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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범죄 이슈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벌금 2천만 원으로 형량 급상향… 법원 “범죄수익은 피해금 전체”

“보수만이 아니라 피해자 편취금 전체가 범죄수익”… 기존 판결 뒤집은 의미 있는 판단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한 피고인에게 대구고등법원이 벌금 2천만 원을 선고했다. 원심은 벌금 130만 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의 처벌 규정을 다시 해석하며 “벌금 산정 기준인 범죄수익은 피고인이 받은 보수가 아니라 피해자에게서 편취된 전체 피해금”이라고 판단했다. 새로운 해석이 적용되면서 법률상 처단형 범위는 기존의 130만 원 수준에서 최소 3천만 원으로 대폭 상향됐고, 법원은 이 기준에 따라 벌금 2천만 원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성명불상 조직원들과 공모해 총 네 차례 현금을 수거하고 피해자들로부터 2천만 원을 건네받아 전달한 사안이다. 피고인이 직접 취득한 이익은 70만 원이었으나, 항소심은 “범죄수익은 전체 피해금”이라는 법리를 적용하며 원심의 판단을 파기했다. 법원은 범죄수익은닉처벌법, 자본시장법 등 유사한 특별법의 범죄수익 개념과 비교해 “범행으로 얻은 재산 전체가 범죄수익이며 수거책이 단순 전달자라 하더라도 편취금 전체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피해금이 전액 포함되고 이를 3~5배로 산정해야 한다는 해석에 따라 피고인의 법정형 하한은 3천만 원으로 판단되었다.

이번 판결은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의 제재 목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을 전환한 것이다. 법원은 “단순 수거책이 보이스피싱 범죄 구조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며 “보수만을 범죄수익으로 한정하면 오히려 처벌이 사기죄보다 약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심이 적용한 방식대로라면 대부분의 보이스피싱 수거책 사건에서 처벌 상한이 100만 원 수준에 그쳐 법 개정 취지와 충돌한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원회가 법 개정 당시 설명한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억제력 강화를 위한 처벌 수준 상향”이라는 정책적 배경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했다.

피고인은 “사기 조직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범행 전모를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은 “피고인이 모든 범행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의심스러운 현금 전달 요청을 반복적으로 수행한 이상 사기 범행 일부임을 최소한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원심에서도 인정된 바와 같이 피고인은 현금 수거와 전달 과정에서 조직의 지시에만 따라 행동했으며, 위험신호를 인식하고도 이를 무시한 점이 고의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다.

양형에서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에 미치는 피해가 중대하며 피고인이 전달한 편취금이 2천만 원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피고인은 전과가 없고 피해자들과 화해가 이루어진 사정이 참작되었지만, 반성 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함께 적시됐다. 결국 항소심은 법정형 기준을 재정의하며 벌금형을 크게 상향했고, 피고인은 벌금 미납 시 하루 10만 원 환산 기준으로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이 2023년 개정된 이후 법원이 처음으로 범죄수익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사례에 해당한다. 현금수거책이 피고인의 직접 이익만을 기준으로 처벌받는 구조는 범죄 억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으며, 이번 판단은 실제 피해금 전체를 기준으로 처벌 수위를 설정해야 한다는 법리 방향을 제도적으로 분명히 했다. 향후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에서 전달책·수거책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 기준이 일제히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 범죄 예방 측면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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