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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입법 동향헤드라인

628억짜리 기상청 슈퍼컴퓨터 또 고장… “기후안전망의 신뢰 흔들린다”

최근 5년간 스토리지 서버 고장 8건 중 올해만 3건 발생… 냉동기 수리에 289일 소요

기후위기 시대, 국민 안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인 국가기상슈퍼컴퓨터가 반복적인 장애로 운영 안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이 1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가기상슈퍼컴퓨터의 핵심 부품인 스토리지 서버에서 총 8건의 고장이 발생했으며, 올해만 이미 3건의 장애가 보고됐다.

기상청은 1999년 1호기를 도입한 이후 현재 2019년에 계약하고 2021년 설치를 완료한 5호기를 운영 중이다. 628억 원이 투입된 5호기는 최신 연산 시스템을 갖춘 장비로,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평가 사이트인 ‘TOP500’ 기준(2025년 6월) 세계 7위 수준에 해당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능이지만, 잦은 고장으로 시스템 신뢰도는 점차 흔들리고 있다.

고장 이력에 따르면, 2021년에는 디스크 교체 후 저장장치 재구성 과정에서 스토리지 장애가 발생했고, 2022년에는 계산시스템 일부 노드가 비정상 종료됐다. 2024년에도 스토리지 서버 비정상 작동이 보고되었으며, 2025년 들어서는 이미 세 차례나 스토리지 장애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장애가 단순한 기계적 결함에 그치지 않고, 기상 예보 시스템의 정확도와 신속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기상슈퍼컴퓨터는 전 세계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치예보모델을 계산해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장비로, 단 한 번의 시스템 지연이 예보 오류나 재난 대응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스토리지 고장뿐 아니라 주요 설비의 물리적 결함도 잇따랐다. 2022년에는 냉동기 1호기 압축기 모듈 불량으로 11일간 수리가 진행됐고, 2024년에는 냉수 센서 고장과 UPS(무정전전원장치) 부품 교체, 냉동기 팽창밸브 재설정 등의 문제가 잇따랐다. 특히 냉동기 1호기의 경우 원제조사가 있는 미국으로 수리 장비를 보내면서 무려 289일이 소요됐다.

기상청은 예비 냉동기와 병렬 UPS 운영으로 슈퍼컴퓨터 자체의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유지보수 체계 미비가 구조적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지보수 체계 또한 복잡하고 불투명하다. 기상청의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통합유지보수 용역’ 계약서에 따르면, 고장 수리비용이 월 유지보수비의 20%를 넘을 경우 초과분은 기상청이 부담하게 되어 있다. 지난해 냉동기 1호기 수리비 4,300만 원 중 2,000만 원은 기상청이 직접 부담했으며, 수리 지연에 따른 위약금 3,368만 원이 국고로 환수되었다.

김주영 의원은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지금, 예보 시스템의 안정성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슈퍼컴퓨터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국민 안전을 지탱하는 ‘기후안전망’의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상청은 반복되는 장애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부품 수급·유지보수·운영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현재 기상청 예보관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소방청, 국방부 등 주요 기관에도 예측 데이터를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안정적 운영은 곧 국가 재난 대응 체계의 기본 전제다.

기후학자들은 이번 사례를 두고 “첨단 기술력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안정성”이라며 “세계적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장애 관리가 부실하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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