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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범죄 이슈

“훔친 게 아니라 옮긴 것뿐”… 삽 들고 경찰 위협한 남성, 항소 기각

법원 “체포는 적법한 공무집행… 위법 주장 이유 없다”

초여름 오후, 광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 화단. 주민 C씨는 낯선 남성이 회양목과 홍철쭉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조경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던 현장이었다. 그는 즉시 관리사무소에 신고했고, 직원 B씨는 나무를 든 남자를 쫓으며 112에 전화를 걸었다. 신고 내용은 짧고 급박했다.
“우리 집 나무를 훔쳐간 사람을 붙잡고 있습니다.”

잠시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남성 A씨를 붙잡았다. 그러나 그 순간, A씨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이건 훔친 게 아닙니다. 아는 형님이 가져다 달라고 해서 옮긴 것뿐이에요.”

“체포가 위법했다” 항소한 피고인

A씨는 경찰의 체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절도범이 아닌데, 경찰이 정확한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체포 자체가 위법하니, 이에 맞서 저항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가 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경찰에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신분 확인이 가능했으므로 도주 우려가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달랐다. 당시 A씨는 신분증이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신고자는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피고인의 진술만으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체포의 합리성 있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사건에서 현행범 체포의 적법성을 핵심 쟁점으로 보았다.
형사소송법 제212조는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11조 제2항 제1호는 “범인으로 불리며 추적되고 있는 자” 역시 현행범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현행범 체포의 요건은 범행의 현행성, 범인의 명백성,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등이며, 수사 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가 아니라면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찰은 절도 신고를 받고 약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사건 현장과 체포 장소는 불과 도보 1~2분 거리였고, 피고인이 나무를 옮긴 시각도 체포 직전이었다. 경찰이 피고인을 준현행범으로 판단한 것은 “경험칙상 합리적”이라고 본 것이다.

“삽 들고 경찰 위협… 공무집행방해 성립”

체포 과정에서도 피고인의 태도는 격앙돼 있었다. 그는 신고자와 경찰을 향해 큰소리로 욕설을 퍼붓고, 삽을 들어 위협했다. 경찰이 임의동행을 요구했지만 그는 거부했고, 경찰이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자 격렬히 항의했다. 결국 경찰은 피고인을 제압해 체포했다.

재판부는 “현장 상황을 보면 피고인에게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체포는 절차적으로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며 “체포가 위법하다는 전제에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이 “나무를 옮겨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를 시킨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조차 명확히 밝히지 못한 점, 현장에서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던 점을 들어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수원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연하)는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의 유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뒤늦은 해명보다, 현장의 판단이 우선된다”

이 사건은 단순한 오해에서 출발했지만, 체포와 폭력행위로까지 번졌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에게 나무 운반을 부탁한 인물은 실제로 존재했고, 그가 공사 관계자와의 오해로 허락 없이 나무를 옮기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법원은 “사후적으로 절도 혐의가 해소되었다고 해서 당시 체포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결국, 경찰의 즉각적인 판단과 대응이 합리적 범위 안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공무집행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이 기사는 수원지방법원 제2형사부 2024노1890 판결문(2025.8.13. 선고)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유지하며 서사적으로 각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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