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로 160마리 야생동물 학대한 30대 남성… 법원 “생명존중 결여된 잔혹한 범행”
제주지방법원이 진돗개를 이용해 수년간 야생동물을 잔혹하게 죽인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동물학대의 정도와 상습성, 범행 기간을 고려할 때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사냥 영상으로 ‘자랑’까지… 4년간 160여 마리 희생
피고인 A는 2018년경 한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사냥 영상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2020년 12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약 125차례에 걸쳐 진돗개를 이용해 노루·멧돼지·사슴·족제비 등 160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해 죽인 혐의를 받았다.
그는 진돗개에 GPS 발신기를 부착하고 풀어, 동물이 물어뜯어 죽이는 장면을 촬영해 공유하기까지 했다. 사체를 해체하거나 가죽을 벗기고, 그 고기나 내장을 다시 개에게 먹이는 등 ‘사냥을 놀이화한’ 행위도 확인됐다.
함께 기소된 피고인 B 역시 2023년 4월부터 A와 공모해 진돗개를 이용한 사냥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2025년 3월까지 총 8차례 노루·담비·고라니 등을 죽였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행위도 있었다.
야생동물로 ‘즙’ 만들어 판매… 불법 유통까지
A는 단순 학대를 넘어, 죽인 야생동물의 뿔이나 고기를 가공해 즙 형태의 제품을 의뢰·취득하거나 판매 알선한 사실도 드러났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노루나 사슴의 뿔, 고기를 제주 지역 업체에 맡겨 가공하게 했으며, 이를 제삼자에게 택배로 보내주는 등 불법 유통에 관여했다.
또한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덫과 올무를 직접 구입·보관한 사실도 인정됐다. 법원은 이를 “조직적·상습적 사냥 시스템”으로 판단했다.
법원 “생명에 대한 존중의식 결여… 죄질 극히 불량”
재판부(김광섭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사람과 공존해야 할 야생동물에 대한 이해와 생명존중 의식이 전혀 없는 행위로, 그 수법과 방법, 기간, 반복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 치밀하게 준비된 범행으로, 잔혹한 장면을 촬영해 자랑한 점까지 고려할 때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A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과 함께 압수된 포획 도구 전부에 대한 몰수 명령이 내려졌다.
B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이 선고됐다.
‘취미 사냥’ 넘어선 범죄… 생명 윤리의 경고
이번 판결은 ‘취미 사냥’의 이름으로 반복되는 잔혹 행위가 명백한 범죄임을 확인한 판례로 평가된다.
법원은 특히 “상습성과 계획성, 그리고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식으로 야생생물을 죽이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생명 경시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늦었지만 단호한 판단”으로 평가하면서, 야생동물 보호법의 실질적 강화와 불법 사냥 영상 유통에 대한 형사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