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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위 현금까지 노린 보이스피싱 조직… 법원 “범죄자금 출구 역할” 징역 1년 6월

환치기업자 출신 피고인, 전달책과 공모해 노년층 속여 6천만원대 피해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범죄는 치밀하고 냉정했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노년층의 불안을 이용했고, 그 배후에는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를 하던 남성이 있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단독 강부영 판사는 2016년 5월 19일, 보이스피싱 절도·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당시 57세)에게 징역 1년 6월 및 범행 관련 물품 몰수를 선고했다.

“금감원 직원입니다”… 피해자 집 냉장고 위에 올려둔 3,361만원

사건은 2015년 5월, 경기 수원에서 시작됐다.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73세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안산경찰서 수사과장인데,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속였다.
그는 피해자에게 은행 예금을 전부 인출해 냉장고 위에 올려두라고 지시했다.
곧이어 전달책 김○○이 피해자의 집 비밀번호를 눌러 들어가 현금 3,361만원을 훔쳐 나왔다.

피고인 심씨는 서울 종로구 동묘역 부근 상가 화장실에서 김씨를 만나 현금을 전달받은 뒤 241만원을 ‘수고비’로 주고 나머지 3,120만원을 조직원에게 넘겼다.
법원은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과의 명백한 공모에 의한 절도행위”로 인정했다.

“금융감독원 과장인데”… 연이어 속은 노인 피해자들

며칠 뒤, 또 다른 피해자 전○○(69세)에게도 동일한 방식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금융감독원 이성호 과장”을 사칭하며 “계좌가 유출됐으니 현금으로 인출해 감독원 직원에게 맡기라”고 유도했다.
피해자는 국민은행과 농협에서 총 684만원을 인출해 ‘금감원 직원’ 김○○에게 직접 건넸다.
역시 현금은 곧바로 피고인 심씨에게 전달됐다.

이어 인천 연수구의 피해자 안○○(81세)도 “당신 명의로 마이너스 통장이 개설돼 있다”는 말에 속아 2,800만원을 대출 및 인출 후 ‘금감원 직원’에게 넘겼다.
이 돈 역시 피고인을 거쳐 조직원에게 흘러들었다.
법원은 이들 행위를 ‘조직적 기망에 의한 연속 사기’로 판단했다.

환치기 하던 피고인, 결국 범죄자금 운반책으로

조사 결과, 피고인 심씨는 2014년부터 서울 종로구에서 ‘○○환전’이라는 이름의 무등록 외국환업(환치기)을 운영해온 인물이었다.
그는 외국환 거래에 필요한 컴퓨터, 팩스, 금고, 파쇄기 등을 갖춘 사무실을 주거지에 마련하고, 여러 사람 명의의 통장과 체크카드를 범죄 목적에 사용했다.
그의 환전 루트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결돼 있었고,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수익을 중국으로 보내는 ‘출구 역할’을 담당했다.
피고인은 하루 만에 6천만원이 넘는 자금을 전달받아 환전했으며, 수고비를 지급하고 나머지를 외국 조직원에게 송금했다.

법원 “환전업 경력 고려할 때 몰랐다는 주장 설득력 없어”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등장한다.

“피고인은 수년간 환전업무에 종사하여 자금의 성격을 파악할 능력이 있었고, 화장실 등 비정상적 장소에서 환전을 한 점, 하루에 세 번 같은 인물과 6천만원 이상 거래한 점 등을 고려하면 자금의 불법성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사건 직후 피고인이 공범에게 보낸 메시지

“사장님,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못할 것 같아요. 맘이 편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는 범행의 불안함을 느낀 양심의 흔적이자 공모 인식의 방증으로 해석됐다.

판결의 의미 — ‘보이스피싱 자금망’의 말단까지 처벌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며 “조직적·계획적 보이스피싱 범행의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환전책과 전달책의 역할을 분리해 처벌한 이 판결은,
보이스피싱 자금 흐름의 ‘끝단’까지 형사책임을 묻는 기준을 세운 사례로 평가된다.
피해자 세 명의 손실금 6,800여만원은 끝내 회복되지 않았다.

이 기사는 인천지방법원 2015고단8241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유지하며 서사적으로 각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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