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만명 모인 불법촬영물 사이트…운영진 입건에 이용자 처벌 가능성도 부상
불법촬영물을 공유해 온 대규모 온라인 사이트 운영진이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디지털 성범죄 콘텐츠의 유통 구조와 이용자 책임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은 사이트를 운영한 핵심 인물들의 신원을 특정해 입건했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운영 방식과 참여 규모를 들여다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 ‘AVMOV’ 운영진급 용의자 8명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4명에 대해서는 지난달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됐고, 수사당국은 확보한 PC 등 전자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1명에 대해서도 강제수사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선상에 오른 나머지 3명은 현재 해외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의 귀국을 유도하기 위해 여권 무효화 등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운영진 조사가 본격화되면 사이트 개설 경위와 불법 영상 유통 방식, 수익 구조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 12월 경찰의 자체 모니터링 과정에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8월부터 운영된 이 사이트의 가입자는 5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이용자들이 가족이나 연인, 지인 등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올리거나, 포인트를 결제해 관련 영상을 내려받는 방식으로 사이트가 운영됐다고 보고 있다. 현재 사이트 접속은 차단된 상태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지점은 운영진 처벌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사기관과 법조계에서는 불법촬영물이나 성착취물 사건에서 ‘시청만 했는가’보다 ‘위법성을 알고 있었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본다. 콘텐츠가 불법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시청하거나 저장했다면 형사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같은 판단은 명확히 알면서 본 경우뿐 아니라, 불법일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시청한 경우까지 포함될 수 있다. 영상 제목이나 게시글 문구, 등장인물의 상태, 촬영 방식, 유통 맥락 등이 모두 고의성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수사기관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이용자의 인식 수준을 따질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유형에 따라 적용 법조항과 처벌 수위도 달라진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관련 법에 따라 고의로 소지하거나 시청한 경우 중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도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처벌 가능성이 열려 있다. 허위영상물이나 딥페이크 성착취물 역시 위법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저장하거나 시청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가 폐쇄적 온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대규모 유통망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운영진이 플랫폼을 만들고, 이용자가 콘텐츠를 올리거나 소비하는 방식이 맞물리면서 불법 유통 구조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바탕으로 운영진의 역할 분담과 추가 가담자 존재 여부, 사이트를 통한 영상 유통 경로까지 확인할 방침이다.
수사가 확대되면 사이트를 만든 사람들뿐 아니라 실제로 불법 영상을 게시하거나 구매·다운로드·저장한 이용자들까지 조사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 플랫폼을 운영하는 행위와 그 안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 모두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다시 드러내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