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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노동 법률

“전문계약직이라도 같은 일을 했다면 대우정규직과 같아야 한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채용·직무·보수체계 달라… 합리적 이유 있는 처우 차이로 봄”

서울 여의도의 한 금융기업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전문계약직 팀장 A씨는 자신이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복리후생과 보상에서 차별받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1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는 “정규직 국장들과 같은 부서, 같은 책임을 지며 일했지만,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자녀 학자금, 복지연금, 자기계발비 등 기본 복리후생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매년 재계약을 반복했을 뿐, 사실상 상시 근로자였음에도 회사는 기간제라는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정당화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1년 카드마케팅부에 입사한 뒤 12년 동안 같은 부서에서 일하며, 카드가맹점 제휴와 프로모션 기획, 할인행사 운영 등 회사의 주요 수익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정규직 국장들과 회의에 함께 참여하고 실적 평가도 동일한 기준으로 받았지만, 직책수당이 없었고 각종 복지 혜택에서도 제외되었다.
이에 그는 “기간제 근로자 보호법 제8조가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라며 법원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A씨는 정규직과 다른 체계로 채용된 전문계약직으로, 인사·급여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맞섰다.
정규직은 부서 순환과 승진이 가능한 호봉제 인사체계를 따르지만, 전문계약직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기준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별도의 연봉제라는 것이다.
또한 회사는 “A씨의 급여 수준은 오히려 상당수 정규직 국장보다 높았으며, 실질적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직책 명칭이 유사하다고 해서 곧바로 비교대상 근로자로 볼 수는 없다”며,
“채용 과정, 인사관리 체계, 급여 산정 방식 등 근로조건의 근본 구조가 다르다면 이는 합리적 차이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A씨의 업무가 일부 정규직 국장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부서 운영권과 의사결정 권한 등에서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국장들은 경영관리와 인사권한을 일부 위임받은 반면, A씨는 특정 마케팅 업무에 국한된 책임만을 맡았다는 것이다.
특히 법원은 “A씨가 경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불과해, 주요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급여자료도 근거로 들었다.
그의 연봉은 대부분의 정규직 국장보다 높았고, 일부는 최고 근속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따라서 “복리후생의 일부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보수 체계에서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 전액을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전문계약직이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근로계약의 구조적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법원의 일관된 입장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기간제법이 보장하는 평등 원칙과 기업의 인사자율권 사이의 경계를 다시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노동전문가들은 “기업이 전문계약직을 활용하면서도 정규직과 같은 역할을 부여하는 구조는 점차 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그 경계선의 기준을 구체화했다”고 분석했다.


이 기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단5179055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유지하며 서사적으로 각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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