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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디지털 법률

사내 보안프로그램이 ‘감시 도구’로… 法 “동의 없이 직원 이메일 열람, 위자료 30만~100만원 배상”

노조파업 중 도입된 ‘트로이컷’ 프로그램 논란… 법원 “정보보호 명목 넘어선 사생활 침해”

2012년 여름, 방송사 내부는 이미 팽팽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사측은 보안 강화를 명분으로 ‘트로이컷(TrojanCut)’이라는 프로그램을 전사적으로 설치했다.
그러나 그 내부엔 직원들의 이메일·문서가 본사 서버에 자동 저장되는 ‘로깅(logging)’ 기능이 있었다.
파업 중이던 노동조합은 이를 “사측의 불법 감시”로 규정했고, 사내 갈등은 법정으로 옮겨갔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5년 2월 4일, 방송사 B사와 정보시스템팀장 차○○이 노조 소속 PD 등 직원 2명의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했다며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판결에 따르면 B사와 차씨는 각각 원고 강○○에게 30만 원, 원고 이○○에게 1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보안 강화 명목”으로 시작된 프로그램, 실제론 이메일·파일까지 기록

B사는 2012년 5월 내부 감사에서 정보유출 사고가 잇따르자, 정보콘텐츠실(팀장 차○○)을 통해 보안시스템 강화를 추진했다.
당시 차씨는 여러 보안제품을 검토한 끝에 주식회사 D사의 ‘트로이컷’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외부 해킹을 막는 ‘보안솔루션’ 기능 외에도,
웹메일·메신저 대화내용·첨부파일·USB 저장파일을 중앙 서버에 자동 저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설치 방식도 문제였다.
직원들이 인트라넷(B 포털)에 접속하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설치되도록 설정되어 있었고,
설치 동의 창은 단순히 ‘실행·저장·취소’만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어,
프로그램의 성격이나 기능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결국 직원들의 동의 없이 프로그램이 광범위하게 설치된 것이다.

“테스트라더니”… 노조 문서·이메일 열람 확인

파업이 한창이던 2012년 6월 14일, B사는 트로이컷을 전 직원 PC에 배포했다.
당시 노동조합은 “사측이 파업 참가자의 이메일을 감시하고 있다”고 반발했고,
논란이 커지자 회사는 두 달 뒤인 9월 6일 프로그램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미 데이터는 회사 서버에 남아 있었다.
수사 결과, 차씨는 프로그램 설치 직후부터 2012년 8월까지 총 500여 개의 파일을 열람했다.
그중에는 노조 홍보자료, 파업일지, 내부 이메일, 미디어렙 관련 문건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차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벌금 700만 원의 약식명령을 확정했다.

법원 “사측의 정당한 업무행위 아냐… 개인 정보자기결정권 침해”

민사재판에서 법원은 원고 일부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했다.
특히 차씨가 노조 집행부 소속인 강○○, 이○○의 문서와 이메일을 직접 열람한 행위를 불법행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적시했다.

“피고 차○○은 사측 인사로, 당시 노동조합과 대립 관계에 있었다.
테스트 과정이라 하더라도 조합원의 이메일·문서를 반복 열람한 것은
정당한 업무행위로 보기 어렵고, 개인의 정신적 손해를 초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법원은 “열람된 자료가 추가 유출되거나 외부에 보고된 정황은 없다”고 보아,
위자료를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으로 제한했다.
다른 조합원들의 자료가 저장됐더라도 구체적 열람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청구는 기각됐다.

‘감시와 보호의 경계’… 노동환경 속 프라이버시의 한계

이 사건은 보안시스템이 어떻게 ‘감시체계’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로 꼽힌다.
법원은 기업이 보안 목적이라 하더라도 근로자 동의 없는 감시 프로그램 설치는 위법이라는 판단을 분명히 했다.
특히 노사 대립 상황에서 이루어진 정보 수집은 “정당한 업무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판결 이후, 국내 주요 방송사와 공공기관들은 사내 보안 프로그램의 로그 기록 정책을 전면 재점검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보안 목적이라도 수집 목적과 범위가 명시되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 기사는 서울남부지방법원 2013가단16965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유지하며 서사적으로 각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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