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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노동 법률

헤어디자이너는 근로자였다”… 법원, 미용실의 ‘프리랜서 위장계약’에 제동

서울동부지법 “지휘·감독·근무시간 통제 등 인정… 경업금지 약정은 무효”

서울 광진구의 한 미용실에서 근무하던 베테랑 디자이너 김모 씨는 1년 넘게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일했다.
계약서상 직함은 ‘자유직업소득자’. 고용계약이 아닌 ‘소득분배 계약’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했고, 원장의 지시를 받아 고객을 배정받았으며, 휴무일조차 마음대로 정할 수 없었다.
“독립된 사업자라고요? 하루에 몇 번씩 CCTV로 근태를 확인받았는데요.”
그는 결국 퇴사 후 퇴직금과 손해배상금을 둘러싼 법정 다툼에 나섰다.

미용실 “독립 사업자” 주장했지만, 법원 “지휘·감독 관계 명백”

김씨는 2008년 10월부터 ‘B헤어스튜디오 건대점’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2009년 3월 ‘자유직업소득 계약서’를 체결했다.
표면적으로는 ‘사업자 간 계약’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종속성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용사들이 주당 근무일수와 휴가일수를 본사 매뉴얼에 따라 정했고,
출퇴근 시간·고객 배정·업무 방식 등을 원장의 지시 아래 수행했다”며,
“조회 불참이나 지각 시 벌금을 부과했고, 근무 태도에 따라 고객 배당 순서를 제한하는 등 명백한 지휘·감독 관계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은 “휴가나 병가 시에는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했고,
CCTV·무전기 등을 통해 업무지시가 이뤄졌다”며,
“이 같은 구조는 자유업자가 아닌, 사용자의 지휘·통제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직업선택 자유 침해”… 경업금지 약정도 무효 판결

문제는 그가 퇴사 후 약 500m 떨어진 다른 미용실에서 일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원장은 “근무 계약에 ‘4km 이내에서 미용업 종사 금지’ 조항이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유출 방지를 위해 2,3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이른바 ‘경업금지약정’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특별한 기술훈련을 통해 영업비밀을 습득한 것도 아니고,
고객이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디자이너 개인을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미용사 개인의 노동 이동을 막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약정은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보다 자유로운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사회질서 위반 행위로서 무효”라고 판시했다.

고객카드 800장 ‘찢은’ 행동, 손해배상 책임도 부정

김씨는 퇴직 직전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카드 약 800장을 파기했다.
원장은 “고객정보는 회사의 자산이므로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객카드에는 전화번호나 주소 등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았고,
단순히 고객의 스타일 기록 수준에 불과했다”며,
“이 사건 약정은 고객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단순한 카드 파기는 손해배상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 “퇴직금 219만 원 지급하라”… “미용업계 ‘가짜 프리랜서’ 경각심 줄 판결”

결국 법원은 원장의 손해배상 및 경업금지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김씨의 반소를 일부 인용해 퇴직금 2,196,915원 지급을 명령했다.
판결문은 “사업자등록이나 세금 원천징수 형태가 달랐더라도,
실질적으로 종속적 근로 관계가 형성됐다면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미용실, 학원, 병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장 프리랜서 계약’의 한계를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업무 통제와 경제적 종속성이 입증되면 근로자 지위가 인정된다”며,
“자유업종이라도 근로시간·휴무·고객배정이 통제된다면 근로자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사건 요약]

사건명: 손해배상 등 / 퇴직금 (본소 및 반소)

사건번호: 서울동부지방법원 2010가합11116

원고: 미용실 원장 한○○

피고: 미용사 김○○

주요 쟁점: 미용사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 경업금지약정 효력, 고객정보 손해배상 책임

결론: 근로자 지위 인정 / 경업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기각 / 퇴직금 2,196,915원 지급

선고일: 2010년 12월 16일

이 기사는 서울동부지방법원 2010가합11116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유지하며 서사적으로 각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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