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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노동 법률

프리랜서인가, 근로자인가… 법원 “홈쇼핑 쇼핑호스트 해고, 근로자 아냐”

방송 자유도 높고 수수료 기반 계약… 법원 “종속적 관계 인정 어려워”

2023년 여름, 한 홈쇼핑 방송 스튜디오의 조명이 꺼졌다.
화려한 무대와 카메라 뒤에는 ‘프리랜서 쇼핑호스트’로 불리는 사람들의 고용 불안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중 한 사람, A씨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방송 배제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후배 쇼핑호스트에게 폭언을 했다는 내부 제보였다.
방송 출연이 정지된 그는 회사 측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계약 해지 통보는 곧장 날아왔다.
그가 선택한 길은 법정이었다 — “나는 프리랜서가 아니라 회사의 근로자였다”는 주장이었다.

“프리랜서라 불렸지만, 실상은 직원이었다

A씨는 2005년 E사 쇼핑호스트 선발대회를 통해 입사한 뒤 10년 넘게 홈쇼핑 무대에 섰다.
그는 “명목상 위촉계약이었을 뿐,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와 통제 아래 일했다”며
“방송 일정과 근무시간, 회의 참석까지 모두 회사의 지시에 따랐다”고 주장했다.
결국 계약 종료 통보는 ‘해고’이며,
근로기준법상 해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본 것이다.

법원, “형식보다 실질로 판단하되… 종속성 인정 안 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는 올해 5월 1일, 그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계약의 이름이 ‘위촉계약’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 관계가 있었다면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면서도,
“원고는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은 근로자성 판단의 기준을 상세히 열거했다.

업무 내용과 시간·장소를 사용자가 정하는지,취업규칙의 적용 여부,보수가 고정급인지, 수수료나 실적 연동인지

사회보험 가입 여부 등

그 모든 항목을 종합한 결과,
“쇼핑호스트는 자율적 업무 수행과 수수료 중심의 보수 체계로 운영돼 왔다”며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송은 개인 역량 중심… 지휘·감독 관계라 보기 어려워”

법원은 특히 ‘방송의 자율성’에 주목했다.
쇼핑호스트들은 방송 전 회의에 참석해 상품 정보를 공유하긴 하지만,
그 이후의 진행은 개별 호스트의 말솜씨와 연출력에 달려 있었다.
방송 대본도 주어지지 않았고, 표현 방식 역시 자유로웠다.
법원은 이를 두고 “피고가 쇼핑호스트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통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회사가 일정 회의나 행사 참여를 요청한 적은 있으나,
이는 ‘협력 요청’ 수준에 그쳤으며 거부도 가능했다고 인정했다.
출퇴근 시간 관리나 연차 제도도 없었고,
방송 일정 역시 “협의에 따라 정해졌을 뿐 강제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 강조됐다.

“수수료 중심 계약… 임금 목적의 고용 아냐”

법원은 쇼핑호스트가 받은 대가가 ‘노무 대가로서의 임금’이라기보다,
“방송 횟수와 시간에 비례한 수수료”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수입은 개인의 인기도와 판매 실적에 따라 달랐고,
회사 급여 규정에 따른 기본급도 없었다.
세금도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로 원천징수됐다.
또한 4대보험 미가입, 복리후생 미적용 등의 사정 역시
‘독립된 사업자 성격’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보았다.

“계약은 자유롭게 종료 가능… 종속 관계 약함”

법원은 계약 구조 자체에서도 독립성을 확인했다.
쇼핑호스트는 3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이 끝나면 자유롭게 다른 홈쇼핑사로 옮길 수 있었다.
A씨 역시 2022년 말 스스로 재계약을 거부했다가,
다시 본인의 의사로 재위촉계약을 맺은 이력이 있었다.
법원은 이를 “계약 체결과 종료에 충분한 선택권이 보장된 사례”로 봤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해고무효 주장 기각”

결국 재판부는 “원고가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회사의 계약 해지는 해고가 아닌 계약 종료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의 해고무효확인 청구는 기각되었다.

이 판결은 홈쇼핑업계뿐 아니라 방송, 플랫폼 산업 전반의 ‘프리랜서와 근로자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 명의 쇼핑호스트가 던진 질문은 결국 우리 사회가 일의 자율성과 보호의 균형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사건 요약]

사건번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합96954

사건명: 해고무효확인

원고: A (프리랜서 쇼핑호스트)

피고: 주식회사 B (홈쇼핑 운영사)

판결일: 2025. 5. 1.

결과: 원고 청구 기각 (원고 패소)

쟁점: 프리랜서 쇼핑호스트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

이 기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합96954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유지하며 서사적으로 각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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