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취임 100일 지지율, 기대보다 안정이 중요한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록한 국정 지지율은 63%다. 취임 직후와 비교하면 변동은 있었지만, 여전히 절반을 훌쩍 넘는 안정적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최근 국내외 현안이 잇따른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일정 수준의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권 초반의 6개월은 흔히 ‘허니문 구간’으로 불린다. 새로운 권력이 출범하면 국민은 기대와 기회를 함께 부여한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 환경은 과거와 달리 양당 간 갈등이 구조화되어 있어, 과거와 같은 무조건적 관용이나 유예 기간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100일 시점에서의 지지율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실제 정책 성과와 정치적 대응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역대 사례를 보더라도 100일 지지율이 높은 대통령은 임기 내내 국정 동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초반부터 지지율이 낮았던 정권은 끝내 국정의 무게중심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김대중 정부와 유사한 수준이며, 이는 향후 정책 추진에서 일정한 힘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한국 정치에서 반복된 현상이다. 특히 사회경제적 정책은 이해관계가 첨예해 합의 형성이 쉽지 않다. 임금·고용·규제 개혁 같은 과제는 필요하지만, 언제나 갈등을 불러온다. 반면 외교나 안보 현안은 상대적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번 100일 평가가 의미 있는 이유는 이 정부가 외교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법안 처리에서도 균형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과감한 개혁’ 대신 ‘관리 가능한 성과’를 택한 듯 보인다. 산업재해 대응처럼 국민적 공감대가 큰 사안에서는 속도감 있게 움직였고, 노사 갈등이나 재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법안도 회피하지 않았다. 이는 전폭적 지지 대신 일정 수준의 현실적 신뢰를 선택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 지도자의 성공은 지지율의 절대치보다는 신뢰의 안정성에 달려 있다. 100일 동안 보여준 선택과 집중의 행보가 앞으로 1년, 나아가 임기 전체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높은 지지율’이 아니라 ‘꾸준한 지지율’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제호 : 더푸른미래   주소 : (우)10896,   1224, 3층 321호(와동동) 대표전화 : 070-4792-7720    팩스 : 02-701-0585    등록번호 : 경기,아52808    발행·편집인 : 최창호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주  발행일 : 2017-01-19    등록일 : 2017-01-19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