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빈집에서 연근해 구조조정까지… 국회 농해수위, 지역 기반 정책입법 24건 정비
주거·유통·어업·국제행사 기반까지 포괄… 지역소멸대응·해양산업 재편 신호 강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연말 전체회의에서 농식품부·해양수산부 소관 법률안 24건을 일괄 의결했다. 농어촌 빈집 문제 대응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중심에 있었고, 도매시장법인 지정 규정을 손질한 유통구조 개편안, 연근해 감척사업과 연계된 폐업지원제도 보완안, 국제정원박람회 지원 특별법 등이 함께 처리되면서 지역 기반 산업·주거·행사 인프라 전반을 묶어 정비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지방 인구감소와 어업 구조조정, 유통시장 재편 등 현안이 축적된 가운데 국회가 분야별 대응 법체계를 정리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법안은 농어촌 빈집 정비 특별법이다. 지방의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지며 농촌 지역에 방치된 건축물의 증가가 급격히 드러나고, 소유관계가 복잡한 오래된 주택이 안전사고 위험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졌다. 법안은 시장·군수가 5년 단위의 빈집정비계획을 수립해 지역 단위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도록 하고,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특정 빈집에 대해서는 지방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철거·정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정비사업의 재정지원 근거를 포함해 빈집 처리의 비용 부담을 지방정부와 주민이 나누는 구조를 마련한 점도 특징이다. 빈집은행사업을 통해 활용 가능한 빈집을 매입·중개해 전입·창업·정착과 연계하는 방안까지 제도권에 포함하여, 방치된 자산을 지역 활력 회복의 수단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반영되었다.
도매시장 구조개편을 위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은 농해수위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유통망 개선 과제에 대한 입법적 답변으로 볼 수 있다. 농산물 도매시장법인의 공모지정·재지정 제도를 도입해 지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평가결과가 부진한 법인에 대해서는 지정취소를 의무화해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강화했다. 장관이 위탁수수료 조정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가격안정 장치로 기능할 여지가 있다. 농가와 소비자 간 가격 구조가 도매시장운영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이번 개정이 유통조직의 책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연근해어업 구조개선법 개정안이 눈에 띈다. 고령화와 자원 감소가 겹치며 업계의 감척수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폐업지원금 기준을 법령으로 명확히 하고 기준액에 미달하는 경우 차액을 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은 구조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감척사업 대상자의 불확실성을 줄여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자원보전과 어업기반 재편의 속도를 맞추려는 정책적 의도가 엿보인다. 폐업지원금 기준을 ‘업종·규모별’로 세분화하는 체계는 향후 연근해 자원관리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지원 특별법 제정도 이번 회의에서 통과됐다. 2028년 개최될 국제행사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녹색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지만, 박람회 조직위원회 운영과 사후 활용 계획이 법적 근거 없이 추진될 경우 상당한 비용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특별법은 조직위원회 설립, 운영재원 마련, 박람회 이후 시설·공간 활용 방식 등을 법률로 정해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하려는 성격을 띠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국제행사를 기획할 때 필요한 법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세우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전체적으로 이번 농해수위 의결 법안들은 지역 기반 현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안전·정비·구조개편·활용”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정렬돼 있다. 농어촌 빈집 문제는 주거환경 악화와 함께 지역소멸을 가속화할 요인이어서 정비사업의 제도화는 지역정책의 핵심 기반이 된다. 유통구조 개편은 농수산업의 가격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야라 지속적인 규제합리화와 투명성이 필수적이다. 연근해 구조조정은 자원변동성과 어업생산성 저하를 동시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번 법 개정은 지원 체계의 형평성 보완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원박람회 특별법은 도시·환경·관광을 결합한 지역 행사 정책의 전형적 모델을 마련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입법과정에서 드러난 공통점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의 빈집 정비와 어업구조개선은 각각 주거·산업 기반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며, 도매시장 개선과 국제행사 준비는 지역경제의 경쟁력과 이미지를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유통·어업·행사·정비 등 분야가 달라도 ‘지역 단위의 재배열과 회복’이라는 문제의식은 동일하다. 이는 인구감소와 기후변화, 산업경쟁력 저하 등 구조적 리스크를 지방과 농해수 분야가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번에 의결된 24건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 최종 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농해수위는 연말 법안 심사를 통해 단위 현안을 묶어 처리하는 방식으로 정책 일정을 정리해 왔으며, 올해 역시 분야별 주요 개정이 연계된 형태로 제출되었다. 앞으로 본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지면, 각 부처는 빈집정비계획 수립, 도매시장 재지정 기준 운영, 폐업지원금 기준 재설계, 박람회 조직위 출범 등 현장 집행 체계 정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농해수 분야의 입법은 지역 현장이 변화하는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 속에서 추진돼 왔다. 이번 일괄 의결은 그 간극을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되며, 2026년 이후 지역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