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중개 서비스 회비 환불 소송, “업체 귀책 사유 인정 어렵다”…법원, 원고 청구 기각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결혼중개서비스를 이용한 A씨가 B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회비 환불 청구 소송에서 “피고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결혼중개업체와 소비자 간 계약 해지 시 환불 책임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판단한 사례로, 법원이 객관적 증거 중심의 판단기준을 다시 확인했다.
A씨는 120만 원의 회원가입비를 내고 12개월간 5회의 만남을 주선받기로 하는 국내결혼중개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차례의 만남만이 이루어졌고, 이후 9년간 제대로 된 주선이 없었다며 계약 해지와 함께 회비 환불을 요구했다. A씨는 피고가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고, 과장 광고 및 기망행위를 통해 계약을 유도했으며, 서비스 불이행에 따른 계약 해지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고 B사는 계약 당시 법을 위반하거나 허위 광고를 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원고가 특정 지역(C시, D시)에 거주하는 이성을 요구함으로써 매칭이 제한되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먼저 결혼중개업 관리법 위반 주장에 대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가 계약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거나 과장 광고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법률 조항들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정이긴 하지만 이를 강행법규로 단정해 계약 무효를 선언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가 제기한 ‘기망행위에 의한 계약 취소’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과장 광고가 있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의 주관적 실망이나 기대 불충족만으로는 사기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 여부였다. A씨는 피고가 오랜 기간 중개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가 일정 횟수의 이성 프로필을 제공했고, 원고의 지역 제한 요청으로 주선이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으로 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강행법규 위반, 사기, 불이행 사유 모두 입증되지 않았다”며 원고의 주위적·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됐다.
이 판결은 결혼중개서비스와 같은 신뢰 기반 계약에서 단순한 서비스 불만이나 기대 미충족만으로 환불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다. 특히 결혼중개업 관리법 제10조와 제12조의 법적 성격을 ‘강행법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은 앞으로 소비자가 계약 무효를 주장할 때 불리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결혼중개서비스뿐 아니라 학습·컨설팅 등 유사 형태의 계약 분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가 무형이고 주관적 만족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계약의 ‘이행 불충분’과 ‘이행 불이행’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계약 전 서비스 범위와 환불 조건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하고, 실제 서비스 과정의 증거(프로필 제공 내역, 연락 기록 등)를 확보해야 하며, 사업자는 계약 이행 과정을 기록·보관해 향후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
이 사건은 2025년 8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단독부(재판장 이건배)에서 선고되었으며, 원고의 모든 청구가 기각된 것으로 종결됐다. 법원은 “결혼중개서비스 계약 해지 시 환불 책임은 계약의 불이행이 명확히 입증된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