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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법률판결·사건 리포트

차임 3개월 미납한 임차인에 계약해지 정당…누수공사로 영업 중단 주장했지만…法 ‘임대인 잘못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법정, 봄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오전.
법정 안은 잠잠했지만, 공기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둘 사이의 다툼은 단돈 몇 푼의 연체가 아니라 — 신뢰의 붕괴였다.

■ “횟집이 문을 닫았다” 그날부터 시작된 싸움

이 사건의 시작은 상가 1층의 작은 횟집이었다.
원고 A는 피고 B 소유의 상가를 임차해 ‘D’라는 상호로 영업을 시작했다.
계약은 2023년 4월 30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280만 원.

하지만 여름이 되기도 전에 문제가 생겼다.
지하층에 누수가 생긴 것이다.
피고는 “배관을 잘못 연결한 전 임차인의 탓”이라며 수리를 시작했고,
원고는 주방을 비우고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공사는 보름 넘게 이어졌다.
식당 문 앞에는 ‘임시 휴업’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공사는 끝났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그날 이후 돌이킬 수 없게 틀어졌다.
임차인은 “영업을 방해당했다”며 계약 해지를 선언했고,
임대인은 “차임을 세 달 넘게 밀렸다”며 반대로 계약을 해지했다.
한쪽은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다른 쪽은 건물을 비워 달라고 맞섰다.
이 싸움은 결국 법정으로 흘러들었다.

■ 법정의 쟁점 — 누가 더 약속을 어겼는가

재판에서 원고는 주장했다.

“임대인이 부당하게 누수 책임을 전가했고,
공사로 인해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어 계약을 유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피고는 반박했다.

“임차인이 약속했던 배관 원상복구를 하지 않았고,
세 달 넘게 월세를 내지 않았다.”

법원은 두 사람의 주장을 나란히 놓고 조용히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핵심은 ‘계약 해지의 정당성’이었다.

■ 법원, “누수는 있었지만 해지 사유는 아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부터 짚었다.
누수는 분명 존재했지만, 그 수리는 임대인의 정당한 보존행위라고 봤다.
민법 제625조에 따르면 임대인이 보존행위를 하더라도
임차인이 그로 인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달랐다.
원고가 스스로 주방을 비우고 비밀번호를 넘겨준 점,
공사가 16일 정도로 짧았던 점,
또한 원고가 인근에 다른 점포를 운영하며 손님을 그쪽으로 안내한 점.
이 모든 정황은 “임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고 보기엔 부족했다.

결국 법원은
“영업방해로 계약이 해지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반대로 임대인의 해지는 유효

그러나 법정의 저울은 완전히 임대인 쪽으로 기울진 않았다.
법원은 피고가 주장한 “특약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다.
배관 원상복구 의무는 계약서상 ‘임대차 종료 후’의 의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고가 2023년 8월부터 세 달 이상 월세를 내지 않은 점은 명백했다.
따라서 피고는 그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고,
그 시점은 2024년 5월 31일, 반소장이 송달된 날로 확정됐다.

■ 계산은 냉정했다 — 남은 돈 1,938만 원

판결은 수학처럼 정밀했다.
법원은 5천만 원의 보증금에서
연체된 차임 2,613만 원,
원상복구비 448만 원(배관 및 화장실 복구비용)을 공제했다.
그 결과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19,389,677원을 반환해야 했다.

원고가 주장한 휴업손해 5천만 원은 인정되지 않았다.
공사 기간이 짧았고, 매출 감소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그 시기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뉴스로 횟집업이 타격을 받은 점도 고려됐다.
법원은 “휴업손해를 피고의 부당한 방해로 볼 수 없다”고 정리했다.

반대로 피고가 제기한 반소 —
즉, “건물을 명도하고 부당이득을 돌려달라”는 청구도 모두 기각됐다.
건물은 이미 비어 있었고, 실질적 사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 판결의 의미 — 신뢰가 무너진 계약의 끝

이 판결은 임대차 관계의 본질을 명확히 드러낸다.
계약은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서로의 신뢰를 담보로 유지되는 약속이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양쪽의 책임을 냉정하게 나누었다.
임대인은 건물을 관리할 권리가 있지만,
임차인은 그 안에서 약속한 대가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결국, 한쪽의 불신과 다른 쪽의 미납이 교차하며 계약은 무너졌다.
그리고 남은 것은 숫자로 환산된 신뢰의 잔액 — 1,938만 원이었다.

사건 요약

사건명: 보증금반환 및 건물명도 (본소 및 반소 병합)

사건번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단5517268(본소), 2024가단5214948(반소)

선고일: 2025년 4월 24일

결과: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19,389,677원 및 이자를 지급

담당 판사: 정서현

이 기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단5517268(본소), 2024가단5214948(반소)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유지하며 서사적으로 각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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