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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법률

변호사시험 공정성 논란, 법원 “전원만점 결정 위법 아니다”… 응시생 손배소 기각

‘시험문제 유출 의혹’ 이어 불만 폭발한 응시생들, 그러나 법원은 “사실상 불이익 아냐”

2021년 1월 초, 한겨울의 시험장은 긴장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제10회 변호사시험을 치르던 응시생들은 공법 기록형 시험지를 받는 순간, 낯선 불안감과 미묘한 확신을 동시에 느꼈다. 문제의 행정법 문항이 일부 법학전문대학원의 강의자료와 유사하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몇몇 수험생들은 이미 그 문제를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고, 시험 직후 ‘공정성’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 사건은 결국 법정으로 옮겨졌다. 응시생 13명은 국가를 상대로 “시험의 공정성을 상실한 결정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년 9월 16일,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시험의 혼선, 논란의 불씨

모든 것은 작은 혼선에서 시작됐다. 시험 첫날, 서울의 한 고사장에서는 탁상시계 알람 소리가 시험 종료 신호로 오인되는 일이 벌어졌다. 감독관이 “시험 종료”를 선언했다가 이를 번복했지만, 응시생들은 이미 답안지에서 손을 뗀 뒤였다. 일부는 혼란 속에 교재를 펼쳐보기도 했고, 시험 책임관은 대기 지시를 내렸다. 결과적으로 남은 3~4명의 수험생만 1분의 추가 시간을 부여받았다.

이어 1월 2일 법무부는 “법전 밑줄은 허용되지만 메모나 포스트잇은 금지”라는 추가 공고를 냈다. 시험 사흘 전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수험생은 ‘법전 필기 금지’로 알고 있었기에 혼란이 증폭됐다. 어떤 이는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또 어떤 이는 손을 멈췄다. 같은 시험장에서 규칙이 달라진 듯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 공법 기록형 시험의 한 문항이 특정 로스쿨의 강의자료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사전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긴급히 13인의 검토위원단을 구성했고,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는 결국 해당 문항에 대해 “응시자 전원 만점 처리”를 의결했다.

“형평성과 공정성 확보”… 그러나 수험생들은 반발

전원만점 결정은 곧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명분으로 포장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해당 문제에 많은 시간을 쏟은 응시생들은 “노력한 만큼의 점수를 받을 권리”를 빼앗겼다고 느꼈다. 반면, 시험 준비가 부족했던 응시생은 운 좋게 점수를 얻었다. 수험생들은 “노력의 가치가 무너졌다”며 분노했고, 일부는 불합격 후 행정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2022년 1심에서 “행정법 기록형 문제는 법정시험과목에 해당하지 않으며, 전원만점 조치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합리적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이 이어져, 2025년 6월 26일 행정소송은 확정됐다.

법원의 판단 — “불이익은 실질적이지 않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은 세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문제 출제가 부당했고 전원만점 결정이 형평성을 해쳤다는 점.
둘째, ‘법전 밑줄 허용’ 공고가 늦게 나와 시험 준비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
셋째, 시험 종료 신호 착오 등으로 일부 고사장에서 응시 기회가 불공정하게 배분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모든 주장을 배척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 논란이 발생한 후 법무부는 전문가 검토를 거쳐 응시자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고 보았다. 또한 ‘법전 밑줄 허용’ 공고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긴급 조치로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있으며, 실제로 이로 인해 합격에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시험 종료 신호 착오에 대해서도, “시험 관리자가 즉시 조치를 취했고, 남아 있던 응시자에게 추가 시간이 부여된 점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다”고 했다. 원고 중 한 명은 합격점에 40점이 부족했으므로, “이 사건 조치가 없었다면 합격했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험의 공정성, 불완전한 인간의 영역”

이 판결은 공정성을 둘러싼 법의 태도를 다시금 드러낸다.
법원은 “불공정이 완전히 제거될 수 없는 시험의 특성”을 인정하며, 행정당국의 재량과 조치를 폭넓게 존중했다. 노력의 차이가 인정되지 않은 현실에 수험생들의 허탈함은 컸지만, 법의 논리는 달랐다.

변호사시험의 공정성 논란은 단지 한 해의 사건이 아니다. 사회가 시험을 통해 정의를 증명하려는 구조 속에서, 매년 새로운 논란이 태어난다. 그때마다 법원은 ‘완벽한 공정’이 아니라 ‘제도적 정당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왔다.

[사건 요약]

사건번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단5027471

원고: 변호사시험 응시생 13명

피고: 대한민국(법무부)

쟁점: 시험문제 사전유출 논란 및 전원만점 결정의 위법 여부

판결: 원고 청구 기각 (2025. 9. 16. 선고)

주문: 국가배상 책임 없음, 소송비용 원고 부담

이 기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단5027471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유지하며 서사적으로 각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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