래 걸려도 돌아온다”

이 판결은 단지 네 명의 어부를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폭력의 피해자였던 수많은 납북귀환 어부와 그 가족들에게
법이 뒤늦게나마 사과한 선언이다.
인천지방법원은 판결 이유에서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고 밝혔다.
공시(公示)란 단지 법적 절차가 아니라,
사회에 대한 공적 사과의 형식이다.


▣ 사건 요약

구분내용
사건명인천지방법원 2024재고단 국가보안법·반공법·수산업법위반
피고인납북귀환 어부 4명 및 그 가족
혐의국가보안법·반공법·수산업법 위반
판결 요지불법 구금·가혹행위로 얻은 자백은 증거능력 없음
선고 결과전원 무죄, 판결 요지 공시 (2025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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